<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라는 노래가 있다. 1960년대에 발표된 이 노래는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강한 멜로디와 노란 색 셔츠로 잔뜩 멋을 부린 남자에 대한 설렘을 직설적으로 고백한 가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노래 속에는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남자가 지닌 미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때 그 시절, 세계의 훈남들

다양한 장르의 문화가 태어난 1960년대에는 멋진 남성들이 세계 곳곳에서 출몰했다. 1960년 미국에서는 빼어난 외모를 가진 젊은 정치가 케네디가 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프랑스에서는 스물 다섯 살, 눈부신 외모의 알랭 들롱이 <태양은 가득히>로 세계적인 미남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리버풀 출신의 4인조 음악밴드가 “더 비틀즈(The Beatles)”라는 이름을 밴드의 정식 명칭으로 최종 낙찰했다. 그 후 전성기를 맞이한 비틀즈는 수많은 히트곡과 함께 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열정적인 팬덤을 몰고 다니며 마치 오늘날의 남성 아이돌 그룹과 유사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비틀즈의 멤버들은 무대에서 앞머리를 가지런히 내려 소년다움을 부각시킨 뱅 스타일의 헤어와 대조적인 심플한 슈트로 통일된 의상을 순식간에 유행시킨 패셔니스타이기도 했다.

케네디와 알랭 들롱, 비틀즈는 동시대의 젊고 개성이 풍부한 미남자들이었다는 것 외에 셔츠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셔츠 속에 숨어있는 여자의 로망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셔츠 하나만으로도 멋쟁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셔츠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옷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셔츠를 멋지게 소화하는 남자에 대한 여자의 환상은 긴
생머리의 청순한 여자에 대한 남자의 환상과 닮은꼴이다.

인공의
느낌이 조금도 가미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긴 생머리를 찰랑찰랑하게 유지하려면 샴푸와 트리트먼트 외에 보습, 에센스, 빗질, 주기적인 스트레이트 펌 등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셔츠 한 장만 입어도 광채가 나기 위해서는 먼저 넓은 어깨, 단단한 팔뚝, 탄탄한 가슴근육과 쭉 뻗은 등, 날렵한 허리와 곧은 목선 등을 갖춘 몸매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남성복을 대표하는 셔츠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오래 전이지만, 남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진가를 발휘한 것은 1960년대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의 히트와 함께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노란색 셔츠의 등장이었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멋진 남자의 모습을 자신이라고 상상하며 노란 셔츠를 입었을 귀여운 자아도취형 로맨티스트 덕분에 노란 셔츠 그 시절 남자들의 필수 작업복으로 군림하며 셔츠의 유행을 주도했다. 1960년대 한국에서 잘 빠진 멋쟁이 오빠를 대표하는 패션이 셔츠였다는 사실은 묘한 감동을 준다.

노란색 속에 감추어진 욕망과 로망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에 나오는 가사 중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생김”이라는 대목은
얼굴보다 몸매를 우선시하는 여자의 대담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사나이가 입은 셔츠의 색이 굳이 노란색이었다는 이유 뒤에는 또 다른 로망이 숨겨져 있다.

일반적인 하얀색 셔츠라면 교장 선생님처럼 딱딱하고 엄격한 느낌을 주지만 여기에
색상을 비비드 한 컬러로 바꾸면 단박에 잘 빠지고 세련된 젊은 남자가 떠오를 만큼 느낌이 확 달라진다. 파스텔 톤이 아닌 비비드 색상의 대표격인 강렬한 노란색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의 얼굴은 결코 주름진 얼굴의 중년이나 노년의 남자가 아니다. 병아리나 개나리가 생각나는 노란 색을 소화할 수 있는 남자는 솜털마저 보일 것 같은 앳된 얼굴이거나 그 언저리 나이의 생동하는 청춘일 것이다. 즉, 노란색은 지루하고 평범한 남자가 아닌 한눈에 시선을 주목시킬 만큼 매력적이며 창창하게 젊고 착한 몸매를 겸비한 남자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듣는 동시에 귀에 착 감기면서 눈으로 상상하게 되는 ‘노란색 셔츠’라는 단어 속에는 이처럼 노골적인 욕망이 감추어져 있다.

셔츠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남자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여기에 적당한
근육질 몸매와 센스 있는 색상으로 화사하게 포인트를 준다면 여자의 로망과 욕망을 쥐락펴락하는 남자로 거듭날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4.08 (수) 14:21, 최종수정 2009.04.08 (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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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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