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 미래 인류를 위한 담론, 도덕경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는 노자의 <도덕경> 일부를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어떤 책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도덕경>에 대해 제대로 배웠습니다. “과거 2,500년 전 중국에 노자(老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살아생전에는 별 이름 없는 미미한 인물이었는데, 그가 죽으면서 많지도 않은 81편의 시를 남기고 떠났다. 그것이 전부다. 그는 떠났고, 얇은 시집 한 권이 남았을 뿐이다. … 그의 시집의 특징은 딱 두 가지, 표현은 간결했고 사상은 심원했다.”(p. 182). “<도덕경>은 시이며 철학이다!”(p. 318, epilogue 제목). <도덕경>의 본질과 특징을 이보다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1장에서 절대불변의 도(道)를 말하는 노자의 사상을 붓다, 예수와 비교하고 심지어 현대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까지 언급하며 언어의 한계를 지적해 줍니다. 초월적 세계의 본질에 들어가려면 고정된 종교나 철학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가르침인가요? 노자(老子)는 귀가 컸는데, 그의 이름(이이, 李耳)’과 자(字)(담, 聃)조차도 큰 귀와 관련이 있답니다. 성인(聖人)의 성(聖)은 귀(耳) 옆에 입(口)과 사람(壬)이 있는 형태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거나, 신의 응답과 계시를 잘 듣는 능력이란 뜻입니다(p. 134). 이렇게 성인(聖人)은 귀가 밝아 온 세상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탁월한 사람을 뜻한다면, 노자는 분명 성인입니다. 그리고 <도덕경>은 이것을 읽는 자들에게 도(道)에 귀를 열어 놓으라고 도전하는 듯합니다.

  정말 많은 것은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에고(ego)의 소멸을 뜻하는 것으로 진정 존재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마치 잠을 잘 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듯! 그래서 저자가 지적했듯이 잠은 우리에게 커다란 휴식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6장의 곡신불사(谷神不死)와 공곡정음(空谷正音), 8장의 상선약수(上善若水), 9장의 계영배(戒盈盃)와 금옥만당(金玉滿堂), 10장의 포일사상(抱日思想), 20장의 절학무우(絶學無憂), 등. 참 많은 가르침들이 마음에 남네요.

  이 책에서는 노자의 시 20편을 해설했는데, 나머지 61편의 해설은 언제나 나올까요? 무척 기다려집니다. 동양철학으로 세상을 밝혀 보자는 깊은 뜻을 갖고 있는 저자가 잠자는 노자의 시(詩)들을 빨리 깨웠으면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고백처럼 아직 동이 트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억지로 깨우기보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저도 다시 한 번 노자의 시를 한 편 한 편 차근차근 읽어가 보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림에게 나를 맡기다 - 영혼을 어루만지는 그림
함정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그림을 보여주며 인생과 예술을 말하는 책들을 즐겨 읽습니다.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행복을 주는 그림>, 이주은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 <당신도, 그림처럼>, 손철주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보면 옛 생각난다>, 등등.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미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림에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지요. 실제로 두통환자의 방에 맑은 공기가 가득 담긴 숲 그림을 걸어 놓거나, 열병환자에게 샘물 그림을 보여주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 또 한 권의 그림책을 대했습니다. 함정임의 <그림에게 나를 맡기다>입니다. 소설가가 그림을 매개로 삶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줍니다. 이 책은 그림에 관해 많은 정보를 주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조카가 결혼할 때, 작가는 프리드리히의 <범선 위에서>를 보여 주었답니다. 그림 속에는 한 쌍의 남녀가 갑판 위에 앉아 손을 잡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높은 건물들이 있는 항구 같습니다. 작가는 조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항해는 곧 모험이다. 전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 모험의 세계란다. 너의 전부를 걸 만한 각오가 전제된 사랑만이 타인의 전부 또는 너의 것이 되는 것이다”(p. 54). 작가는 이 책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을 보여줍니다(p. 87). 흰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채 격렬히 키스하는 연인들에게 사랑은 무엇일까요? 호기심, 집착, 동정, 등등 수많은 단어가 떠오르네요. 함정임 작가는 이 그림에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으며 동시에 영원하다는 사실을 읽어 냅니다. 그리고 사랑이 영원하며 동시에 영원하지 않기에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p. 91).

  이런 식입니다. 함정임 작가는 때로 그림 옆에 시를 쓰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의 ‘예술’로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p. 39). 그리고 한편 한편의 그림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을 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복잡하고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종 스트레스로 마음은 지치고 깊은 상처로 얼룩져 있습니다. 치유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데, 이 책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부드럽게 만져줍니다. 저는 특히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가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예술가의 작품은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진대, 돌아온 탕자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성가 헨리 나우엔은 이 그림에서 돌아온 아들의 어깨를 감싸주는 아버지의 오른손은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용서는 탕진한 아들의 삶을 다시 행복을 향해 출발하게 하지요. 함정임 작가가 이 그림을 한 해의 끝자락에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 가끔은 그림에게 자신을 맡겨, 영혼의 치유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레 미제라블 세트 - 전10권 (한글판 + 영문판)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장발장」문고판에 실렸던 삽화들, 신부의 집에서 은그릇을 훔치는 장발장의 모습, 마리우스를 들춰 메고 지하하수구를 빠져나가는 모습, 임종 시 침대에 누워 양녀 코제트 부부의 손을 잡은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비참한 상황을 이기고 성공한 의지의 인물에 대한 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감동을 간직한 채, 더 클래식에서 출판한 「레미제라블」(전5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삭제판으로 읽으면서 비로소 이 소설이 왜 위대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프랑스 혁명 이후 역사, 사회 풍습, 종교와 사상 등 모든 인간사를 자세하고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루이 18세의 재위 22년인 1817년, 워털루 전쟁, 수도원 제도에 대한 생각, 당시 민중의 비참한 모습들, 1832년의 폭동, 심지어 파리의 하수도를 ‘레비아단의 창자’라는 제목 하에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방대한 역사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을 때에야 장발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구원에 관한 것입니다. ‘민중’(‘라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프랑스 혁명 이후의 민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의 봉기는 ‘앙시앙 레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구원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요? 빅토르 위고가 소설의 첫 시작 부분에 장장 82페이지에 걸쳐 미리엘 신부를 묘사한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사회체제의 변혁이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 아니라, 미리엘 신부가 장발장에게 보여준 ‘사랑’이 한 사람을 바꾸고 구원을 가져온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파격적인 사랑의 체험(기독교는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의 은총이라고 표현합니다)으로 장발장은 마들렌 시장이 되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는 짐마차 바퀴에 빠진 포슐르방 영감을 건져주고, 팡틴의 딸 코제트를 양녀로 삼아 그의 삶을 끝까지 보살펴 주고, 그녀의 애인 마리우스를 구해주고, 심지어 자신을 쫓는 자베르 경감도 살려줍니다. 장발장이 임종을 앞두고 사랑하는 코제트 부부와 나눈 대화 속에 이 소설의 위대한 사상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죽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무서운 것은 진정으로 살지 못한 것이야”(p. 404).

  “너희들, 너희들은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아다오”(p. 408).

  “언제까지나 서로 깊이 사랑해라. 서로 사랑한다는 것, 이 세상에 그 외의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p. 409).

  프랑스 혁명의 기치는 ‘자유, 평등, 박애(사랑)’입니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죠. 사회가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구현해 내려면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자베르 경감의 모습을 통해, 철저한 법집행을 통한 정의 구현이 구원을 가져다주지 못함을 배웁니다. 장발장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사랑만이 구원을 가져다 주다는 진리를 배웁니다. 저는 소설「레미제라블」에서 파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은총)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장발장에게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의 편견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작심 作心 - 당신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단 한 가지 이유 뇌신경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강력한 연습의 기술
신동선 지음 / 해나무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자극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새해를 맞이해서 굳게 각오했던 결심들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이 책, 「작심」을 펼쳤습니다. 1부의 뇌신경세포에 대해 공부하면서 기억은 하나의 세포라기보다 세포의 연결고리(시냅스)임을 알게 되었죠. 뇌신경세포의 매카니즘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니,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오랜 기간 동안 자주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납득이 갔습니다. 연습이 시냅스의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2부에서 연습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바짝 긴장해서 1부를 읽은 덕분에 2부는 아주 쉬웠습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하고, 효과적인 반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분명한 동기와 목표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것을 피드백해야 합니다. 3부는 연습 각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운동, 영어, 기억, 생각을 연습하는 법입니다. 이 네 가지 연습 모두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 생각 연습은 참으로 많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행복도가 내재적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전적으로 50퍼센트 정도 세팅되어 있다는 군요. 하지만 세 가지 연습을 통해 행복의 셋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고 저자는 제시합니다. 첫째 강점을 발견하고 계발하기, 둘째 감사하기, 셋째 운동하기(pp. 252~254)입니다. 그리고 객관적 거리에서 상황을 해석하라고 도전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로고 테라피의 주창자 빅터 프랭클, 「긍정 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 「헤피어」의 탈벤-샤하르의 글들을 인용해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좌우되므로, 긍정적 해석을 연습하라고 충고합니다. 더욱이 중간 중간 담겨있는 ‘Plus Tip’은 마음을 다잡게 하는 데 큰 도전을 줍니다.

  에필로그에서,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감합니다. 그러면 실패 때문에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의 ‘점’은 이어진다.”(p. 278)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처럼, 우리의 경험들은 우리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소중한 점들이 되어 나만의 독특함을 이루어 낼 것입니다. ‘오늘’ 올바르고 고상한 나만의 삶의 목표를 세우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경쟁할 때, 더 성장하고 성숙한 ‘내일의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그너, 그 삶과 음악 ㅣ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8
스티븐 존슨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HONO의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여덟 명의 유명한 음악가의 삶과 음악을 출판하였는데, 저는 베토벤, 멘델스존, 말러, 그리고 바그너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유명한 음악가들의 삶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을 작곡가의 삶을 배경으로 새롭게 이해하게 해 줍니다. 이 책과 CD에 있는 음악을 듣는 것은 큰 즐거움이며,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 시리즈는 음악가의 삶을 서술하면서 관련된 음악을 듣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CD나 website를 페이지 좌우편에 표시해 놓았습니다. 참 세심한 배려입니다. 부록의 꼼꼼한 작품 해설을 읽으며 CD를 듣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게다가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정리해서 수록해 놓고 용어집과 CD수록곡 해설과 연표 등을 싣고 있어, 음악가의 생애와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나 같은 일반인은 위대한 음악가의 유명한 몇 몇 작품들은 자주 듣고 즐기지만 그들의 삶은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같은 출판기획에 열광하게 됩니다. 바그너에 대해서도 그의 작품 <탄호이저>와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만을 알고 있었을 뿐인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에 대해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적 색깔로 비추어볼 때 굉장히 인문학에 깊이가 있는 성숙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오만하게 굴기 일쑤고, 자본가와 돈을 경멸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치품에 집착하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탕감해달라고 애원하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권력에 구애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유태인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는 등, 바그너의 삶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참 마음이 껄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그너 사후 그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베르디는 바그너의 장례식 조사(弔詞)에서 “그의 이름은 예술사에 강력한 각인을 남길 것이다”라고 했다지요. 반면, 드뷔시는 그의 업적을 일축하고 깎아내렸다고 합니다. 저는 바그너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도 나오는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의 ‘발퀴레’ 전주곡를 들으며 이 책 마지막을 읽었습니다. 금관악기의 팡파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기이하면서도 위엄 있는 어떤 것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바그너의 실제의 삶이 어떠했든지 그가 추구한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 말미에 인용된 소설가 토마스 만의 에세이에서 언급한 평가가 마음에 듭니다. 바그너는 “수상쩍지만 거부할 수 없는”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은 온갖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두움, 고독, 전율, 찰나의 행복, 기쁨, 감동, 등등. 바그너 탄생 200주년인 2013년에 읽은「바그너, 그 삶과 음악」은 꽤 많은 것들을 건진 즐거운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