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세트 - 전10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장발장」문고판에 실렸던 삽화들, 신부의 집에서 은그릇을 훔치는 장발장의 모습, 마리우스를 들춰 메고 지하하수구를 빠져나가는 모습, 임종 시 침대에 누워 양녀 코제트 부부의 손을 잡은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비참한 상황을 이기고 성공한 의지의 인물에 대한 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감동을 간직한 채, 더 클래식에서 출판한 「레미제라블」(전5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삭제판으로 읽으면서 비로소 이 소설이 왜 위대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프랑스 혁명 이후 역사, 사회 풍습, 종교와 사상 등 모든 인간사를 자세하고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루이 18세의 재위 22년인 1817년, 워털루 전쟁, 수도원 제도에 대한 생각, 당시 민중의 비참한 모습들, 1832년의 폭동, 심지어 파리의 하수도를 ‘레비아단의 창자’라는 제목 하에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방대한 역사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을 때에야 장발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구원에 관한 것입니다. ‘민중’(‘라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프랑스 혁명 이후의 민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의 봉기는 ‘앙시앙 레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구원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요? 빅토르 위고가 소설의 첫 시작 부분에 장장 82페이지에 걸쳐 미리엘 신부를 묘사한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사회체제의 변혁이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 아니라, 미리엘 신부가 장발장에게 보여준 ‘사랑’이 한 사람을 바꾸고 구원을 가져온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파격적인 사랑의 체험(기독교는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의 은총이라고 표현합니다)으로 장발장은 마들렌 시장이 되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는 짐마차 바퀴에 빠진 포슐르방 영감을 건져주고, 팡틴의 딸 코제트를 양녀로 삼아 그의 삶을 끝까지 보살펴 주고, 그녀의 애인 마리우스를 구해주고, 심지어 자신을 쫓는 자베르 경감도 살려줍니다. 장발장이 임종을 앞두고 사랑하는 코제트 부부와 나눈 대화 속에 이 소설의 위대한 사상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죽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무서운 것은 진정으로 살지 못한 것이야”(p. 404).

  “너희들, 너희들은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아다오”(p. 408).

  “언제까지나 서로 깊이 사랑해라. 서로 사랑한다는 것, 이 세상에 그 외의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p. 409).

  프랑스 혁명의 기치는 ‘자유, 평등, 박애(사랑)’입니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죠. 사회가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구현해 내려면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자베르 경감의 모습을 통해, 철저한 법집행을 통한 정의 구현이 구원을 가져다주지 못함을 배웁니다. 장발장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사랑만이 구원을 가져다 주다는 진리를 배웁니다. 저는 소설「레미제라블」에서 파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은총)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장발장에게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의 편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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