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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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팔괘 혹은 육십사괘로 점치는 사술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삼년 전에 맹난자의 <주역에게 길을 묻다>를 읽고 동양의 사상가뿐 아니라 서양의 라이프니츠, 헤세 등과 같은 과학자와 작가들도 <주역>에 심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주역>은 하늘의 섭리, 즉 만물의 원리를 깨닫고자 노력하는 학문인 것이다. 김승호 선생의 책을 통해 주역의 세계를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 첫머리에 소개된 공자(孔子)의 말이 도전이 되었다. “하늘이 내게 몇 년 더 수명을 빌려준다면 주역을 다 배워 큰 허물을 면할 텐데.” 그는 주역을 옆에 두고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읽었단다(韋編三絶)(p. 4).

 

김승호 선생은 서양의 철학자들과 인도 철학자들이 만물의 근본원리를 찾았음을 설명하고, 세상은 음양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주역>은 철학이 아니라 과학이다. 그것은 만물의 뜻을 알고자 노력하며 그것을 규정하는 학문이다. 만물은 항상 변해가고 있는데, 그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 <주역>이다. 그런데 <주역>은 만물을 두 가지, 즉 음(­­)과 양(―)으로 다 표현해낸다. 그것이 주역의 괘인 것이다. 팔괘는 단어에 해당되고, 대성괘는 문장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대성괘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만능 표현도구인 것이다(p. 166). 주역의 표현방식인 괘는 굉장히 과학적인 방식으로 이진법으로 표시되는 컴퓨터 연산과 동일하다. 

 

<주역>을 공부한다는 것은 우주의 법칙이나 하늘의 섭리를 깨닫고자 노력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따라서 <주역>을 공부하다보면 왜 점을 치는지 이해하게 된다. 점을 치는 것은 만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자 하는 행위이며, 이는 하늘의 뜻을 따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주역>을 공부하는 방식도 알려준다. 먼저 괘상에 왜 그런 이름이 붙어 있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p. 233). 그러면 주역 괘상이 64개밖에 없는 이유도 알게 되고, 괘상의 질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주역>이 어떤 책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하늘의 섭리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하늘의 뜻에 순종하며 세상에 이로운 존재로 살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것이 삶의 의미요 보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주역>을 모르고는 인생을 알 수 없다(p. 275)고 단언한다. 그만큼 주역은 만물의 뜻을 알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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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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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들을 또박또박 필사하는 것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캘리그라피로 다시 도전하고 싶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치유의 손 글씨 : 시를 쓰다>! 이 책을 따라 글씨를 쓰다보면 시(詩)가 내 마음 가득 흘러내릴 것 같다. 저자 허수연은 말한다. 캘리그라피의 스킬을 배우기보다 먼저 시를 느끼고 시의 느낌을 담은 캘리그라피를느끼며 써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책 앞부분에 캘리그라피 도구 소개가 있어, 얼른 문방구로 달려가 붓펜과 아트펜을 구했다. 캘리그라피펜은 찾을 수 없었고, 마카는 집에 있는 것으로 대치했다.



라이팅북(wrighting book) 가이드를 명심해 본다. “캘리그라피는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씨는 쓰는 것이지 그리는 것이 아니다”(p. 9) 사직 찍어 자랑질(?) 하고 다니고 액자에 넣어보기도 하라. 오호! 이 책 마음에 쏙 든다. 또 소개된 글마다 캘리그라피로 쓰는 요령이 친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모두 마음에 든다.


송찬호의 <고래의 꿈>에서는 바다를 고래가 헤험치듯 표현해보란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는 연탄재의 거칠고 투박한 형태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해보란다. 이성복의 <남해 금산>은 바닷물 속 바위의 일렁이는 이미지를 드러내란다. 나태주의 <멀리서 빈다> 중에 나오는 문구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가을 낙엽 날리듯, 가을 햇빛 쏟아지듯 ‘가을이다’를 썼고, “부디 아프지 마라”는 어깨를 감싸듯 담배하고 차분하게 표현했단다(p. 89). 


  

정말 시와 캘리그라피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최고의 명시들을 느끼고 쓰고 즐기는 사이, 세상살이의 부준한 마음도 가라앉고 인간관계의 상처입은 마음은도 어느새 치유된 듯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목차를 본다. 도종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박노해, 안도현, 신경림 김춘수, 기형도, 신경림, 윤동주, 이해인, 김용택 등 내가 좋아하는 익숙한 시인 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시인들도 있다. 마흔 여섯 개의 명시들 찾아 전편을 캘리그라피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칼리그라피’라는 기차를 타고 시의 세계로 멋진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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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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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지론대로 좋은 책이 주르륵 보여주는 명문장들은 영혼의 굳은살을 벗겨내고 정화시켜 준다. 명문장은 나의 문학적 감각들을 일깨울 뿐 아니라 삶을 정직하게 들여다 보게 한다. 나는 장석주를 문학가로 신뢰한다. 그가 ‘멋지다’고 뽑은 문장이라면 한 자 한 자 따라 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은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문장들은 새벽이슬처럼 마음에 내려 앉아 영혼을 소생시키고 성장시킨다. 

 

이 책 참 괜찮다. 감정을 다스려 주는, 인생을 깨우쳐주는,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는, 생각을 열어주는, 감각을 깨우는 명문장들로 카테고리를 정해 보석처럼 빛나고 물줄기처럼 시원한 문장의 세계로 초청한다. 필사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시려 따뜻한 차 한 잔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작가는 오른쪽 페이지 상단에 노란 박스에 인용한 글에 대한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을 간략히 적어놓았다. 군데군데 담겨있는 사진들과 유명한 글귀들은 나의 마음을 한참이나 머무르게 한다.

 

이 책에서 건져 올린 인상 깊은 시(詩),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이 떠오른다. 그 중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p. 92)라는 문장은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그리고 현재 아버지인 나를 연결시킨다. “아버지에게 자식이란 ‘타자화된 나’ …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되니 아버지의 외로움을 조금 알 듯하다”(p. 91)라는 장석주의 설명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부록에는 이 책에 수록된 텍스트의 출처를 밝히고 있다. 욕심이 생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 50권이 넘는 책 중에 읽은 것은, 아니 정확히 말해 소장한 것은 겨우 다섯 권 남짓,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본다. 전영애의 <인생을 배우다>에 나오는 문장과 나짐 히크메트의 글귀가 생각난다.

 

“물살을, 삶을 헤치는 법 // …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무슨 강을 이제 어떻게든 못 건너겠는가.”(pp. 50~51).

 

“최고의 날들은 / 아직 살지 않은 날들. / 가장 넓은 바다는 /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 가장 먼 여행은 / 아직 끝나지 않았다.”(pp 14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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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산다는 것
강영계 지음 / 해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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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계 교수의 책을 통해 철학함에 대해 배웠다. 그는 어려운 이야기도 삶과 연결하여 쉽게 풀어내는 철학자다. <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철학적 에세이로, 서른세 가지 질문에 대한 노()철학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누구인지, 세상의 역사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안다는 것과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평생 철학에 몸담았던 노()교수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면서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신앙이 추구한 완전성과 절대성이 실상은 허구이며 인간의 욕망에 놀아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던진다. 그 결과 삶은 퇴폐와 허무의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결론은 내리고 느림과 여유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그는 나가르주나의 <열반>, 폴라톤의 <법률>, 스피노나의 <정치학론>을 읽으며 신천지를 탐험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단다. 한편으로 좀 덜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스승의 충고를 떠올리면서 한 평생 철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배움의 기쁨과 동시에 그 허무함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저자는 지식과 학문을 위한 철학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철학을 생각한다. 그래서 이론과 실천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왕양명(王陽明)지행합일(知行合一), 실천적 중용의 덕과 이론적 덕을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말한다(p. 106). 그리고 불교의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의 조화를 언급한다(pp. 108~110).

 

강 교수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고 깊이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노년에 이르러서는 불교 사상에 깊이 심취한 듯하다. 불교의 오온(五蘊)과 사성제(四聖諦),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여러 번 말하고, 힌두 철학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를 소개한다. 아마도 한평생 철학을 통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참 진리를 깨달으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불교의 돈오점수(頓悟漸修), 점수돈오(漸修頓悟)를 언급하고 점수점수(漸修漸修), 즉 인간은 깨달음을 얻을 수 없고 계속해서 마음의 수양을 하는 길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한 구절을 알려준다. “깨달음이란 없다. 깨달음에 집착하지 말고 깨달으려고 애쓰지도 말라. 깨달음에 집착하면 깨달음에 매달려 질식하게 되어 깨달음과는 멀어지게 된다.”(p. 256). 결국 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욕망을 내려놓고 느림과 여유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느림과 여유의 삶이라는 것도 본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추구하지 않게 될 때 느림과 여유의 삶을 음미할 수 있을 거라고 노교수는 조심스레 말한다. 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답이 없는 인생살이에서 자기 성찰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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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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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보통의 존재>로 유명하다는데, 난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부리나케 인터넷을 뒤져본다. 그는 ‘언니네 이발관’이란 그룹의 가수로 몇 장의 앨범을 냈다. 또 작가로 몇 권의 책도 냈다. <보통의 존재>와 <실내 인간>. 그리고 이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까지 하면 세 권의 책을 낸 작가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이 <보통의 존재>이고, <실내인간>은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것이다.

 

이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집어든 순간, 초생달이 박힌 심플한 표지에 독특한 책갈피와 표지질감까지 차분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어떤 말일까 생각하며 표지를 연다. 산문집이라 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담은 책이거니 했는데, 책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다. 제2부 철수와 불운 올림픽 이야기는 약간 생뚱맞아 보였지만, 책 말미에 가서 이해가 되었다. 이 산문집 참신하다. 한편의 소설 같다. 자서전적 소설인가 아니면 제2부만 빼면 허구가 전혀 없는 작가의 삶과 내면의 생각을 산문으로 담담히 표현한 것인가? 중간 중간 파란빛 도는 보라색의 경구들은 베르나르 베르나르 소설에서 본 듯한 형식이다. 작가가 자신의 음악 작품에 사용한 듯한, 운율이 잘 맞아 떨어지는 글들은 흡사 힙합 가사다.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홀씨처럼 둥둥 떠다니다 / 예기치 못한 곳에 떨어져 피어나는 것 // 누군가 물을 주면 / 이윽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 그렇게 뿌리내려 가는 것.”(p. 26).

 

사십대 초반 이혼남 이석원 작가는 삼십대 초반 이혼녀 김정희와 찻집에서 만난다. 이들의 만남에서 여자는 ‘수퍼 울트라 갑’이 되어 일방적으로 만남의 조건을 선언하고,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을’이 되어 그녀에게 빠져 든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지금 뭐해요?”라는 그녀의 메시지만을 기다리는 작가, 그는 우여곡절 속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과거 남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헤어진 후 점차 마음의 평온을 찾아갈 때 즈음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그녀에게 이석원은, 아니 이석원에게 그녀는 그저 ‘보통의 존재’가 아닌 것일까? 이석원은 다시 김정희와 관계를 이어 갈 것이다. 그의 마음은 어떨까?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던 것을 마침내 갖게 되었을 때 / 왜 생각만큼 기쁘지 않을까 / 하지만 다시 이것을 놓아버린다고 생각하면 / 어째서 여전히 아찔할까”(p. 350). 어쨌든 작가에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지금 뭐해요?”이다. 그것은 관계의 끈을 이어주는 말이다.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는 말이다.

 

산문집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흡입력이 느껴진 책은 처음이다. 아마도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고, 내면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의 첫 번째 책, <보통의 존재>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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