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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글들을 또박또박 필사하는 것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캘리그라피로 다시 도전하고 싶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치유의 손 글씨 : 시를 쓰다>! 이 책을 따라 글씨를 쓰다보면 시(詩)가 내 마음 가득 흘러내릴 것 같다. 저자 허수연은 말한다. 캘리그라피의 스킬을 배우기보다 먼저 시를 느끼고 시의 느낌을 담은 캘리그라피를느끼며 써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책 앞부분에 캘리그라피 도구 소개가 있어, 얼른 문방구로 달려가 붓펜과 아트펜을 구했다. 캘리그라피펜은 찾을 수 없었고, 마카는 집에 있는 것으로 대치했다.

라이팅북(wrighting book) 가이드를 명심해 본다. “캘리그라피는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씨는 쓰는 것이지 그리는 것이 아니다”(p. 9) 사직 찍어 자랑질(?) 하고 다니고 액자에 넣어보기도 하라. 오호! 이 책 마음에 쏙 든다. 또 소개된 글마다 캘리그라피로 쓰는 요령이 친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모두 마음에 든다.
송찬호의 <고래의 꿈>에서는 바다를 고래가 헤험치듯 표현해보란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는 연탄재의 거칠고 투박한 형태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해보란다. 이성복의 <남해 금산>은 바닷물 속 바위의 일렁이는 이미지를 드러내란다. 나태주의 <멀리서 빈다> 중에 나오는 문구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가을 낙엽 날리듯, 가을 햇빛 쏟아지듯 ‘가을이다’를 썼고, “부디 아프지 마라”는 어깨를 감싸듯 담배하고 차분하게 표현했단다(p. 89).

정말 시와 캘리그라피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최고의 명시들을 느끼고 쓰고 즐기는 사이, 세상살이의 부준한 마음도 가라앉고 인간관계의 상처입은 마음은도 어느새 치유된 듯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목차를 본다. 도종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박노해, 안도현, 신경림 김춘수, 기형도, 신경림, 윤동주, 이해인, 김용택 등 내가 좋아하는 익숙한 시인 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시인들도 있다. 마흔 여섯 개의 명시들 찾아 전편을 캘리그라피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칼리그라피’라는 기차를 타고 시의 세계로 멋진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