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장석주의 지론대로 좋은 책이 주르륵 보여주는 명문장들은 영혼의 굳은살을 벗겨내고 정화시켜 준다. 명문장은 나의 문학적 감각들을 일깨울 뿐 아니라 삶을 정직하게 들여다 보게 한다. 나는 장석주를 문학가로 신뢰한다. 그가 ‘멋지다’고 뽑은 문장이라면 한 자 한 자 따라 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은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문장들은 새벽이슬처럼 마음에 내려 앉아 영혼을 소생시키고 성장시킨다. 

 

이 책 참 괜찮다. 감정을 다스려 주는, 인생을 깨우쳐주는,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는, 생각을 열어주는, 감각을 깨우는 명문장들로 카테고리를 정해 보석처럼 빛나고 물줄기처럼 시원한 문장의 세계로 초청한다. 필사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시려 따뜻한 차 한 잔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작가는 오른쪽 페이지 상단에 노란 박스에 인용한 글에 대한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을 간략히 적어놓았다. 군데군데 담겨있는 사진들과 유명한 글귀들은 나의 마음을 한참이나 머무르게 한다.

 

이 책에서 건져 올린 인상 깊은 시(詩),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이 떠오른다. 그 중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p. 92)라는 문장은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그리고 현재 아버지인 나를 연결시킨다. “아버지에게 자식이란 ‘타자화된 나’ …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되니 아버지의 외로움을 조금 알 듯하다”(p. 91)라는 장석주의 설명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부록에는 이 책에 수록된 텍스트의 출처를 밝히고 있다. 욕심이 생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 50권이 넘는 책 중에 읽은 것은, 아니 정확히 말해 소장한 것은 겨우 다섯 권 남짓,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본다. 전영애의 <인생을 배우다>에 나오는 문장과 나짐 히크메트의 글귀가 생각난다.

 

“물살을, 삶을 헤치는 법 // …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무슨 강을 이제 어떻게든 못 건너겠는가.”(pp. 50~51).

 

“최고의 날들은 / 아직 살지 않은 날들. / 가장 넓은 바다는 /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 가장 먼 여행은 / 아직 끝나지 않았다.”(pp 14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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