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休.止 - 세상과 싸울 필요 없습니다
마가렛 휘틀리 지음, 강소연 옮김, 황성원 그림 / 부엔리브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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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Perseverance, 인내>다. 그래서 저자는 제 1장 첫 번째 글에서 “삶은 인내의 여정”(p. 13)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까요? 남은 삶을 잘 인내해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p. 14) 이 책이 던지는 화두다. 이 책은 이 화두를 붙잡고 씨름할 수 있도록, 영적 스승, 수도자, 학자, 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한두 편 수록하고 그 옆에 저자 자신의 글을 싣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이 참 예쁘다. 여백이 있는 깔끔한 일러스트 덕에 책이 여유로워 보이고, 책을 들추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하다.

저자의 고백처럼, 세상은 강물이 흐르듯 흘러간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은 함께 흘러간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미래 역시 현재만큼 불확실할 뿐이다”(월트 휘트먼, p. 24). 그래서 사람들은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하고 염려하며 무엇인가 확실한 것을 확보하려고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현명한 삶의 태도일까? 저자는 분명한 어조로 충고한다. “불확실을 벗 삼아 사는 것, 의외로 아주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겁니다”(p. 26). 그렇다. 불확실 속에서도 진리는 있고, 우리는 그 진리를 따라 살려고 하면 된다.  

우리는 욕망을 따라 살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좌절로 생기는 분노는 우리를 집어 삼키고 불태우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은 내 마음에 반응한 것일 뿐이다. 분명,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게다. 때로 격렬한 감정이 생기더라도, 모든 감정은 그냥 지나가는 것뿐임을 명심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조금은 더 담담한 여유로움을 가질 수는 없을까? 현재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여전히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 만나며 살아간다. 그 타인도 고통과 절망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러니 찬사도 비난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남을 탓하지 말고, 남을 향한 공격성을 죽여야 한다. 저자는 8세기경 수도승 샨티디바의 말을 인용한다. “화가 치밀면 나무토막과 같이 앉아 있으라”(p 118). 질투 또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다. 때로는 실패해도 ‘체념’하지는 말고, ‘용인’은 할 줄 알아야겠지. 저자는 “체념은 흠씬 두들겨 맞은 상태”이고 “용인은 체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그만두기”라고 정의한다(p. 157). 실패조차 포용하면 더욱 다채로운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의연한 마음으로 인생살기, 초연(超然), ‘Que Sera Sera(Whatever will be, will be - ‘일어나게 되어 있는 일은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거나 안달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일관된 가르침은 우리는 자신만의 자유롭고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지독히도 열심히 살았으며, 때론 기뻤고, 때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라 하면 또 이렇게 살 것입니다”(p. 234). 토마스 머튼의 글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성공에 등 돌리기 - 결과에 기대지 말라. 지금껏 한 모든 일은 가치가 없고 사실 어떤 결실도 없다는 사실에 직면할 것이다. … 이러한 사실에 익숙해지면 결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의 진실에 집중할 것이다. … 결국 삶에서의 인간관계가 모든 답이 될 것이다”(p. 217). "오직 자신만의 진실한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삶이 위태로운 줄타기처럼 보여도, 언제나 현재를 살고자 한다면, 당신 또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p. 10). 삶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삶에 좌절하거나 분노하거나 또는 삶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다시 집어 읽을 필요가 있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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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바보새 되어 부르는 노래
최태선 지음 / 대장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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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낯설다. 55년생 목사. 그게 다다. 이력에 관해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어 좋다는 그가 오히려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그의 글들은 진솔하다. 목회하면서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고, 그가 인용한 시(詩)와 글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37편의 에세이를 3절로 나누어, ‘삶을 노래하다,’ ‘신앙을 노래하다,’ ‘하나님 나라를 노래하다’라고 제목을 붙였다. 글의 흐름이 부드럽고 읽기 쉽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신변잡기식 잡담이 아니다.  

‘삶을 노래’한 1절의 글들은 그리스도인 개인의 성품과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체로 따뜻하고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운전대를 잡으면 수도승도 별 수 없고, 남의 글에 대한 이해보단 매몰찬 비난 등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사납고 거친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화석습(朝花夕拾)’ 즉, 아침에 떨어진 꽃은 저녁에 가서야 줍는다! 아침에 떨어진 꽃을 곧장 줍지 않고 떨어진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취할 줄 아는 여유로움도 필요하고, 번성의 과거와 쇠락의 현재 사이의 실존적 아이러니도 깊이 고뇌할 줄 아는 삶의 열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가장 가난한 자가 되어 가난한 자들을 돕는다”는 사랑의 수녀회처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남을 섬길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을 노래’한 2절의 글들은 조금 더 급진적이다. 논리와 주장만으로는 교회와 개인의 신앙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윤동주의 시(詩), ‘십자가’에서 “십자가가 허락된다면”이라는 시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인의 표현에는 십자가를 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기꺼이 십자가로 향하는 그의 결심에도, 그것이 자신의 결단이나 희생이라는 오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라 여기는 시인의 겸손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희생이 아니라 은총입니다”(p. 117). 나 자신부터 신앙 생활하면서 마치 주님을 위해 대단한 희생을 하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저자는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눅9:23)에서 ‘지고’는 ‘귀중한 것을 품에 안고 가다’라는 의미가 있는 헬라어 ‘바스타제인’이라고 지적한다. 즉, 십자가는 희생이 아니라 영광이며, 소중이 여기고 품에 안고 가야 하는 것이란다. 나의 신앙생활은 얼마나 무례하고 교만했는지 모른다. 나 자신부터 개혁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삶의 태도와 성품의 바꿈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하나님과 하나님의 인도를 겸손히 ‘받아들이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노래’한 3절은 현실 교회를 향해 서슬이 시퍼런 칼을 들이댄다. 그러면서도 균형이 잡혀 있다. 그는 “교회는 개혁하는 장소가 아니라 경축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브래넌 매닝의 글을 인용하며, 교회가 기쁨의 회합, 의와 평강과 희락이 실현되고,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 아래 샬롬을 경험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 현실 교회의 엄청난 경쟁체제를 비판하며, 교회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올림픽 이념)이 아니라 ‘더 느리게, 더 낮게, 더 가까이’ 살려고 노력하는 나라임을 강조한다. 오늘날 교회는 헌금의 비리가 너무나 많지만, 그렇다고 헌금 없는 교회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돈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이 돈 없는 교회를 추구하는 것은 삶이 없는 교회를 만드는 것”(p. 247)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그 돈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교회는 삶을 나누는 곳이어야 한다.  

저자 최태선 목사가 섬기는 교회에 가보고 싶다. 그가 돈이 없이 산속 집으로 들어갔다는 그의 집에 가서 신앙과 교회, 삶에 대해 저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그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앙의 진정성, 진실함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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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정석 - 한국인의 6가지 걱정에 답한다
최윤식.정우석 지음 / 지식노마드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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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개념이 별로 없는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 최윤식은 미래학자(Professional Futurist)라는 매우 생소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한 사회의 경제 를 연구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데 전문가란 뜻일 게다. 그는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며, 같은 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정우석과 함께 이 책을 집필했다. 아마도 이 연구소의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부의 정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1부에서 ‘한국인의 6가지 걱정’을 잘 나열하고 설명한다. 부동산 버블 붕괴, 자산 가치 하락, 부채의 덫, 일자리 감소, 퇴직연금 붕괴, 세금 폭탄까지 매우 설득력 있게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에 관해, 현재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단계인데 곧 부동산 디플레이션(deflation) 단계에 이를 것이고 2020년경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로 부동산에 대한 뉴 노멀(New normal)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식과 학력, 정보의 인플레이션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용 지식도 빠른 속도로 그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한국은 제 2의 외환위기를 조심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20~30대는 소비 중독, 40~50대는 빚 중독에 빠져 있다고 경고한다.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전체 취업인구의 32%나 되는데, 이것은 OECD 평균인 15.8%의 2배가 넘는 수준이며 이미 포화상태다. 게다가 앞으로 2028년이면 은퇴자가 2,700만 명이 될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세대 간 돌려막기식이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앞 세대에게는 많이 주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 내고 덜 받도록 강제하는 정책뿐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정부의 곳간은 비게 되기 때문에 세금 폭탄이 예상된다. 거기다가 한국은 ‘통일 비용’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휴, 생각하니 다 맞는 말인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개인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돈 문제로 너무 고통 받지 않는 노년의 삶을 살 수 있을까? 2부 ’부의 정석, 미래를 지키는 방패와 창‘에서 그 답을 제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유위기 이후 지금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왔듯, 글로벌 경제는 월드스패즘(world-spasm, 롤러코스터 같은 경련적인 위기)의 시대가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가지 부의 방패와 창을 잘 사용해야 한다. 3가지 방패는 보험, 연금, 빚을 리모델링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리모델링하며, 소비생활을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리스크를 빼고 빚부터 빨리 청산하고, 부동산에 올인하지 말고, 소비패턴을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3가지 창은 소득효과, 좋은 투자효과, 꿈 효과다. 소득효과를 위해서는 지식생산능력을 높이고 네트워크 생산능력을 키워야 한다. 투자효과를 위해서는 3개의 통장시스템, 주거래 통장, 단기 목표 통장, 그리고 꿈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꿈 효과, 즉 인생설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가 아닐까? 

이제 50에 막 들어선 나로서는 ‘정족지세(鼎足之勢) 전략,’ 소득효과, 지혜로운 자산투자 시스템 구축, 연금의 활용으로 은퇴와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리라. 젊은 시절과는 다른 삶을 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조금 적게 소비하고, 좀 더 작은 공간을 소비하고, 더 큰 휴식과 정신적 만족, 유대감 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진짜 부자는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필요한 것이 적은가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이 시대의 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지혜롭게 노후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도전하고 있다. 막연하게 인생을 살지 말고, 주도적으로 살라고 말한다. 정신이 번쩍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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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혼의 약상자 - 어느 시인이 사유의 언어로 쓴 365개의 처방전
이경임 지음 / 열림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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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흥미로운 산문집이며, 아포리즘(aphorism)이다. 한 시인이 시를 쓰지 않고 지낸 오랜 세월동안 혹독한 자기 성찰을 통해 영혼에 풀무질을 가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영혼의 약상자>다. 그는 prologue에서 어떤 서양 철학자의 글을 인용한다. “현란한 빛을 발산하는 자동차의 전조등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 현대인들도 현대라는 현란한 사회에서 정작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혼돈을 겪는다.”(p. 7). 이것은 아마도 본인의 경험이었으리라.  

작가 이경임은 치열하게 사유한 것들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책은 12개월로 나누어 한 달의 날수에 맞추어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아포리즘 형식으로 글을 실어 놓았다. 그가 하루하루 날마다 가지고 놀았던 언어들이었을까? 아니면, 책의 편집상 이런 형식을 취한 것일까? 사유 언어의 열 두 묶음은 그렇게 치밀하지 않다. 조금은 어설픈 모자이크 같다. 차라리 주제를 더 세분화해서 묶었더라면 관심 영역을 찾아 생각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그저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다가 한 두 구절 눈 가는대로 읽는 데는 제격이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글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첫 번째 글 묶음,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에서, 작가는 오지랖도 넓게 지금 이 세대의 정치, 종교, 과학, 사이버 공간, 자본, 상품의 구매, 성 이데올로기, 사이코 패스(psycopath) 등 다양한 내용을 적었다. 과학이 밝혀낸 진리에 따르면 인간은 너무나 초라하다. 코페르니쿠스는 인간의 거처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숱한 변방 중 하나일 뿐임을 밝혔고, 다윈은 인간은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최후 작품이 아니라 원숭이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말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주인은 자의식이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 이루어놓은 물질문명 세계의 업적들에 비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내면의 위상은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듯하다.”(p. 20). 이런 현대를 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글을 하나 더 인용해 본다. “욕망의 충족이 소망인 연인들은 욕망의 제거가 신앙인 수도승들의 삶을 흉내 내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의 과도한 결핍 상태는 누군가의 과도한 과잉 상태와 닮은 점이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복잡한 현실을 일깨운다.”(p. 23). 욕망을 추구하는 삶과 욕망을 제거하는 삶, 어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일까?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것일까? 아니면, 행복에 이르는 길은 둘 중에 하나일까? 이 책의 글들은 행복한 삶에 대한 특효약 처방전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삶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아 영혼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각성제는 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몇 몇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설마른 장작 - 그들(앞서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 위해 극단적인 건조함을 견뎌낸 사람들… 나는 아직 설마른 장작이므로 불이 붙지 않는 것이다.“(p. 133). 

“탐욕 - 자신의 쾌락과 행복과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는 욕망 때문에, 개인은 때때로 타인들과 세상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를 망각한다.”(p. 213). 

"우리는 사치를 누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사람에겐 세 가지 낭비(사치)가 주어져 있다. 먹기, 섹스, 그리고 죽음. … 살아간다는 것은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사치를 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pp. 218~220). 

"종소리 - 종이 울리는 것은 종의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종이 울리는 것은 무언가와 부딪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면 나를 비워야 하고 동시에 나와 부딪히는 것이 있어야 한다.“(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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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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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의 멜로디를 외우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음성으로 전원 교향곡의 주제 멜로디를 부를 수 있다. 매우 부드럽고 목가적인 가락이었다. 그 후로 어떤 서양 작곡가보다 베토벤은 나에게 친숙하다. 그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월광>, <비창>, <열정>, <템페스트>, <안단테> 등을 수없이 들었다. 봄이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들으며 일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베토벤이 작곡한 곡들의 가락을 읊조릴 수 있고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토벤의 삶을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아니 음악가의 전기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베토벤, 그의 삶과 음악>은 베토벤의 삶의 여정을 따라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어, 그의 작품들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특별히 이 책은 베토벤의 생애 순에 따라 그의 작품을 적절히 설명하고, 각 장마다 간주곡들을 실었고 두 장의 CD까지 갖추고 있어서, 작품을 들으며 베토벤의 삶의 격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부록으로 18~19세기 역사 배경과 책에 나오는 인물들 설명, 참고 문헌, 용어집, CD수록곡 해설, 그리고 작가의 연표까지 베토벤의 삶과 작품들을 정리하고 감상하는데 너무나 유용하게 편집되었다. Naxos books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모두 같은 형식으로 출판된 듯하다. 나는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모차르트,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등 시리즈 전체를 빨리 구입해서 음악에 푹 빠지고 싶다.  

이 책에서 얻은 베토벤의 삶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고통’이다. 그는 16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먹여 살릴 책임을 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열악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16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머리는 크고 결코 호감있게 생겼다고 할 수 없었다.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의 명성 뒤에 그는 청각을 서서히 잃어가고 반복되는 복통으로 고생했다. 많은 여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40대에 들어서서는 금전적 어려움에 빠졌다. 43살에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로 대중 앞에 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때로 괴팍했다. 삶에서는 제수와의 갈등과 조카 카를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작품의 공연과 출판에 대해서도 원칙주의자 베토벤의 태도는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일상적인 감각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고통은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산파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밝힌 대로, 베토벤 자신도 고통을 삶의 진상으로 이해했고, 고통을 대하는 그의 태도의 변화가 바로 그의 삶과 음악의 중심 드라마였다(p. 107). 그렇다. 베토벤은 고통을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의 작품, <에로이카>는 베토벤이 이해한 영웅주의의 본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에로이카> 자체가 음악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이다(p. 84). 

그의 임종 모습이 인상적이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커다란 천둥소리가 난 후, 베토벤은 눈을 뜨고 마치 “너희 모두에게, 악의 힘에게 도전한다! 신이 나와 함께 하시니”라고 말하는 듯이 주먹을 흔들었단다(p. 205). 그는 고통이라는 운명에 맞섰고, 실패와 시련에 굴하지 않았다. 고전주의 음악을 뛰어넘은 불운의 천재 음악가, 그의 작품이 웅장하고 위대한 이유는 베토벤 그 자신이 영웅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합창 교향곡을 들어보라. 그 장엄함과 삶의 자유와 환희에 대한 예찬은 마치 자석처럼 우리 인류 모두를 끌어당긴다. “기쁨이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낙원의 딸이여 … 껴안아라, 수백만 사람들이여! 너희 입맞춤을 온 세계에 주어라! … 창조주의 별이 장엄한 하늘을 날듯이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동포여, 너희 길을 나아갈지니, 영웅이 승리를 향해 전진하듯 기쁨으로!”(쉴러의 환희의 송가).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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