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 - 여행의 감동을 선명하게 남기는 방법 스케치로 기록하는 나의 여행기
마크 타로 홈스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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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서 스케치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한 장을 넘기지 못하고, 사진으로 대신했다. 여행 스케치를 잘하려면 빠르고 간편하게 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크 타로 홈스의 책은 여행 스케치를 위한 최고의 조언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먼저 어반 스케치가 무엇이며 언제 출범한 미술운동인지 소개하고 주요 웹 사이트도 알려준다. UrbanSketchers.org 사이트를 즐겨찾기하고 이곳저곳 들러보다 수채화공작소라는 카페까지 연결되었다. 유명 화가들의 수채화와 회원들의 수채화 그리고 어반 스케치를 볼 수 있다. 어반 스케치에 대한 매력은 무엇보다도 매일 이어지는 삶에서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것 그 자체가 예술적 모험이지 않은가! 이 책의 부록은 작은 휴대용 스케치북이다. 정말 마음에 든다.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2색 펜 정도만 준비하면 당장 그릴 수 있다. 아쉽게도 겨울이라 밖에 나가기는 쉽지 않지만 한적한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혹은 집에서도 그림 소재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그리는 것이다. 저자는 스케치 북을 한 달에 한권씩 채워보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세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연필화와 펜화 그리고 수채화를 설명한다. 연필화는 눈에 보이는 것을 제대로 측정해서 실루엣을 올바르게 그리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그 뒤 그림자 형태로 깊이감을 만들어야 한다. 펜화에서는 스쳐지나가는 인물을 몇 분 동안 관찰해서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저자는 이를 앙파상(en passant)이라 부른다. 이런 그림들을 그리려면 무엇보다 위치선정이 중요할 것이다. 사람들을 가장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제스처나 어떤 일관된 유형들을 파악해야 한다. 수채화스케치에서는 세 단계 채색에 관한 설명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연필로 선 스케치를 한 뒤 첫 번째 채색단계는 농도로 두 번째 채색단계는 우유농도로, 마지막 세 번째 채색단계는 농도로 해야 한다.

 

이 책 곳곳에 있는 꿀팁이 마음에 든다. 예를 들어, “보이는 대로 그리지 말고 디자인하기”(p. 50)에서는 눈앞에 있는 것을 단순히 그리기보다 보는 것에 반응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을 참조해서 그릴 때 유의할 점”(p. 55)에서는 시각적 기억은 놀라울 정도로 믿을 만하니 참고사진을 찍는데 시간을 보내지 말고 시각적 기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 그림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자가 느낀 것을 표현해야 한다

 

이 책은 어반 스케치의 정신과 기법까지 매우 친절히 설명하고 있어서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또 책 뒷부분에 있는 갤러리에는 저자의 작품도 여럿 수록하고 저자의 다양한 스케치 실험들을 담아놓은 블로그 citizensketcher.comQR코드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어반 스케치에 대한 의욕이 솟아난다. 한 달 동안 부록으로 딸려 온 휴대용 스케치 북에 그림을 가득 채워 보자고 다짐해 본다. 이 겨울에 어반 스케치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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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라 -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대림 성탄 특강
발터 카스퍼 지음, 김혁태 옮김 / 생활성서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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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교회력으로 대림절이다.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묵상하며 재림을 준비하는 시기다. 신앙인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다. 교의 신학자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이 작은 강론은 대림절 묵상에 많은 통찰력을 준다. 성탄의 핵심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주님과 비슷하게 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인간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1부에서 3부까지는 루카 복음서를 중심으로 강론한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대림 시기의 위대한 인물로 메시야의 오심에 집중하였다. 세례자 요한에 따르면 메시야의 오심은 심판의 사건이다.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루카3,17). 메시아가 심판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 심판의 말씀도 은총의 기쁜 소식”(p. 22)이 된다. 심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면, 하느님의 은총을 값싼 것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를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좋으신 하나님은 악에 맞서는 분 아니신가! 따라서 대림시기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메시아의 첫 번째 오심에 마리아는 온갖 불확실성에도 용기를 내어 라고 말했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실제가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며 동시에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분이시다. 우리는 성모 마리아처럼 침묵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라고 응답하며 마음에 간직함으로써 정의와 사랑의 태양을 예고하는 샛별이 되어야 한다.

 

성탄절에 일어난 일은 놀라운 교환”(p. 96)이다. 하느님 아드님이 가련한 인간의 본성을 취하심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탄절에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셔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내적으로 기쁨과 부유함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온 세상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를 퍼져 나가게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느님이 몸소 사람이 되실 정도로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크게 부풀리면 안 된다. 추기경은 베들레헴 성탄 성당의 문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몸을 굽혀야 하듯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가르친다. 주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우리 자신을 굽혀야 한다. “무릎 꿇고 기도할 때, 우리는 가장 큰 사람이 됩니다.”(p. 132)

 

4부는 마태오 복음서를 따라 그리스도께 경배한 세 현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신비이신 하나님을 찾고 묻는 사람으로서 품위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하나님을 찾는 것(Quaerere Deum)을 멈출 때, 인간은 그저 똑똑한 동물쯤으로 전락하고”(p. 145) 만다. 우리는 나태와 무감각을 버리고 현자들처럼 별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한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잡이가 되셔서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추락시키지 말고, 삶의 작은 기쁨에만 만족하는 속된 인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말씀이 크게 다가왔다. 이번 대림절 시기와 성탄절에는 좀 더 하느님 말씀을 가슴에 담고 겸손히 기도하며,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삶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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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심리학 - 그리스부터 북유럽 신화까지
리스 그린.줄리엔 샤만버크 지음, 서경의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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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삶의 현실을 반영하는 인간 이야기다. 따라서 심리학이 신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태어남에서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삶의 여정을 그리스 신화, 북유럽 신화, 히브리 성경 이야기, 힌두교와 불교 이야기에서 찾아낸다

 

1부의 제목처럼, 모든 것의 시작은 가족이다. 누구나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첫 번째 인간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이고, 이어서 형제 자매 사이의 갈등의 관계를 경험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테티스와 아킬레우스 이야기에서 부모가 자식의 평범함을 인정하기 못하고 지나치게 자녀를 몰아갈 때 자녀들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부모는 자녀와 건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부모는 없다. 문제는 지나친 기대인데, 성숙한 부모라면 자신들이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항상 지나침을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자녀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변함없이 자녀를 사랑으로 대하고 자녀의 인생을 응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자식은 온전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부모들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고 자식이 부모의 인생을 대신할 수 없다.

 

2부는 한 인간이 장성하여 집을 떠나는 인생 여정에서 일어나는 삶의 문제들을 다양한 신화 이야기에서 찾아낸다. 북유럽의 신화 지크프리트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모티브를 제공한 이 신화에서 지크프리트는 용 파브니르를 죽인다. 하지만 그는 황금에는 욕심을 내지 않고,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투구와 니벨룽겐의 반지만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들은 투구를 인생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지 않고 기다리는 때를 분별하는 지혜로, 니벨룽겐의 반지는 마음 깊숙이 자리한 신비한 힘으로, 용 파브니르를 우리 안에 있는 게으름과 타성, 그리고 무의식으로 해석한다. 이 해석들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3, 4, 5부는 인생 여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랑, 지위와 권력의 문제, 그리고 고난에 관한 것이다. 사랑은 삶의 고생을 견디는 힘이지만, 동시에 삶을 파란만장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또 돈과 권력은 인간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이지만, 미다스 왕의 이야기에서처럼 이런 것들에 대한 탐욕은 오히려 인생을 망치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신화는 마지막에 나오는 인드라와 개미들의 행진이야기다. 한 때 제왕의 자리, 인드라에 올랐던 자들은 이제 개미가 되어 행진하고 있다. 덧없는 인생에서 세상에 족적을 남기려는 인간의 몸부림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가! 영원의 관점에서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하찮은 것에 목을 매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금을 의미 있게 사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책을 덮으며 라틴어 경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가 떠올랐다. 수많은 신화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본 유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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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 인문학 여정
로제 폴 드루아.모니크 아틀랑 지음, 김세은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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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책 제목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을 보고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를 잘못 표기한 것이 아닌지 의아했다. 소제목과 목차를 보니, ‘희망’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왜 ‘희망’을 부정적으로 보았는지, 기독교에서의 희망과 오늘날 세속화된 희망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지금도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 무척 흥미로운 주제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이야기부터 해석이 남달랐다. 본래 신화에서 판도라가 연 것은 상자가 아니라 '피토스'라 불렀던 항아리였단다. 거기에 남아 있던 ‘엘피스’는 미래에 닥칠 일을 정확히 예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엘피스’가 항아리에 남아있는 것은 인간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질병이나 죽음이 언제 일어날지 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렇게 희망이라 번역되는 ‘엘피스’는 앎과 모름이 양립하는 단어다. 한편, 플라톤에게 지상에서의 희망은 “인간이 숙명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악이 누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p. 63)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철학자들에게 희망은 부담스러운 대상임이 분명하다. 희망은 이성과 비이성, 위안과 불안,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의미하는 양면성이 있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에서 희망은 믿음, 사랑과 함께 하나님을 대한 세 가지 덕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유대교에서 희망은 이유가 필요 없는 ‘희망을 위한 희망’이다. 따라서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p. 103).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희망하는 일은 포기해야 할 것이 아니라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희망은 각자 마음속에 싹을 틔워 끈질기게 버티는 은밀한 감정이다. 인간만이 희망한다. 따라서 희망을 포기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p. 303).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되게 희망하는 것이다. 오늘날 희망이 얼마나 오용되고 있는가? 희망은 단순한 낙관론이나 긍정적 사고방식이 아니다. 참된 희망은 인간에게 자유와 존엄성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희망은 위험하다.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불확실한 미래는 두려움과 희망을 함께 일으킨다. 이 때 희망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희망은 어린 묘목과 같아서 관심을 가지고 물을 주고 돌보아야 한다.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성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이 땅은 엄청난 불의로 인해 평화가 깨지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좌절한다. 이럴 때 희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연약하다. 하지만 성숙한 시민들은 이 사회에 대해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며 자유를 붙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말로 희망을 붙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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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 내 마음을 알아주는 시와 그림의 만남
이운진 지음 / 사계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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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시와 그림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창문이 되기도 하고, 큰 힘과 위로를 주기도 한다. 이운진은 시와 그림을 통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도 발견한다. 이 책은 세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1전시실에서는 일상의 따뜻함과 사랑의 감정 등을 보여주는 시와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여성의 따뜻한 감성이 잘 드러난다. 2전시실은 우리네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감정들, 절망, 슬픔, 질투, 미움과 용서, 눈물, 외로움, 희망 등을 이야기한다. 3전실은 자화상, 맨발, 거울, 지도, 사과 등, 어떤 사물에 대한 기억 혹은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역사의 한 단편을 이야기 한다.

 

나에게는 2전시실에서 가장 많은 즐거움을 얻었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와 정호승의 시 <용서의 의자>를 연결해서 아버지에 대한 작가 자신의 추억을 엮어 놓은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미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은 사랑과 행복 같은 좋은 감정보다 훨씬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용서를 경험하면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미움이라는 감정 아니겠는가. 시인의 말처럼, “못이 툭 튀어나와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앉아야 하는, 앉을 때마다 삐걱삐걱 눈물의 소리가 나는 작은 의자 하나”(p. 117), 그 의자가 있기에 우리의 삶은 살만한 것일 게다. 나도 용서해야 하는 일보다 용서받아야 할 일이 더 많은 삶았으니, 그 고통스러운 용서의 의자에 앉아 누군가로부터 용서를 받아야겠지.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용서의 의자에 앉는다면 기꺼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일으켜 세워야겠지. 삶은 그렇게 이어져 가는 것이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희망>과 천양희의 <희망이 완창이다>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운진은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고 … 나는 이런 걸 동경해요.”(p. 144), 겨우 열여섯의 어린 소녀의 보잘 것 없는 희망은 안네 프랑크가 살았던 시절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와츠의 그림은 또 어떤가? 작가는 이 그림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게 감동받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감옥의 독방에 걸어놓았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에도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와츠는 이 그림을 예순아홉 살에 그렸다고 덧붙인다.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p. 149)라는 천양희의 시 첫 구절 덕분에 와츠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게 된다. 희망이란 본래 절망스러울 때 꿈꾸는 것이니, 절망만한 희망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마음 팍팍하고 힘들 때, 이운진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시와 그림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굳이 작가의 이야기를 집중하지 않아도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과 시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지막하게 읊조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힘든 하루를 보낸 이들이 저녁에 펼쳐들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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