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화로 읽는 심리학 - 그리스부터 북유럽 신화까지
리스 그린.줄리엔 샤만버크 지음, 서경의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신화는 삶의 현실을 반영하는 인간 이야기다. 따라서 심리학이 신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태어남에서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삶의 여정을 그리스 신화, 북유럽 신화, 히브리 성경 이야기, 힌두교와 불교 이야기에서 찾아낸다.
1부의 제목처럼, 모든 것의 시작은 가족이다. 누구나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첫 번째 인간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이고, 이어서 형제 자매 사이의 갈등의 관계를 경험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테티스와 아킬레우스 이야기에서 부모가 자식의 평범함을 인정하기 못하고 지나치게 자녀를 몰아갈 때 자녀들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부모는 자녀와 건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부모는 없다. 문제는 지나친 기대인데, 성숙한 부모라면 자신들이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항상 지나침을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자녀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변함없이 자녀를 사랑으로 대하고 자녀의 인생을 응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자식은 온전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부모들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고 자식이 부모의 인생을 대신할 수 없다.
2부는 한 인간이 장성하여 집을 떠나는 인생 여정에서 일어나는 삶의 문제들을 다양한 신화 이야기에서 찾아낸다. 북유럽의 신화 ‘지크프리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모티브를 제공한 이 신화에서 지크프리트는 용 파브니르를 죽인다. 하지만 그는 황금에는 욕심을 내지 않고,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투구와 니벨룽겐의 반지만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들은 투구를 인생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지 않고 기다리는 때를 분별하는 지혜로, 니벨룽겐의 반지는 마음 깊숙이 자리한 신비한 힘으로, 용 파브니르를 우리 안에 있는 게으름과 타성, 그리고 무의식으로 해석한다. 이 해석들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3부, 4부, 5부는 인생 여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랑, 지위와 권력의 문제, 그리고 고난에 관한 것이다. 사랑은 삶의 고생을 견디는 힘이지만, 동시에 삶을 파란만장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또 돈과 권력은 인간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이지만, 미다스 왕의 이야기에서처럼 이런 것들에 대한 탐욕은 오히려 인생을 망치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신화는 마지막에 나오는 “인드라와 개미들의 행진” 이야기다. 한 때 제왕의 자리, 인드라에 올랐던 자들은 이제 개미가 되어 행진하고 있다. 덧없는 인생에서 세상에 족적을 남기려는 인간의 몸부림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가! 영원의 관점에서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하찮은 것에 목을 매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금을 의미 있게 사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책을 덮으며 라틴어 경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가 떠올랐다. 수많은 신화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본 유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