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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라 -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대림 성탄 특강
발터 카스퍼 지음, 김혁태 옮김 / 생활성서사 / 2016년 10월
평점 :
지금은 교회력으로 대림절이다.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묵상하며 재림을 준비하는 시기다. 신앙인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다. 교의 신학자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이 작은 강론은 대림절 묵상에 많은 통찰력을 준다. 성탄의 핵심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주님과 비슷하게 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인간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1부에서 3부까지는 루카 복음서를 중심으로 강론한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대림 시기의 위대한 인물로 메시야의 오심에 집중하였다. 세례자 요한에 따르면 메시야의 오심은 심판의 사건이다.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루카3,17). 메시아가 심판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 “심판의 말씀도 은총의 기쁜 소식”(p. 22)이 된다. 심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면, 하느님의 은총을 값싼 것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를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좋으신 하나님은 악에 맞서는 분 아니신가! 따라서 대림시기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메시아의 첫 번째 오심에 마리아는 온갖 불확실성에도 용기를 내어 “예”라고 말했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실제가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며 동시에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분이시다. 우리는 성모 마리아처럼 침묵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예”라고 응답하며 마음에 간직함으로써 정의와 사랑의 태양을 예고하는 샛별이 되어야 한다.
성탄절에 일어난 일은 “놀라운 교환”(p. 96)이다. 하느님 아드님이 가련한 인간의 본성을 취하심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탄절에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셔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내적으로 기쁨과 부유함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온 세상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를 퍼져 나가게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느님이 몸소 사람이 되실 정도로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크게 부풀리면 안 된다. 추기경은 베들레헴 성탄 성당의 문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몸을 굽혀야 하듯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가르친다. 주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우리 자신을 굽혀야 한다. “무릎 꿇고 기도할 때, 우리는 가장 큰 사람이 됩니다.”(p. 132)
4부는 마태오 복음서를 따라 그리스도께 경배한 세 현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신비이신 하나님을 찾고 묻는 사람으로서 품위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하나님을 찾는 것(Quaerere Deum)을 멈출 때, 인간은 “그저 똑똑한 동물쯤으로 전락하고”(p. 145) 만다. 우리는 나태와 무감각을 버리고 현자들처럼 별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한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잡이가 되셔서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추락시키지 말고, 삶의 작은 기쁨에만 만족하는 속된 인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말씀이 크게 다가왔다. 이번 대림절 시기와 성탄절에는 좀 더 하느님 말씀을 가슴에 담고 겸손히 기도하며,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삶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