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포스터 하우 투 드로잉 Basic 월터 포스터 하우 투 드로잉
월터 포스터 크리에이티브 팀 지음, 오윤성 옮김 / 미디어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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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포스터는 화가이자 교육자였기에 그가 직접 저술한 드로잉 책은 드로잉북 출판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월터 포스터 퍼블리싱’에서는 수많은 드로잉 시리즈를 펴냈다. 그 중 핵심 주제만 골라 엮은 책이 바로 이 책, <월터 포스터 하우 투 드로잉 BASIC>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자는 누구나 탐내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초보자가 알아야할 드로잉 테크닉을 꼼꼼하게 알려준다는 데 있다. 드로잉의 도구와 재료부터 시작해 드로잉 준비 운동, 대상을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법,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기본 형태, 드로잉 워밍업까지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게 알려준다. pp.32~43에는 스케치할 대상을 관찰해서 단순한 형태로 분해해서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데,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따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드로잉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는 꽃과 풍경 드로잉을 보여준다. 동물 드로잉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드로잉을 가르쳐주는데, 고양이, 개, 말은 챕터를 달리하여 아주 다양한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개 드로잉에 필이 꽂혔다. 다양한 종류의 개를 그리는 법을 보여주고, 개의 몸 비율, 눈과 발, 주둥이도 자세하게 보여준다. 열심히 따라해 본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사람을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느낀다. 실물과 똑같이 그려야 하는 중압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 두상과 어른 두상의 차이점, 어른의 얼굴 비율과 다양한 이목구비를 한 장 안에 비교해서 볼 수 있게 제시한다. 인체 드로잉과 인체 해부 드로잉, 그림의 구성과 원근법까지 수록해 놓았다.

 

정말 멋진 책이다. 내 속에 있는 드로잉의 본능을 마구 깨우는 책이다. 드로잉을 위해서는 이 책 한권이면 족하다. 문제는 드로잉 연습일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그리고 또 그려보고 싶다. 내 책상 위에는 작은 이젤과 2B, 4B연필, 콩떼 연필, 떡 지우개가 놓여있다. 이것들이 놀자고 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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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이덕임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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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대한 철학적 담론!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전체주의는 분노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오늘날 과격한 테러를 일삼는 극단주의 이슬람의 분노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분노가 어떻게 역사 발전과 변화의 중심 동력이 되었는지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80페이지에 달하는 긴 서문을 읽으며 좌절했다. 지금까지 어려운 책을 읽을 때, 한번 읽어서 이해가 안 되면 내가 지식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읽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다. 읽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읽어도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난해한 번역에 대해 분노가 생긴다. 어쨌든 오기가 생겨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저자의 프로필을 살핀다. 저자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칼스루에 조형대학에서 미학 및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란다. 거기에 적혀있는 문구를 오래 생각해 보았다.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분노를 발전과 변화의 중심 동력이라고 말한다. …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20세기 전체주의는 분노를 모으고 조직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활용하고 거대한 이데올로기로 변모시킨 주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책을 펼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 철학, 정치 집단들이 분노를 사용해 무엇인가 역사의 흐름을 주도했다. <일리아드>의 첫머리도 이렇게 시작한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이 문장에서 어떤 비극적인 엄숙함이 느껴진다. 고대의 영웅들은 자신들을 분노하는 신의 팔다리로 느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분노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분노를 ‘티모스’라는 그리스어와 연결시킨다. 티모스(Thymos)는 자아 분출 에너지, 자존심,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구가 성립할 것이다. ‘나는 불만을 느끼며 분노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기독교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동생 아벨을 죽인 형 카인에게 말씀했다. “어찌하여 너는 격노하느냐, 어찌하여 네 안색이 그리 변하느냐” 결국 카인은 동생을 죽인 죄의식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카인의 표’란 피로 원수를 갚던 사람들에게 경고의 신호일 수도 있다. 분노하며 복수하려면 일곱 배에 달하는 복수를 당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기독교는 분노에 관해 이런 메시지를 전함으로, 좀 더 합리적이고 정의로는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기독교는 분노하는 신이라는 개념 아래 자연스럽게 지옥도 가르친다. 그러나 과연 분노(심판)하시는 신과 지옥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을 정의롭게 살도록 할 수 있을까? 한편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분노를 어떻게 이용했는가?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분노를 에너지로 이루어졌다. 자본주의도 나름대로 분노를 이용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확실히 저자의 주장처럼 인류 역사는 ‘분노’라는 에너지에 의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 표지에도 있는 구호 같은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기억하라. 분노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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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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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경철 교수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책 <문화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부터 그렇게 되었다. 올해 초에는 <그해, 역사가 바뀌다>를 읽고 역사를 보는 시각이 조금 열렸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한 1492년, 유럽이 경제사적으로 패권을 잡은 1820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인 1945년 등, 역사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파악하게 해 주었다. 학창시절 연도를 외우는 것이 싫어 역사를 멀리했었는데 주 교수의 책을 읽고 세계역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주 교수의 또 다른 책이 나왔다. 바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이다. 이미 네이버캐스트에 연재했던 것들을 모아 묶은 것이었다. 역사학자로서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 그는 훌륭하게 해냈다. 그는 나름 최선을 다해 ‘선정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저자 후기에서 밝힌다. 맞다. 이 책 매우 선정적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글들이다.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이라는 소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신비로운 여인 잔 다르크, 유럽의 중심부에 거대한 왕국을 건설하려했던 부르고뉴 공작들, 세계 기독교 제국을 꿈꾸었던 카를 5세, 잉글랜드를 강력한 왕조국가로 키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불사했던 헨리 8세, 유럽을 넘어 근대 세계로 나가는 문호 콜럼버스, 에스파냐 재정복 운동의 살아있는 화석 콜테스와 말린체, 르네상스 시대 과학 예술의 최고봉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유럽의 정치 종교의 대지진을 만들어낸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까지 흥미롭지 않은 인물이 하나도 없다.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할 때는 연도와 사람 이름을 외우며 전체 흐름을 따라가기에 고달팠다. 하지만 이 책은 흥미로운 인물 중심으로 마치 소설을 읽듯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유럽 중세 역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특정 인물 중심의 역사 서술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는 진리가 경험되는 순간이다. 특히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라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에 대한 글, “루터, 세상을 바꾼 불안한 영혼”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그가 <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소책자에서 유대인을 암적 존재로 묘사하면서 그들을 추방하자고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400년 후 히틀러에 의해 실행에 옮겨졌다. 확실히 인간은 모두 시대의 자식들로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나약하고 때로는 어리석고 하찮게 행동한다. 그런데 그런 인간의 행동이 역사를 만들어간다.

 

이 책의 말미에 있는 부록, ‘유럽사 연표(15세기~!6세기 중반)’도 이 책을 다 읽고 역사 흐름을 정리하는데 유익했다. 주교수의 유럽인 이야기 2권(근대의 빛과 그림자), 3권(세계의 변화를 주조한 사람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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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학교 - 삶의 한복판에서 마주한 인생수업
송태인.최진학 지음 / 미디어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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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전을 따분한 책으로 생각하는 것은 고전을 오늘의 삶에 제대로 연결시켜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전을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고전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서양의 여덟 권의 대표고전을 살아있게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대표고전으로 뽑은 것은 플라톤의 <국가>, 장자의 <남화진경>, 맹자의 <맹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공자의 <논어>, 석가모니의 <금강삼매경>, 노자의 <도덕경>이다. 모두 굵직굵직한 대표고전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엄청난 고전들을 어떻게 한권으로 묶었을까 궁금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기가 쉽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마을 주민, 공자와 학생, 장자와 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직장인, 맹자와 정치인, 아우구스티누스와 종교인, 석가모니와 주부, 노자와 과학자의 대화를 가상으로 설정하였다. 참신한 시도다. 그리고 각 책의 대표적인 사상을 쉬운 말로 잘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와 마을 주민의 대화 속에 ‘나눔경제론’이 언급되었는데, 이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핵심 사상 중 하나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직장인의 대화에서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오는 품성의 덕과 자제력 없음, 중용의 가치 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주 자연의 진리를 깨닫고자 했던 노자와 과학자를 연결시킨 것도 훌륭하다.

 

갑자기 저자가 궁금해졌다. 이 책 날개에 수록된 프로필에 따르면, 저자 송태인과 최진학은 ‘국제자연치유대학’과 관련이 있는 분들이다. ‘국제자연치유대학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대한불교승인으로 출연된 비영리 단체란다. 대학원은 생긴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교육과 내적치유능력을 구축하고자 세운 단체이며, 이 책은 이런 목적에 맞추어 출간된 듯하다. 고전들을 통해 잃어버린 진정한 ‘나’를 찾아보고, 나를 찾음으로 ‘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고, 나아가 ‘우리’에 대한 인식을 가져 보자는 시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이 곧 약점이기도 하다. 한 권을 오래 연구해도 다 이해할 수없는 위대한 고전 여덟 권을 한 책에 담으려니 깊이 다룰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입문서로 삼아 여덟 권의 고전을 하나씩 섭렵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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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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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든 철학은 한 때 미술의 연인이었다고 주장하며, 철학과 미술의 만남을 모색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술책들은 작품 자체에 대한 해석과 감상에 치중하는 반면, 이 책에서 미술 작품은 사유를 자극하는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작가 박홍순은 마그리트의 작품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마그리트의 <헤라클레이토스의 다리>를 통해 모든 만물이 변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동일성과 반복의 개념을 날카롭게 구분하는 질 들뢰즈의 철학의 소개한다. 그리고 변화와 차이를 인정할 때 철학적 사고는 출발선에 서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소개한다. 한 남자가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에는 남자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 비추어진다. 마그리트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표현함으로써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거울로 뒷모습을 보는 일은 불가능하기에 이 그림의 제목이 <금지된 재현>이다. 한편,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실을 재현하는 것도 사실의 일부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보고 안다고 하는 것, 실상은 얼마나 확실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저자는 로비스 코린트의 작품까지 말하며 철학자 디오게네스, 데카르트, 소크라테스를 거론하고 이들의 주장까지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이다. 마그리트의 작품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골콘다>, <빛의 재현>, <개인의 가치>, <음울한 미래>, <새를 먹는 소녀>, <붉은 모델>, <꿰뚫린 시간> 등을 통해,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 기호, 관계, 모순, 개별성, 욕망, 정상과 비정상, 예술 등을 생각한다. 마그리트의 작품들에 다양한 화가들과 철학자들을 연결할 수 있는 박홍순 작가의 박학다식과 그 철저한 사유방식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글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내가 지금 철학책을 읽는 것인지 미술책을 읽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런데 책을 중반 이상 넘어가면서 마그리트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작가의 의도를 다양하게 해석해 보게 되었다. 말하자면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철학적 사유를 즐기고 있었다. 철학과 미술은 연인 관계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저자의 또 다른 책, <미술관 옆 인문학>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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