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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평점 :
이 책은 모든 철학은 한 때 미술의 연인이었다고 주장하며, 철학과 미술의 만남을 모색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술책들은 작품 자체에 대한 해석과 감상에 치중하는 반면, 이 책에서 미술 작품은 사유를 자극하는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작가 박홍순은 마그리트의 작품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마그리트의 <헤라클레이토스의 다리>를 통해 모든 만물이 변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동일성과 반복의 개념을 날카롭게 구분하는 질 들뢰즈의 철학의 소개한다. 그리고 변화와 차이를 인정할 때 철학적
사고는 출발선에 서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소개한다. 한 남자가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에는 남자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 비추어진다. 마그리트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표현함으로써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거울로 뒷모습을 보는 일은 불가능하기에 이 그림의 제목이 <금지된
재현>이다. 한편,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실을 재현하는 것도 사실의 일부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보고 안다고 하는 것, 실상은
얼마나 확실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저자는 로비스 코린트의 작품까지 말하며 철학자 디오게네스, 데카르트, 소크라테스를 거론하고 이들의
주장까지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이다. 마그리트의 작품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골콘다>, <빛의 재현>, <개인의
가치>, <음울한 미래>, <새를 먹는 소녀>, <붉은 모델>, <꿰뚫린 시간> 등을 통해,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 기호, 관계, 모순, 개별성, 욕망, 정상과 비정상, 예술 등을 생각한다. 마그리트의 작품들에 다양한 화가들과 철학자들을
연결할 수 있는 박홍순 작가의 박학다식과 그 철저한 사유방식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글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내가 지금 철학책을 읽는 것인지 미술책을 읽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런데 책을 중반 이상 넘어가면서 마그리트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작가의 의도를 다양하게 해석해 보게 되었다. 말하자면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철학적 사유를 즐기고 있었다. 철학과 미술은
연인 관계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저자의 또 다른 책, <미술관 옆 인문학>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