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의 인문학 - 거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잘게 썰어보기
권기복 지음 / 웨일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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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 없는 책은 창문 없는 집처럼 갑갑합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문학적 지식을 한 컷의 그림으로 명쾌하게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기획된 책이 바로 <한 컷의 인문학>입니다. 인간과 사회에 관한 수많은 이론과 주장들이 큰 소리를 내며 서로 충돌합니다. 이런 명제들을 곱씹어 보는 것이 인문학적 공부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제들은 때로 너무 방대하거나 깊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합니다. 저자 권기복은 거대한 지식을 그림과 함께 명쾌하게 설명해 내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서문의 제목처럼, “인문학이라는 밥에 그림이라는 고명을 얹어서독자들에게 떠먹여 줍니다. 물론 꼭꼭 곱씹는 일은 독자의 몫이지만, 다양한 활자체와 활자 크기, 거의 모든 페이지에 있는 큼직한 만화가 지루함을 확 덜어내고 집중력을 높여 줍니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제일 먼저 들고 나옵니다. 현대 사회가 나르시시즘에 깊게 빠지게 된 연유, 소비사회에서 섹슈얼리티가 중요하게 된 이유, 오늘날 성평등과 동성애가 사회적 이슈가 된 까닭, 탈마법화된 사회에서 사랑이 필요한 이유 등에 대해 많은 지식인의 주장을 소개하며 차근히 설명합니다. 2장은 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돈이 생기게 된 상황, 긍융의 탄생 과정, ‘금본위제가 사라지게 된 역사적 배경, 화폐제도의 허구성, 시장 논리가 삶의 영역을 침범할 때 일어나는 폐해 등을 말합니다. 3장은 자유주의, 4장은 마르크스주의, 5장은 공화주의를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중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책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적 공부가 어렵다고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 책으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마음에 남는 문장들도 꽤 많습니다.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p. 55).


사회적 신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이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p. 131).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란 생존에 필요한 임금을 받기 위해 억지로 참아야 하는 고통이 되었으며, 노동에 매달리는 만큼 삶은 더욱더 비참해졌다.”(p. 215).


“‘민주는 권력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뜻이며, ‘공화는 이 권력이 모두를 위해 공평하게 쓰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p. 251).


진정한 공동체란 에게 공적 행위를 기대하는 사회다. 사람들이 스스로 나의 말과 행위에 사회의 명운이 달려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p.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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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사람 글의 사람
이재영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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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이재영은 이채로운 이력을 가졌습니다. 그는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인데,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합니다.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보니 여러 채널에서 노트 쓰기에 관한 강의가 있더군요. 이 책에서 저자는 말과 글에 관해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홀딱 반했습니다.


프롤로그에는 말과 글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말은 우리의 현재를 지속시켜 주고, 글은 우리의 시간을 영원으로 인도한다. 그러니 우리는 말과 글로 현재에 머물며 우리의 현재를 불변의 것으로 바꿀 수 있다”(p. 5). 이 문장에 밑줄을 긋고 한참을 머물러 있었습니다. 말이 우리의 현재를 지속시켜 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2장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백록>의 저자 어거스틴은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Dubito ergo sum)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존재와 관련해 시간에 대해서도 의심을 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을 점령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말을 하는 한 덩어리의 시간은 말이 끝남과 함께 과거로 흘러갑니다. 말을 하는 동안은 시간을 점령하여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말을 하는 동안은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3장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통해 말하기의 4요소(논리, 음성, 말투, 운율)를 설명하고 제5요소인 침묵을 언급합니다. 4장에서는 말의 사람들을 실례로 듭니다. 언어 조작의 선동가 히틀러 이야기부터 시작해 수사학으로 무장한 논쟁가 마르틴 루터, 소통의 달인 공자, 창조를 위한 위험한 말 폭풍의 대가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5장과 6장은 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마치 연속 강연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말의 힘과 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깊이 깨닫게 한 독서였습니다. 저자가 서예 훈련의 비밀을 설명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서예는 임서(臨書) 수련인데, 임서 1단계는 형태를 그대로 본뜨는 형임(形臨)의 단계입니다. 임서 2단계는 형태를 본뜨는 것을 넘어 필의(筆意)를 알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서 3단계는 자신만의 글을 뽑아내는 배임(背臨)의 단계입니다. 서예처럼 훌륭히 말하거나 글을 쓰려면 이런 단계를 거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생각 덩어리를 얼마나 오랜 시간 덩어리에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P. 273)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쌓아가고 이어가면서 자신만의 삶을 창조해 가기 때문입니다. 말과 글에 관해 깊은 사유하게 한 멋진 독서였습니다. 어떻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깨달음과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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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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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합니다. 때론 이런 선율을 만든 작곡가의 삶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는 이런 마음을 가진 클래식 애청자를 따뜻하게 안내하며 음악에 한층 몰입하게 해 줍니다. 저자는 2002년부터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마이크를 잡았다는데,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은 그 관록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책은 문턱에서 삶의 고단함과 외로움에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클래식 해설입니다. 작곡가의 삶과 곡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다 보면, 어느새 미래에 대한 소망과 삶을 살아낼 용기가 생깁니다. 음악으로 겸허해진 마음에는 평화가 깃듭니다.


이 책은 가을에 듣기 좋은 명곡부터 시작해서 겨울, , 다시 여름에 감상하면 좋을 곡들과 작곡가에 대한 해설로 이어집니다. 처음 소개하는 곡과 작곡가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타레가입니다. 기타 연주곡으로 가장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저도 기타로 어느 정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트레몰로 기법으로 연주해야 하기에 꽤 시간을 들여 연습해야 합니다만, 그 신비로운 선율에 매료되어 클래식 기타를 처음 배울 때부터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었습니다. 정작 곡은 익숙하지만 작곡가 타레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 기타 명곡이 없어 타레가는 클래식 거장들의 작품을 기타로 연주할 수 있도록 일일이 편곡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트로멜로 주법은 타레가가 건강의 문제로 손톱이 자리지 않게 되자 개발한 연주법이라는 소개와 절실함이 예술이 되었다라는 설명에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 더 애잔하면서도 신비롭게 들렸습니다.


이지혜의 클래식 해설을 따라 유튜브에서 곡을 검색해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녀 덕분에 헨리 입센의 희곡 <페르 퀸트>의 줄거리를 알게 되고, 이 희극에 삽입된 그리그의 음악에 흠뻑 취했습니다. 이전부터 익숙했던 제1모음곡에서의 아침과 제2모음곡에서의 솔베이그의 노래뿐 아니라 동양풍의 아니트라의 춤아라비아 춤의 매력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그의 나라 노르웨이에 대해 궁금증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학 시절에 많이 들었던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겨울에 즐겨 들었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 옛추억을 소환하며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곡들은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곡들인데, 이지혜의 해설 덕에 훨씬 친근하게 다가오고 세심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삶에 지치고 피곤한 분들, 밤이 길어지는 이 가을과 초겨울에 이 책과 함께 클래식의 세계로 들어와 보세요. 그대 영혼의 안식과 평화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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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게리 토마스의 일상영성 1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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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회가 사회에 지탄의 대상이 된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입니다. 정확히 말해 예수는 좋지만, 기독교인들은 싫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독교의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합니다. 이러한 때에 믿는 자들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 뿌리 깊은 영성을 붙잡아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 게리 토마스는 교회와 대학교에서 영성 계발을 가르치는 사역자입니다. 나는 그의 다른 책,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 <일상 영성>, <거룩이 능력이다>를 읽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간절히 거룩함을 추구하며 그리스도를 닮고자 하는지 알기에, 큰 기대를 걸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Part1 영적 성장, 그 방법과 훈련에서는 균형 잡힌 기독교 영성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하나님과 단둘이라는 배타적 사고방식을 거부합니다. 진정한 영성은 타인의 유익을 구하는 삶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내면생활(기도, 묵상, 하나님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과 공적 사역(가르침, 치유, 가난한 이들을 섬김)에 균형을 이루셨습니다. 또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을 동시에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 베드로의 사랑을 회복시켜 주실 때도 주님을 사랑한다는 고백과 주님의 양을 치는 마음, 이 두 가지 응답을 요구하셨습니다. 저자는 영적 훈련의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다섯 가지는 경건한 독서, 살아있는 모법을 본받기, 덕을 기르기, 일찍 일어나기, 반추하는 삶입니다. 6장부터 10장까지는 영적 훈련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독자에게 실천에 옮기라고 도전합니다. 그리고 11장에서 은혜로 사는 법을 배우라고 권면합니다. 영적 훈련이 율법주의로 기우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처방이 되기 때문입니다. ‘Part2 죄의 유혹에서는 참된 거룩과 가짜 거룩을 설명하고, 죄의 유혹에 반응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유혹에 넘어졌어도 덕으로 꾸준히 성장하면 악을 서서히 정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Part3 절대적 순복‘Part4 고요하고 겸손한 삶에서는 불평 대신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즐거움과 겸손한 삶에 대해 말합니다. ‘Part5 죽음, 고난, 영적 식탐에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안락한 삶에 대해 집착하지 말고 고난을 달게 받을 것을 권면합니다. 마지막 ‘Part6 영혼의 계절과 영혼의 수술에서는 영적 계절과 기후, 지형 등을 설명하면서 영성 지도를 받음으로 계속 성장할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이 책은 영성 훈련과 지도에 관해 매우 포괄적이며 상세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가르침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탁월한 기독교 고전을 준거(準據)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뒤편에 실린 기독교 고전 소개에 나와 있는 고전들을 찾아 읽어본다면 주님을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믿음의 여정을 기쁘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믿음과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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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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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니콜 굴로타는 결혼하여 아이를 출산 양육하면서도 여전히 작가로 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와일드 워즈’(Wild Words)라는 글쓰기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처럼 작가로 살기 원하는 사람들의 성장을 돕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그녀의 글에는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일과 작가로 살아가는 일을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들이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Wild Words)>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글쓰기를 원하는 이상 이미 작가라고 생각하며 하루에 한 번, 적어도 한 단어씩이라고 쓰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원했습니다. 변하는 환경이 글쓰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글쓰기 힘들 때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니콜 굴로타는 영락없는 작가입니다. 그녀가 힘주어 말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글쓰기와 가족 그리고 일은 각기 분리된 요소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서로를 향상해주는 삶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만일 글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려고 할 때 마주하게 될 상황을 열 가지의 계절로 표현합니다. 시작의 계절(The Season of Beginnings)은 생각의 씨앗을 어둡고 영양가 많은 토양에 심는 시기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루에 단 한 단어라도 쓸 수 있는 시간의 여백과 공간을 찾는 일입니다. 이 시기에는 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글의 순수한 잠재력은 구현되는 법입니다. 의심의 계절(The Season of Self-Doubt)은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만드는 약해진 믿음을 한편으로 젖혀 두는 시기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작가라인식하고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개하는 일일 겁니다.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면 정말로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도 생긴답니다. 이 책, 이런 식으로 저자 자신이 작가로 책을 내기까지 경험했던 것을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매장마다 있는 의식과 루틴항목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을 꽤나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실행에 옮기기에 좋습니다. 또 이곳저곳에 실린 작가들의 명언도 감동과 도전을 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일기라도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글쓰기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행복임을 느꼈습니다. 작가로 살고 싶은 분, 전문 작가는 아니더라도 정직한 글을 꾸준히 쓰기 원하는 분은 이 책 꼭 읽어보세요. 많은 도전과 격려가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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