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의학, 정치, 사회, 음악, 과학, 고고학, 무용, 패션, 문학, 등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 나선 이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저자 김경민이 소개한 15명 중 절반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에 관해서도 완전히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알찬 정보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해부학계에서는 성경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진 갈레노스의 해부학을 비판하는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파브리카)>를 썼다. 하지만 많은 비난에 결국 자신의 모든 연구 자료를 불태우고 황제의 주치의로 쓸쓸히 죽었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기 시대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얼마나 큰 아픔이 따르는지 생각해 본다. 또한 우리 모두는 시대의 아들들로 시대적 통념을 뛰어 넘을 수 있지만 모든 오류를 다 극복할 수 없다는 진실, 따라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또 인간의 본성과 정치세계의 냉혹함과 예측불허성을 정직하게 분석한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나의 편견이 이 책을 통해 교정 받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 막시밀리아 드 로베스피에르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그는 오직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민중의 혁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다 죽임을 당했지만, 평등주의와 참 민주주의를 세우려는 그의 열정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청각을 잃고도 고전주의 음악을 완성하고 낭만주의 음악이라는 새 시대의 길을 연 루트비히 반 베토벤, 모두가 전설속의 도시로 생각한 트로이를 발견한 하인리히 슐리만, 현대 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던컨, 실용적인 디자인과 단순함의 미학으로 패션의 새 지평을 연 코코 샤넬, 문화인류학의 대모 마거릿 미드, 테슬라 모터스와 스페이스엑스를 세운 21세기의 진정한 모험가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특히 알제리의 해방을 위해 힘쓴 파란츠 파농과 <오레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진보했는가? 앞으로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적 관습과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작곡한 사중주의 마지막 악장에 기록한 내용 -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p. 134) - 은 운명이 지금 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에 달려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모험적인 생각과 질문이 세상을 바꾸어 지금의 사회를 만들었고, 우리는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파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마지막 문장은 “마지막으로 나는 기도한다. ‘오 나의 육체여, 나로 하여금 항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 되게 하소서.’”(p. 277)라고 한다. 이 책, 나에게 무척이나 도전적으로 질문한다. 지금 너는 어떤 질문을 하고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