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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인문학 -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9인의 사유와 통찰
전병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간의 근원적 질문에 대해 철학, 과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문화심리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상가들과 대화한 것을 묶은 <궁극의 인문학>은 그야말로 지혜의 향연(symposium)이다. 이 잔치를 마음껏 즐겼다.
고전학자 이태수와의 첫 번째 인터뷰부터 신선했다. 특히 우리 인문학은 우리말로 해야 한다는 것과 스타 강연보다 소수의 인원이 저녁 때 모여 책 한 구절 놓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키워가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렇다. 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인식된 사실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성찰 없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장님에게 좋은 지팡이를 장만해주면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p. 37)과 같다.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이끌어도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9명의 사상가들 중 유발 하라리와의 인터뷰가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그의 얼굴 사진을 보면, 지적인 외계인이란 느낌이 든다.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세 가지 혁명을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꼽은 것도 흥미로웠고,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인간성 자체가 급격한 혁명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인간이 신체와 유리된 존재가 되어왔는데, 그래서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의 가치, 내가 실제로 감각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9명의 인터뷰이들은 모두 한 분야에 나름대로 독특하고 깊이 있는 생각들을 들어낸 사상가들이다. 인터뷰어 전병근은 각 인터뷰 intro와 outro를 통해 어떻게 이들을 인터뷰하게 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어, 인터뷰이들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인터뷰이에 관한 소개에서 그들의 책들을 꼼꼼히 확인해 보고 읽어야 할 책들을 체크해 본다.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완성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책, <궁극의 인문학>은 나에게 인문학 바다의 언저리에서 거닐지 말고 그 깊은 바다에 뛰어들라고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