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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네 조각이 전해준 살아갈 이유
마그다 홀런데르-라퐁 지음, 하정희 옮김 / 예지(Wisdom)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마그다 홀런데르-라퐁은 열여섯에 쇼아(홀로코스트)를 경험한 헝가리계 유대인 소녀다. 1부 '시간의 길들'에서는 절멸의 수용소와 그곳에서 벗어난 경험들을 담백하게 증언하고 있다. 2부 '어둠에서 환희로'는 주로 회고적 관점에서 쇼아 경험의 의미를 나누고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면, 므가다 홀런데르-라퐁은 <빵 네 조각이 전해준 살아갈 이유>에서 엄청난 고통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엄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개인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로 죽인 것은 이밖에 없다"는 비시 정부 유대인 절멸 계획 책임자의 말에 절멸 수용소에 대한 증언의 글을 힘들게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쇼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느끼는 고독감과 죄책감으로 괴로워했지만 증언자로서의 사명을 붙잡은 것이다. 죽어가는 한 여자가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빵 네 조작을 주면서 한 말, "먹어. 넌 젊잖아, 살아남아서 여기서 일어난 일을 증언해. …"(p. 97)을 전한다. 그녀는 개신교도로서 하나님이 아담과 가인에게 물으신 질문이 자신 안에 머물고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다고 고백한다(p. 102). 하나님은 아담에게 "네가 어디 있느냐"(창3:9)고, 가인에게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창4:8~9)고 물으셨다. 마그다에게 증언은 삶의 진리와 대면하는 것이며, 자유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며, 삶을 긍정하고 희망을 붙잡은 것이며,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완성하는 것이다.
여기, 나에게 큰 울림을 주고 나를 깊은 사색으로 이끈 작가의 글들과 그녀가 인용한 글들을 적어본다.
"용서란 있었던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용서한 그 과거를 변함없이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_에마뉘엘 레비나스(p.96).
"평화는 우리 각자가 자신이 삶에 대한 애정을 찾을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p. 99).
"내가 나무에게 '신에 대해서 얘기해 줘'라고 부탁하자 나무는 꽃을 피웠다"_라빈드라나트 타고르(p. 115).
"바람에 밀려 구름은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 그리고 구름이 움직이면 나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p. 117).
"우울증은 내가 마음속에서 삶을 경시할 때 찾아온다. … 우리는 결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치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p. 129).
"멸시는 아무리 질긴 가죽도 관통한다. 모욕을 당하고 다시 일어나는 일은 극도로 어렵다. 모욕은 우리를 정복한다."(p. 132).
"세상은 살기에 위험한 곳이다.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방관하기 때문이다."_알베르트 아인슈타인(p. 136).
"타인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p. 141).
"나의 하나님은 쇼아를 원하지 않았음을, 우리 각자의 고통은 곧 그분의 고통임을 나는 확신한다"(p. 156).
"삶이 다하는 날까지 나는 사랑의 열렬한 초심자일 것이다."(p.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