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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ㅣ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평점 :
나는 미션스쿨을 다녔다. 교목 선생님은 성경수업시간에 여러 번 기독교 고전 <천로역정>에 대해 언급하셨다. 나도 오래전 교회 고등부 교사로 성경공부를 가르치면서 이 작품의 내용 일부를 여러 번 소개했었다. 창피한 고백이지만 문고판과 어린이용 그림책에서 읽은 내용을 덧붙여 그럴 듯하게 한두 가지 내용을 말해준 것이었다. 이번에 오리지널 완역본을 꼼꼼히 읽어보니, 내가 얼마나 엉터리로 가르쳤는지 낯 뜨거웠다.
크리스챤다이제스트에서 출간한 <천로역정>은 80여장의 섬세한 삽화까지 곁들인 오리지널 완역본이다. 이 책을 통해 주인공 ‘크리스천’의 부인과 자녀가 순례길을 떠나는 2부 작품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있는 ‘존 번연의 생애 연보’와 ‘존 번연의 생애’ 그리고 ‘천로역정 해설’은 이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땜장이가 탁월한 기독교문학작품을 여러 권 출간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는 1678년 <천로역정 1부>를, 1682년 <거룩한 전쟁>을, 그리고 1684년 <천로역정 2부>를 출간했다.
완역본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무거운 짐을 지고 순례의 길을 떠나 좁은 문을 지나 십자가 아래 그 짐을 벗는 장면, 겸손의 골짜기와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 ‘믿음’이라는 동료와 ‘허영 시장’에서 이르고 그곳에서 ‘믿음’이 재판받고 순교당하는 장면, 또 ‘소망’의 동행자와 함께 절망 거인의 손에 빠졌다 탈출하고, 결국 영광스런 천국에 들어가는 장면까지 수많은 성경구절이 연결되면서 크리스천 삶의 진수를 보는 듯했다. 가히 성경 다음으로 그리스도인의 인생길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신자의 삶은 단순히 칭의의 구원을 얻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천로역정은 그리스도인이 십자가의 복음을 믿고 죄의 짐을 벗은 후에도 계속 천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받아들임으로 죄의 짐을 벗었지만 여전히 성화(聖化)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반쪽 복음만을 강조하며 값싼 구원을 가르쳤다. 지금이야말로 온전한 구원을 말하는 <천로역정>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역자인 유성덕 교수는 ‘역자 해설’에서 이 작품을 로마서와 비교했다. <천로역정>에서는 성경 로마서의 가르침을 알레고리, 은유, 상징 등을 사용해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결코 아동용이 아니다. 천성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인의 삶의 과정을 다양한 문학기법을 사용해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인 것이다. 이번 독서는 나의 인생 순례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 디시 읽으면 큰 위로와 도전을 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