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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용혜원 지음 / 나무생각 / 2016년 2월
평점 :
용혜원의 시는 담백하다. 일상의 언어로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어 저절로 마음에 새겨진다. 작가는 시를 엮으며 이렇게 고백한다.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 시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 가슴에 심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p. 5).
시인이 아닌 나에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가슴에 심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 시집은 4부로 엮여져 있다. 타이틀이 시적(詩的)이다. 1부. 기다림, 길 없는 길을 만들다. 2부. 몽상에 사로잡힌 저녁. 3부. 허공을 맴도는 외마디. 4부. 바람도 빈 가지에 머물지 못하고.
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오늘 공기는 부드럽고 몸은 나른하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 의자에 기대 십 분간 단잠을 잤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용혜원의 시를 펼쳐든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pp. 114~115). “… // 봄이 오면 / 가난한 골목에서 희망이 가득해지고 /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 가슴이 포근해지고 / 온 세상이 낯익은 거리가 된다 // … // 진달래꽃 피어나는 / 봄 햇살 가득한 날에 / 내 꿈 한 자락 넓게 걸어두고 싶다”
사무실 창가에서 바라보이는 번잡한 시장통은 어제만 해도 찬바람에 한산했다. 이 시를 읽다 문득 창밖을 내다본다. 아직도 거리에 인적은 드물지만 봄기운으로 가득 차 생동감이 느껴진다. 확실히 봄 햇살에는 ‘꿈을 한 자락 넓게 걸어 두고’ 싶어진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 않다. 일상에 보통 사용하는 언어로 시를 짓는다. 때론 진부해 보일 정도로 평범한 표현들인데, 그 속에 삶의 기쁨과 희망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의 시는 전혀 난해하지 않다. 봄에 대한 연작시, <봄 길을 걸어갑시다 1, 2, 3>을 읽어보라.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을 / 실타래 풀듯 훌훌 털어버리고 / 봄 길을 걸어갑시다.”(p. 38)
“들판에 초록을 가득 풀어헤치는 / 봄 햇살 가득한 / 봄 길을 걸어갑시다.”(p. 41).
“하늘 푸르고 햇살 좋아 / 이리도 좋은 봄날이라면 / 모든 걸 제쳐두고 / 봄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p. 43)
이 시를 읽으며 어찌 겨우내 웅크린 마음을 활짝 펴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어찌 봄 길을, 들판을 걷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나는 용혜원의 시가 좋다. 시집 곳곳에 실린 그림들이 마음에 든다. 제임스 휘슬러(James NcNeil Whistler)와 오딜론 레돈(Odilon Redon)의 작품이란다. 기왕이면 그림 아래쪽에 작가 이름과 작품명을 표시해주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그리워 기다리는 것은 길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행복’이라는 데, 용혜원의 시를 통해 내 맘에는 길 없는 길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