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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사랑이 뭔가요? - 사랑에 대한 철학자 8인의 까칠 발랄한 수다
노라 크레프트 지음, 배명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노라 크레프트는 사랑과 자유에 관한 주제를 연구하는 철학자입니다. 그가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인 사랑에 관한 토론을 위해 가상으로 여러 철학자를 초청했습니다. 토론 주최자로 임마누엘 칸트를 위시해 소크라테스, 아우구스티누스, 쇠렌 키르케고르, 지그문트 프로이트, 막스 셀러, 시몬 드 보부아르, 아이리스 머독까지 철학자 여덟 명이 사랑과 관련된 주제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노래가 한때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은 ‘테스형, 사랑이 뭐죠’라고 묻고 있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사랑과 지혜, 사랑과 쾌락, 사랑과 행복, 예술로서의 사랑, 사랑의 상업화, 등에 관한 철학자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뎌진 생각을 벼리게 됩니다.
제일 먼저 소크라테스가 에로스와 욕망, 지혜의 연관성을 설명합니다. 사랑은 욕망인데, 욕망한다는 것은 무언가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사랑은 무엇을 욕망하는 것입니까?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모든 것의 궁극적 원리인 이데아를 욕망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영혼의 어두움에서 이데아를 불러내고자 하는 욕망”(p. 52)이 사랑입니다. 따라서 사랑은 지혜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 어떤 사람에 대한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를 추구하는 자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사랑은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요?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철학은 질문하는 일이며, 질문은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 때 배움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모르는 것을 배울 수는 없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이데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철학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관해서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는 사랑을 아는 자가 된 것입니다.
이 책, 사랑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대화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기계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섹스 로봇에 관한 대화를 나눕니다. 인간이 로봇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지는 로봇이 ‘의식’이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데이팅 앱’을 이용해 사랑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데이팅 앱은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일에 도움이 될까요? 알고 싶다면, 아니 적어도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어느새 사랑에 관한 한 철학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