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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사람들은 대개 부정적으로 정치를 바라본다. 기껏해야 ‘필요악’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정치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본 사람들은 환멸을 느낀다. 독재체제가 물러나고 수십 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정권에 희망을 담아보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권을 잡으면 정치인들은 ‘정권의 재창출’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권력이 있어야 사회도 바꿀 수 있으니, 정권의 재창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 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지만, 정치인 대다수는 철학이 없다. 그들은 당선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선출되면 자신이 속한 정당의 논리에 함몰되어 ‘억지’를 부린다. 평범한 시민인 내가 보아도 한심하다. 그들에게는 역사의식도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도, 무엇보다 정치의 본질인 ‘정의 실현을 위한’ 철학도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치인에게 실망해도 정치와 무관하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 <처음 읽는 정치 철학사>는 정치에 관해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에게 큰 도전이 된다. 원제목은 <HOW TO THINK POLITICALLY(정치적으로 생각하는 법)>이다. 저자들은 정치학 교수들이다. 이들은 ‘들어가는 글’에서 “정치만큼 인간의 최선의 모습과 최악의 모습 양면을 모두 잘 보여주는 분야는 아마 없을 것”(p. 5)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계를 대표하는 정치사상가 30명을 소개하며 정치를 통해 나타난 최선의 모습을 소개한다. 정치가 오직 권력을 위한 투쟁이 된다면 그것은 동물의 세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권력뿐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도 투쟁할 줄 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차이를 파악하고 말할 수 있다. ‘나오는 글’에서도 말했듯, “정치와 철학은 불편한 동행 관계를 유지한다”(p. 354). 철학은 정치의 궁극적인 가치인 자유, 평등, 정의 같은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구현할 구체적인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동시에 철학은 의심하고 망설이게 함으로써, 정치에서 꼭 필요한 확신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단호한 행동과 통솔력을 저해한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시민들은 정치와 철학 사이의 이런 불편한 관계를 인식하며 여전히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철학 없는 정치는 악취 나는 뒷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학과 정치를 함께 생각함으로 사회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고대로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30명의 철학자가 가지고 있는 정치에 관한 생각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30명 중 누구 하나 소홀히 넘어갈 인물이 없다. 대학 강단에서 훌륭한 강연을 청취한 듯한 독서였다. 정치에 신물이 난 분들이나 시민으로 사회 변혁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모든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개혁하려는 선한 마음과 개인적인 야망과 탐욕을 함께 가지고 있음을 간파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치가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나와 정치적 색깔이 다른 자들의 생각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