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바보새 되어 부르는 노래
최태선 지음 / 대장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이력이 낯설다. 55년생 목사. 그게 다다. 이력에 관해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어 좋다는 그가 오히려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그의 글들은 진솔하다. 목회하면서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고, 그가 인용한 시(詩)와 글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37편의 에세이를 3절로 나누어, ‘삶을 노래하다,’ ‘신앙을 노래하다,’ ‘하나님 나라를 노래하다’라고 제목을 붙였다. 글의 흐름이 부드럽고 읽기 쉽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신변잡기식 잡담이 아니다.  

‘삶을 노래’한 1절의 글들은 그리스도인 개인의 성품과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체로 따뜻하고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운전대를 잡으면 수도승도 별 수 없고, 남의 글에 대한 이해보단 매몰찬 비난 등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사납고 거친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화석습(朝花夕拾)’ 즉, 아침에 떨어진 꽃은 저녁에 가서야 줍는다! 아침에 떨어진 꽃을 곧장 줍지 않고 떨어진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취할 줄 아는 여유로움도 필요하고, 번성의 과거와 쇠락의 현재 사이의 실존적 아이러니도 깊이 고뇌할 줄 아는 삶의 열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가장 가난한 자가 되어 가난한 자들을 돕는다”는 사랑의 수녀회처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남을 섬길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을 노래’한 2절의 글들은 조금 더 급진적이다. 논리와 주장만으로는 교회와 개인의 신앙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윤동주의 시(詩), ‘십자가’에서 “십자가가 허락된다면”이라는 시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인의 표현에는 십자가를 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기꺼이 십자가로 향하는 그의 결심에도, 그것이 자신의 결단이나 희생이라는 오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라 여기는 시인의 겸손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희생이 아니라 은총입니다”(p. 117). 나 자신부터 신앙 생활하면서 마치 주님을 위해 대단한 희생을 하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저자는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눅9:23)에서 ‘지고’는 ‘귀중한 것을 품에 안고 가다’라는 의미가 있는 헬라어 ‘바스타제인’이라고 지적한다. 즉, 십자가는 희생이 아니라 영광이며, 소중이 여기고 품에 안고 가야 하는 것이란다. 나의 신앙생활은 얼마나 무례하고 교만했는지 모른다. 나 자신부터 개혁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삶의 태도와 성품의 바꿈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하나님과 하나님의 인도를 겸손히 ‘받아들이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노래’한 3절은 현실 교회를 향해 서슬이 시퍼런 칼을 들이댄다. 그러면서도 균형이 잡혀 있다. 그는 “교회는 개혁하는 장소가 아니라 경축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브래넌 매닝의 글을 인용하며, 교회가 기쁨의 회합, 의와 평강과 희락이 실현되고,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 아래 샬롬을 경험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 현실 교회의 엄청난 경쟁체제를 비판하며, 교회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올림픽 이념)이 아니라 ‘더 느리게, 더 낮게, 더 가까이’ 살려고 노력하는 나라임을 강조한다. 오늘날 교회는 헌금의 비리가 너무나 많지만, 그렇다고 헌금 없는 교회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돈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이 돈 없는 교회를 추구하는 것은 삶이 없는 교회를 만드는 것”(p. 247)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그 돈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교회는 삶을 나누는 곳이어야 한다.  

저자 최태선 목사가 섬기는 교회에 가보고 싶다. 그가 돈이 없이 산속 집으로 들어갔다는 그의 집에 가서 신앙과 교회, 삶에 대해 저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그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앙의 진정성, 진실함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정석 - 한국인의 6가지 걱정에 답한다
최윤식.정우석 지음 / 지식노마드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 개념이 별로 없는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 최윤식은 미래학자(Professional Futurist)라는 매우 생소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한 사회의 경제 를 연구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데 전문가란 뜻일 게다. 그는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며, 같은 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정우석과 함께 이 책을 집필했다. 아마도 이 연구소의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부의 정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1부에서 ‘한국인의 6가지 걱정’을 잘 나열하고 설명한다. 부동산 버블 붕괴, 자산 가치 하락, 부채의 덫, 일자리 감소, 퇴직연금 붕괴, 세금 폭탄까지 매우 설득력 있게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에 관해, 현재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단계인데 곧 부동산 디플레이션(deflation) 단계에 이를 것이고 2020년경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로 부동산에 대한 뉴 노멀(New normal)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식과 학력, 정보의 인플레이션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용 지식도 빠른 속도로 그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한국은 제 2의 외환위기를 조심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20~30대는 소비 중독, 40~50대는 빚 중독에 빠져 있다고 경고한다.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전체 취업인구의 32%나 되는데, 이것은 OECD 평균인 15.8%의 2배가 넘는 수준이며 이미 포화상태다. 게다가 앞으로 2028년이면 은퇴자가 2,700만 명이 될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세대 간 돌려막기식이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앞 세대에게는 많이 주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 내고 덜 받도록 강제하는 정책뿐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정부의 곳간은 비게 되기 때문에 세금 폭탄이 예상된다. 거기다가 한국은 ‘통일 비용’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휴, 생각하니 다 맞는 말인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개인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돈 문제로 너무 고통 받지 않는 노년의 삶을 살 수 있을까? 2부 ’부의 정석, 미래를 지키는 방패와 창‘에서 그 답을 제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유위기 이후 지금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왔듯, 글로벌 경제는 월드스패즘(world-spasm, 롤러코스터 같은 경련적인 위기)의 시대가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가지 부의 방패와 창을 잘 사용해야 한다. 3가지 방패는 보험, 연금, 빚을 리모델링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리모델링하며, 소비생활을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리스크를 빼고 빚부터 빨리 청산하고, 부동산에 올인하지 말고, 소비패턴을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3가지 창은 소득효과, 좋은 투자효과, 꿈 효과다. 소득효과를 위해서는 지식생산능력을 높이고 네트워크 생산능력을 키워야 한다. 투자효과를 위해서는 3개의 통장시스템, 주거래 통장, 단기 목표 통장, 그리고 꿈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꿈 효과, 즉 인생설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가 아닐까? 

이제 50에 막 들어선 나로서는 ‘정족지세(鼎足之勢) 전략,’ 소득효과, 지혜로운 자산투자 시스템 구축, 연금의 활용으로 은퇴와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리라. 젊은 시절과는 다른 삶을 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조금 적게 소비하고, 좀 더 작은 공간을 소비하고, 더 큰 휴식과 정신적 만족, 유대감 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진짜 부자는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필요한 것이 적은가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이 시대의 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지혜롭게 노후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도전하고 있다. 막연하게 인생을 살지 말고, 주도적으로 살라고 말한다. 정신이 번쩍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치유하는 영혼의 약상자 - 어느 시인이 사유의 언어로 쓴 365개의 처방전
이경임 지음 / 열림원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흥미로운 산문집이며, 아포리즘(aphorism)이다. 한 시인이 시를 쓰지 않고 지낸 오랜 세월동안 혹독한 자기 성찰을 통해 영혼에 풀무질을 가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영혼의 약상자>다. 그는 prologue에서 어떤 서양 철학자의 글을 인용한다. “현란한 빛을 발산하는 자동차의 전조등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 현대인들도 현대라는 현란한 사회에서 정작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혼돈을 겪는다.”(p. 7). 이것은 아마도 본인의 경험이었으리라.  

작가 이경임은 치열하게 사유한 것들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책은 12개월로 나누어 한 달의 날수에 맞추어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아포리즘 형식으로 글을 실어 놓았다. 그가 하루하루 날마다 가지고 놀았던 언어들이었을까? 아니면, 책의 편집상 이런 형식을 취한 것일까? 사유 언어의 열 두 묶음은 그렇게 치밀하지 않다. 조금은 어설픈 모자이크 같다. 차라리 주제를 더 세분화해서 묶었더라면 관심 영역을 찾아 생각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그저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다가 한 두 구절 눈 가는대로 읽는 데는 제격이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글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첫 번째 글 묶음,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에서, 작가는 오지랖도 넓게 지금 이 세대의 정치, 종교, 과학, 사이버 공간, 자본, 상품의 구매, 성 이데올로기, 사이코 패스(psycopath) 등 다양한 내용을 적었다. 과학이 밝혀낸 진리에 따르면 인간은 너무나 초라하다. 코페르니쿠스는 인간의 거처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숱한 변방 중 하나일 뿐임을 밝혔고, 다윈은 인간은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최후 작품이 아니라 원숭이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말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주인은 자의식이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 이루어놓은 물질문명 세계의 업적들에 비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내면의 위상은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듯하다.”(p. 20). 이런 현대를 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글을 하나 더 인용해 본다. “욕망의 충족이 소망인 연인들은 욕망의 제거가 신앙인 수도승들의 삶을 흉내 내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의 과도한 결핍 상태는 누군가의 과도한 과잉 상태와 닮은 점이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복잡한 현실을 일깨운다.”(p. 23). 욕망을 추구하는 삶과 욕망을 제거하는 삶, 어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일까?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것일까? 아니면, 행복에 이르는 길은 둘 중에 하나일까? 이 책의 글들은 행복한 삶에 대한 특효약 처방전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삶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아 영혼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각성제는 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몇 몇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설마른 장작 - 그들(앞서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 위해 극단적인 건조함을 견뎌낸 사람들… 나는 아직 설마른 장작이므로 불이 붙지 않는 것이다.“(p. 133). 

“탐욕 - 자신의 쾌락과 행복과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는 욕망 때문에, 개인은 때때로 타인들과 세상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를 망각한다.”(p. 213). 

"우리는 사치를 누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사람에겐 세 가지 낭비(사치)가 주어져 있다. 먹기, 섹스, 그리고 죽음. … 살아간다는 것은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사치를 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pp. 218~220). 

"종소리 - 종이 울리는 것은 종의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종이 울리는 것은 무언가와 부딪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면 나를 비워야 하고 동시에 나와 부딪히는 것이 있어야 한다.“(p. 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토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의 멜로디를 외우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음성으로 전원 교향곡의 주제 멜로디를 부를 수 있다. 매우 부드럽고 목가적인 가락이었다. 그 후로 어떤 서양 작곡가보다 베토벤은 나에게 친숙하다. 그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월광>, <비창>, <열정>, <템페스트>, <안단테> 등을 수없이 들었다. 봄이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들으며 일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베토벤이 작곡한 곡들의 가락을 읊조릴 수 있고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토벤의 삶을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아니 음악가의 전기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베토벤, 그의 삶과 음악>은 베토벤의 삶의 여정을 따라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어, 그의 작품들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특별히 이 책은 베토벤의 생애 순에 따라 그의 작품을 적절히 설명하고, 각 장마다 간주곡들을 실었고 두 장의 CD까지 갖추고 있어서, 작품을 들으며 베토벤의 삶의 격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부록으로 18~19세기 역사 배경과 책에 나오는 인물들 설명, 참고 문헌, 용어집, CD수록곡 해설, 그리고 작가의 연표까지 베토벤의 삶과 작품들을 정리하고 감상하는데 너무나 유용하게 편집되었다. Naxos books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모두 같은 형식으로 출판된 듯하다. 나는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모차르트,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등 시리즈 전체를 빨리 구입해서 음악에 푹 빠지고 싶다.  

이 책에서 얻은 베토벤의 삶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고통’이다. 그는 16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먹여 살릴 책임을 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열악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16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머리는 크고 결코 호감있게 생겼다고 할 수 없었다.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의 명성 뒤에 그는 청각을 서서히 잃어가고 반복되는 복통으로 고생했다. 많은 여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40대에 들어서서는 금전적 어려움에 빠졌다. 43살에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로 대중 앞에 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때로 괴팍했다. 삶에서는 제수와의 갈등과 조카 카를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작품의 공연과 출판에 대해서도 원칙주의자 베토벤의 태도는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일상적인 감각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고통은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산파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밝힌 대로, 베토벤 자신도 고통을 삶의 진상으로 이해했고, 고통을 대하는 그의 태도의 변화가 바로 그의 삶과 음악의 중심 드라마였다(p. 107). 그렇다. 베토벤은 고통을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의 작품, <에로이카>는 베토벤이 이해한 영웅주의의 본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에로이카> 자체가 음악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이다(p. 84). 

그의 임종 모습이 인상적이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커다란 천둥소리가 난 후, 베토벤은 눈을 뜨고 마치 “너희 모두에게, 악의 힘에게 도전한다! 신이 나와 함께 하시니”라고 말하는 듯이 주먹을 흔들었단다(p. 205). 그는 고통이라는 운명에 맞섰고, 실패와 시련에 굴하지 않았다. 고전주의 음악을 뛰어넘은 불운의 천재 음악가, 그의 작품이 웅장하고 위대한 이유는 베토벤 그 자신이 영웅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합창 교향곡을 들어보라. 그 장엄함과 삶의 자유와 환희에 대한 예찬은 마치 자석처럼 우리 인류 모두를 끌어당긴다. “기쁨이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낙원의 딸이여 … 껴안아라, 수백만 사람들이여! 너희 입맞춤을 온 세계에 주어라! … 창조주의 별이 장엄한 하늘을 날듯이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동포여, 너희 길을 나아갈지니, 영웅이 승리를 향해 전진하듯 기쁨으로!”(쉴러의 환희의 송가).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인들 - 세계 근대사를 이끈 6명의 위인
게로 폰 뵘 외 지음, 김형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나오는 여섯 명은 정말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외웠던 이름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 괴테, <코스모스>의 훔볼트, <운명>과 <합창> 등으로 유명한 베토벤,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그러나 이 정도가 내가 이 여섯 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 ‘훔볼트? 누구였더라?’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훔볼트 이야기 목록을 훑어보고는 ‘아, 세계를 많이 탐험하며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을 관찰 기록한 사람’하고 생각났을 정도다. 이들의 업적이 근대를 이끌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섯 명의 전문가가 각각 한 위인씩 여섯 명의 위인을 기술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위인전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꽤 수준 있는 위인전이기에 내용뿐 아니라 분량에 있어서도 무게가 있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었지만, 첫 위인 마틴 루터에 관심이 많아 선뜻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금세 깊이 빠져 들어갔다. 이 책, 정말 흥미롭게 위인들을 서술한다.  

이 책은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한기를 이기기 위해 차가운 발을 비비며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모습으로 루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루터는 ‘자유인’이라는 뜻이다. 루터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자유인이 되어, 중세 교회의 불의에 용기를 다해 투쟁하며 “잉크로” 참 자유를 얻었다. 그가 비텐베르크 성문에 게시한 ‘95개 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번역한 <독일어 신약성경>이 얼마나 위대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이 책은 잘 밝히고 있다. 물론 그는 농민혁명에서 제후들을 편들어 끔찍한 유혈진압을 촉구했고, 유대인들을 멸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은 그가 여전히 중세시대의 사람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느 인간도 시대의 아들이기에 그 시대의 정신을 완전히 초월할 수는 없다. 확실히 루터는 근대를 이끈 위대한 인물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에게 실존적 도움을 준다. 그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법과 근심으로 짓눌린 인생의 궁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넓은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침내 자유로워져라. 그리고 살지어다’이다”(p. 90). '자유'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루터(Luther)는 인류에게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 다섯 명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 참신하다. 괴테에 관해서는 그의 나이 일흔 넷에 열아홉 소녀에게 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pp. 98ff.). 훔볼트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인생의 말년에 학문의 제후가 된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중 한 명이고, 살아있는 기념비다. … 훔볼트는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만한 삶을 산다”(P. 174). 이 문장으로 훔볼트 이야기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베토벤에 관해서는 그의 조각상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한다(pp. 248ff). 게다가 각 인물의 매우 인상적인 사진들이 시작부터 중간 중간 담겨있어, 독자의 심상에 위인들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킨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위인들의 약점과 인간적인 모습들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위인들의 역사적 공헌을 아주 흥미진지하게 서술해 나간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관해 저자는 매우 인상 깊은 문장을 남긴다. “정신분석한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찰스 다윈과 더불어 인류에게 실질적으로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 인류는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으스스한 우주로 내팽개쳐졌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혈통으로 창조되었다는 인류의 믿음은 다윈에 의해 무참치 짓밟혔다. 인류는 프로이트에 의해 세 번째로 깊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선언했다. 자아가 충동과 소망과 쾌락의 제국을 지배한다는 것은 완전히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아는 자신의 집에서 주인이 아니다”(pp. 397~398). 한 마디로,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세계를 접근 가능한 곳으로 만들었고, 무의식의 세계를 가리고 있는 그림자를 다루는 방법을 인류에게 최초로 가르친 것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인류 역사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도 확실하게 언급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이작 뉴턴의 우주상을 폐기처분했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빅뱅, 우주 대폭발, 평행우주의 존재에 대한 생각 등이 나왔다(p. 444). "그의 이론의 의미는 물질과 공간과 시간의 연관성 속에 있다. … 물질과 공간과 시간,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혼자서 존재하지 못하고 각각 나머지 다른 두 요소에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이다.“(p. 452).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인들은 모두 자신의 사상을 탁월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베토벤은 악보로, 아인슈타인은 간략한 공식으로 자신이 감정과 사상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독일어 성경을 만든 루터와 대문호 괴테,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것들을 자세히 기록한 훔볼트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이트는 탁월한 언어 구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이트의 글의 주요 특징은 신조어 만들기, 새롭게 발견된 현상을 위한 독자적 용어 만들기, 언어적 깊은 인상 심기, 풍부한 어휘력과 수려한 글의 흐름 등이 있다(p. 387). 프로이트에게 이런 어휘구사력이 없었다면, 혁명적 영향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근대(modern)와 현대(post-modern)의 정신과 삶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정말 위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았고, 그들 사상의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인생과 역사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서평은 현문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