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죄 죽이기 - 삶 속에서 죄를 죽이기 위한 9가지 방법, 개정판
존 오웬 지음, 김창대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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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크리스천으로 나는 죄와 싸우며 산다. 때로는 믿음의 길을 잘 걷는 듯하지만, 어느새 죄악이 나를 유혹하고 그리스도로부터 저만치 멀리 있게 한다. 거룩하게 되고자 함은 모든 진실한 크리스천의 최고의 열망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천박한 자본주의, 긍정적 사고방식과 번영(성공)신학, 현대 심리학과 동양의 신비주의적 영성 등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더 이상 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세속적인 성공과 물질적인 풍요, 그리고 심리적인 평안만을 추구하고 있다. 더 이상 강단에서 ‘죄’에 대한 지적도, 심각한 회개도 외쳐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 안의 죄 죽이기>는 우리 크리스천으로 하여금 다시 신앙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게 한다. 청교도 신학의 황태자라 불리는 존 오웬(John Owen)이 ‘죄와의 싸움으로 갈등하는 자들’을 위해 1656년 이 책을 집필했다. 지금부터 약 350년 전의 책이지만, 지금도 죄와 싸우며 거룩하고 영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크리스천들에게 큰 유익과 도전을 준다.  

존 오웬은 로마서 8장 13절에서 시작한다.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롬8:13). 이 말씀에 담겨있는 “위대한 복음의 진리와 신비를 발전시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죄로부터 자유로운 자들은 없을 것이다. 죄는 구원받은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어 우리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 유혹은 “마치 무덤과 같아서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p. 32).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의무는 온전히 거룩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힘으로는 절대 죄를 이길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실상 죄를 죽이는 것은 전적으로 성령의 역사다. 로마 가톨릭에서 고안한 방식대로는 절대 죄를 죽이고 극복할 수 없다. 기도, 금식, 철야, 묵상 등은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것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의무는 건강한 영혼에게는 훌륭한 음식이다. 하지만 병든 영혼에게는 결코 약이 될 수 없다”(p. 49). 그렇다. 죄를 죽이는 것은 죄를 몰아내는 것도, 숨기는 것도 아니다. 일시적으로 죄를 짓지 않는 것도 순간적으로 죄를 이기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죄를 죽이는 삶을 위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pp. 81~91). 지침1. 타락한 죄의 습관을 무력화하라. 지침2. 죄의 힘을 억제하라. 지침3. 죄의 정욕과 싸워 승리하라. 정말 중요한 것은 성령을 소유한 자만이 죄를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죄 죽이기는 중생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원받은 자면 그리스도의 은혜로 저절로 죄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죄에 대해 괴로워하거나 반대로 죄를 무시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죄를 미워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깊이 깨닫고 느낄 때, 우리는 영적으로 죄를 죽이는 토대를 쌓는 것이다(p. 113).  

이 책을 읽어가면서 이런 도전들이 내 마음을 찔렀다. 아! 나는 얼마나 쉽게 죄의 유혹에 넘어가 타협하고 심지어 동조했던가? 나는 얼마나 자주 하나님의 징계에 무감각해지고, 주님으로부터 멀리 떠나기를 원했던가? 나는 죄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가? 죄의 위험을 자각하고 있는가? 그 끈질긴 죄의 권세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가? 죄에 대해 철저하게 대항하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죄의 문제를 철저하게 그러면서도 균형 잡히게 다루고 있다. 죄 죽이는 일은 로마 가톨릭에서 행하는 것처럼 율법적으로 혹은 인간적인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한편, 지나치게 그리스도의 은혜만을 강조해서 방종으로 나아가서도 안 된다. 이 책은 죄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히브리서 저자가 성도들에게 지적한 말씀이 생각났다.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기까지는 대항하지 아니하고”(히12:4). 나는 다짐한다. ‘그래,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죄를 죽이는 거룩함의 영성을 이루어 가자. 이것이 신앙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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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숲을 거닐다 - 한 성직자가 숲과 함께한 행복 묵상
배성식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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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한 part씩 6일 동안 이 책과 함께 마음숲길을 걸었다. 마치 숲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가슴으로 받은 느낌이다. 

 ‘part 1. 옹달샘에 마음을 비추어 보세요.’에서, 옹달샘에 놓여 있는 물동이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물은 항상 숲에서 흘러나오지만 모아둘 수 있는 것은 딱 그릇 크기 만큼이라는 말, 내가 마음을 활짝 열면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옹달샘에 마음을 비추어 보는 것은 하늘에 마음을 비추어 보는 것은 아닐까? 

‘part 2. 바람에서 희망을 찾아보세요.’에서, 제목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저자에게 있어서, 숲은 곧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며 하나님이 사랑과 은혜의 바람이 부는 곳이다. 그의 글에 직접적으로 하나님이나 신앙에 대한 용어는 나오지 않지만, 그의 신앙,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은혜의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part 3. 나무 그늘에서 쉼을 누려 보세요.’에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겨울 숲에서 꿩을 볼 수 있는 것은 나무들이 그 잎사귀들을 다 떨어뜨렸기 때문이란다.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내려놓지 못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 일게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의 여백이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니까. 열심히 살아온 나의 인생, 저녁노을을 보며 내려놓을 줄도 알고, 쉴 줄도 알아야겠지.  

‘part 4. 시냇물에서 위로 받아보세요.’에서, 저자는 언제나 혼자 숲길을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자신 이외에 이 길을 걷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느꼈단다. 눈 내린 숲길에 먼저 나 있는 작은 짐승의 발자국, 인생도 이렇게 함께 걷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푸드덕 하고 날아갈 때, 폭신하게 쌓인 잣나무 잎을 밟을 때 나는 소리,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 모두 함께 걷고 있다. 그렇다.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외롭지 않다.  

'part 5. 바위틈에서 지혜를 발견해 보세요.’에서, 눈 녹는 산길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인생에서도 뭔가 잘 풀리고 얼어붙은 것이 녹아내린다 싶을 때 더욱 마음을 낮추어야한다. 낮은 곳에 더 예쁘고 향기로운 꽃이 먼저 피듯, 분명 우리네 인생에도 낮은 곳의 축복이 있을 것이다.  

‘part 6. 생명에게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에서, 밤새 눈이 덮인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눈은 넉넉하게 품고 덮어주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일들로 마음 아파하는 이들에게 다시 사랑할 수 있기 기회를 주기위해 내려온단다. ‘다시 사랑하기,’ 이보다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은 없으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숲을 걸으며 숲의 향기와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낀 듯하다. 마음 숲을 거닐며, 인생에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삶의 희망, 겸손, 행복, 평안, 사랑과 같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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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플래닛 - 당신은 오늘 얼마나 먹었나요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지음, 김승진.홍은택 옮김 / 윌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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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청난 스케일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사진 기자 피터 멘젤(Peter Menzel)은 뉴스 프로듀서 출신 작가인 그의 부인 페이스 달뤼시오(Faith D'Aluisio와 함께 전 세계를 다니며, 한 사람의 하루 분 식사와 그것을 먹는 사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다. 하루 8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케냐의 마시아족 목축인부터 무려 15배 가까이 섭취하는 영국의 간식 중독자까지, 80명의 사진과 그들의 일상의 삶이 기록되었다. 수많은 사진들과 글들에는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그들의 정체성과 그들이 사는 일상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나는 그들의 사진과 설명글들을 읽으면서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은 보는 즐거움과 수많은 정보를 얻는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사진들은 앵글의 각도, 사람들의 표정, 전 세계 수많은 거리의 모습들, 모두 예술이다. 적절한 설명들과 책의 편집도 탁월하다. 7개의 essay들과 피터 멘젤의 epilogue는 음식에 관한 많은 정보와 생각거리들을 제공해 주었다. 페이스 달뤼시오의 epilogue는 이 멋진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어려움과 땀이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싶다.  

나는 이 책에서 먹는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복잡한지 배웠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다(We are what we eat).” 80명의 식단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인 즐거움은 먹는 데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종종 잊고 지내는 사실을 다시 절실히 느낀다. 삶의 즐거움 중에 가족이나 친구 혹은 이웃들과 함께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저자의 고백처럼, 이 땅의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이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인간은 요리를 하면서 스스로를 인간답게 여겼을 것이다. 요리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며, 좀 더 쉽게 영향을 섭취하게 해 준다. 오늘날은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과하게 먹는 사람이 부족하게 먹는 사람보다 많아졌단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저렴하고 칼로리가 높은, 공장에서 가공된 저질 음식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폴란은 이런 것들을 ‘음식 비슷한 물질들’이라고 말했다(p.558). 우리는 이런 음식 비슷한 물질들을 너무 많이 먹는다. 결국 좋은 먹거리를 준비하고 그것을 요리해서 먹는 과정은 생략된 채, 과도한 에너지원만 흡수하기에(먹는다기보다 쑤셔 넣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너무 과격한 표현인가?), 식탁의 고마움도 그 즐거움과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구를 위해, 더 좋고 건강한 음식을 고르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있다"(p. 558)고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목적을 온전히 달성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먹거리를 찾고, 그것을 직접 요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적당히(?) 먹는 것이 나의 행복뿐 아니라 타인의 행복,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와 깊이 관련된 문제다. ‘먹는다’는 일상의 사소한 행동은 지구와 그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한 행동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산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참된 삶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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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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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사진을 연구한 최민식, 그는 본격적으로 ‘인간’을 피사체 찍어오면서 인생을 알아갔다. 그의 포토 에세이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도 여전히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찰나에 생각을 머무르게 했다. 그러기에 그는 인생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진처럼, 에세이의 일관된 주제는 인생, 인격, 운명, 나이, 인간 그 자체, 이런 것들이다. 나는 그의 포토에세이에서 유독 사람의 얼굴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앵글로 담아낸 그 표정들, 어찌 저리 정직할까? 웃거나 찡그린 모습, 피곤한 모습, 때로는 체념한 듯, 때로는 달관한 듯한 모습이다. 그는 담담하고 평범하게 에세이를 이어간다.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 …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은 없다. … 화사한 미소의 얼굴은 대인관계의 성공을 일컫는 징표다. … 그래서 많이 웃어야 한다.”(p. 81). 너무나 상식적이고 밋밋한 글이지만, 그의 사진이 옆에 있으니, 문장이 마음에 확 와서 닿는다.  
  
 
 
 
 
 
 그의 사진, 참 정감 있다. take-out 커피를 웃고 있는 두 여인(0. 16), 오랜만에 만난 동창일까? 추운 겨울 그들은 어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나? 혹시 라면을 먹고 비싼 커피를 사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산의 수염 많은 할아버지(p. 35), 무얼 보고 저리 웃으시는지, 눈에 천진난만함이 가득하다. 아기를 하나 안고 하나는 업고 있는 30대중후반의 아주머니(p. 72)에게서 모성애가 깊게 느껴진다. 삶을 행복하게 요소는 무엇일까? 친구의 우정, 삶의 연륜, 모성애와 가족사랑.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으리라.   
  
 
 
 
 
 
 
 
 
 
 
 
 
 
 
 최민식의 사진에 유독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띤다. 부산 시장터에서 국수를 만드는 아주머니는 피곤한 삶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p. 22). 생선을 잔뜩 널어놓은 아저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생선 한 마리를 손질하고 있다(p. 46). 손이 얼마나 시릴까? 이날 그는 생선을 다 팔았을까? 하루의 고단함 속에서 못다 판 생선은 다시 뒤에 놓여 있는 스티로폼 박스에 담기겠지. 이번에는 아주머니다(p. 78). 생선장수 아저씨 사진보다 조금 더 흐릿하다. 1999년 작품인데 왜 6.25전후가 생각나는 것일까? 밀양 양파 밭에서 일하는 분들(p. 100), 작가는 사진 옆 에세이의 제목을 ‘소박한 농부의 삶’이라 표현했다. 밭에서 일하는 시골 아주머니들, 그들의 마음이 모두 소박한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도심에 사는 자들에 비하면 그들의 삶은 소박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또 시장에 연이어 장사하는 생선장수 사진이다(p. 126). 맨 앞 아주머니 뒤에 말쑥한 아저씨가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서 있다. 아주머니의 남편일까? 고생하는 아내가 생선을 팔아 번 돈을 챙기려고 서 있는 것일까? 세 번째 아주머니의 좌판 앞에 한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문 채 서 있다. 왜 그가 시장에 나왔을까? 그의 아내가 병들어 누웠을까? 이 사진은 고단하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오랜 세월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가난한 시장의 서민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아야 이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 바로 뒷장(p. 128)에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소주맛이 좋다카이’라고 적혀 있는 앞치마를 걸치고 오른손으로는 팥죽 같은 것을 젓고 왼손으로는 연신 손님을 부른다. ‘맛 좀 보고 가이소 마. 소주도 한 잔 걸치고 가야지예~’ 주어진 처지에서 낙심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진실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나는 최민식의 흑백 사진 한 장 한 장에 내 생각을 머물게 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말하는 인생, 평범하지만 삶의 연륜에서 나온 진실한 말들을 내 가슴에 담는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살아온 날들 만큼 인생의 애환이 묻어난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 생각이 머물고, 생각이 머물러 있는 그 순간 작가는 나에게 말을 건다. ‘인생, 산다는 건 소중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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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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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어느새 사십을 훌쩍 지나 오십 초반에 이르렀다. 머리는 흰색으로 물들어가고, 뱃살은 처지기 시작한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사진을 찍으면 나이든 표가 나서 이전처럼 선뜻 사진기 앞에 서지 않는다. 동창들을 만나면 ‘너는 어째 아직도 청춘이냐’고 인사말을 받지만, 그것이 ‘그래 보았자 우리는 중늙은이야’하는 마음으로 건넨 인사치레임을 느낀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열심히 살았다. 성공을 위해 부지런했고, 어느 덧 내가 속한 조직에서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 가정에서도 아직은 가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이들은 이제 다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날 준비들을 한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오십이라는 나이가 왜 안타깝고 서글프게 느껴질까?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가 나이 오십의 심리를 명쾌하게 에세이로 남겼다. ‘인생 후반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 <오십후애사전>! “오십”(五十), 나이에 대한 새로운 상상; “후”(後), 세월의 흔적에 익숙해지기; “애”(愛), 사추기(四秋期)의 은밀한 감정 다루기; “사”(事), 다시 세상과 사랑하기 위한 조건; “전”(典), 인생의 수레바퀴를 완성하는 행복 공식! 어쩌면 이렇게 맛깔스럽게 오십의 심리를 들추어 낼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책을 읽는다. 

"오십은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야 하는 나이“(p.29)라는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아도 자기와 가족만을 위해 산다면 결코 의미 있는 삶을 산 것이 아니다. 인생 오십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너무 나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 인생이 헛헛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 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렇다. 흰머리가 생긴다고 서글퍼하지 말자. 세월이 흐르면 우리 몸의 기능은 점차 쇠퇴하기 마련인 것을! 저자가 지적했듯,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몸에 관심을 집중하고,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청춘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p. 80), "나이에 맞는 외모가 아름답다“(p. 90)라는 저자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십대가 자식에 대한 불평으로 자주 하는 말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말을 하는 오십대의 심리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부모의 이런 감정의 근저에는 자신이 부모로서 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보답해달라는 소망이 숨어 있다는 점, 또 이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자녀에 대한 질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p. 109). 이제 나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나만의 새로운 삶을 꿈꿀 나이가 되었다. 조금 느긋하고 겸손히 배우는 자세로, 욕심 부리지 않고, 현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별다른 사람 없다. 세월 앞에 인생은 공평해 진다. 더 이상 성공이나 돈이 아닌, 인생의 참된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할 나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남을 위한 삶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까? 저자가 인용한 헨리 나웬의 글이 큰 울림으로 남는다. “용기를 지닌다는 것은 우리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 이웃을 좋게 생각하고, 비록 우리가 그들과 다른 삶을 살더라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불안해하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 나는 모든 이의 사랑과 우정에 고마움을 표하고 … ”(p. 244. <헨리 나웬의 마지막 일기>의 재인용).  

나이 오십 줄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고 인생 상담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지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사무실에 있는 나의 넓은 책상 한 구석에 놓아둔다. 빨간 바탕에 쓰인 표지의 아래 글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제는 두려울 것도 없는 나이, 과거를 내려놓고 성큼성큼 나아가라!”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나는 오십대를 사는 내 안의 중년 남자를 응원한다. ‘브라보. 내 인생(Bravo, my life)! 참된 행복을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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