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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플래닛 - 당신은 오늘 얼마나 먹었나요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지음, 김승진.홍은택 옮김 / 윌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엄청난 스케일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사진 기자 피터 멘젤(Peter Menzel)은 뉴스 프로듀서 출신 작가인 그의 부인 페이스 달뤼시오(Faith D'Aluisio와 함께 전 세계를 다니며, 한 사람의 하루 분 식사와 그것을 먹는 사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다. 하루 8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케냐의 마시아족 목축인부터 무려 15배 가까이 섭취하는 영국의 간식 중독자까지, 80명의 사진과 그들의 일상의 삶이 기록되었다. 수많은 사진들과 글들에는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그들의 정체성과 그들이 사는 일상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나는 그들의 사진과 설명글들을 읽으면서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은 보는 즐거움과 수많은 정보를 얻는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사진들은 앵글의 각도, 사람들의 표정, 전 세계 수많은 거리의 모습들, 모두 예술이다. 적절한 설명들과 책의 편집도 탁월하다. 7개의 essay들과 피터 멘젤의 epilogue는 음식에 관한 많은 정보와 생각거리들을 제공해 주었다. 페이스 달뤼시오의 epilogue는 이 멋진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어려움과 땀이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싶다.
나는 이 책에서 먹는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복잡한지 배웠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다(We are what we eat).” 80명의 식단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인 즐거움은 먹는 데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종종 잊고 지내는 사실을 다시 절실히 느낀다. 삶의 즐거움 중에 가족이나 친구 혹은 이웃들과 함께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저자의 고백처럼, 이 땅의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이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인간은 요리를 하면서 스스로를 인간답게 여겼을 것이다. 요리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며, 좀 더 쉽게 영향을 섭취하게 해 준다. 오늘날은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과하게 먹는 사람이 부족하게 먹는 사람보다 많아졌단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저렴하고 칼로리가 높은, 공장에서 가공된 저질 음식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폴란은 이런 것들을 ‘음식 비슷한 물질들’이라고 말했다(p.558). 우리는 이런 음식 비슷한 물질들을 너무 많이 먹는다. 결국 좋은 먹거리를 준비하고 그것을 요리해서 먹는 과정은 생략된 채, 과도한 에너지원만 흡수하기에(먹는다기보다 쑤셔 넣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너무 과격한 표현인가?), 식탁의 고마움도 그 즐거움과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구를 위해, 더 좋고 건강한 음식을 고르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있다"(p. 558)고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목적을 온전히 달성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먹거리를 찾고, 그것을 직접 요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적당히(?) 먹는 것이 나의 행복뿐 아니라 타인의 행복,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와 깊이 관련된 문제다. ‘먹는다’는 일상의 사소한 행동은 지구와 그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한 행동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산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참된 삶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