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독학으로 사진을 연구한 최민식, 그는 본격적으로 ‘인간’을 피사체 찍어오면서 인생을 알아갔다. 그의 포토 에세이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도 여전히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찰나에 생각을 머무르게 했다. 그러기에 그는 인생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진처럼, 에세이의 일관된 주제는 인생, 인격, 운명, 나이, 인간 그 자체, 이런 것들이다. 나는 그의 포토에세이에서 유독 사람의 얼굴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앵글로 담아낸 그 표정들, 어찌 저리 정직할까? 웃거나 찡그린 모습, 피곤한 모습, 때로는 체념한 듯, 때로는 달관한 듯한 모습이다. 그는 담담하고 평범하게 에세이를 이어간다.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 …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은 없다. … 화사한 미소의 얼굴은 대인관계의 성공을 일컫는 징표다. … 그래서 많이 웃어야 한다.”(p. 81). 너무나 상식적이고 밋밋한 글이지만, 그의 사진이 옆에 있으니, 문장이 마음에 확 와서 닿는다.  
  
 
 
 
 
 
 그의 사진, 참 정감 있다. take-out 커피를 웃고 있는 두 여인(0. 16), 오랜만에 만난 동창일까? 추운 겨울 그들은 어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나? 혹시 라면을 먹고 비싼 커피를 사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산의 수염 많은 할아버지(p. 35), 무얼 보고 저리 웃으시는지, 눈에 천진난만함이 가득하다. 아기를 하나 안고 하나는 업고 있는 30대중후반의 아주머니(p. 72)에게서 모성애가 깊게 느껴진다. 삶을 행복하게 요소는 무엇일까? 친구의 우정, 삶의 연륜, 모성애와 가족사랑.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으리라.   
  
 
 
 
 
 
 
 
 
 
 
 
 
 
 
 최민식의 사진에 유독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띤다. 부산 시장터에서 국수를 만드는 아주머니는 피곤한 삶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p. 22). 생선을 잔뜩 널어놓은 아저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생선 한 마리를 손질하고 있다(p. 46). 손이 얼마나 시릴까? 이날 그는 생선을 다 팔았을까? 하루의 고단함 속에서 못다 판 생선은 다시 뒤에 놓여 있는 스티로폼 박스에 담기겠지. 이번에는 아주머니다(p. 78). 생선장수 아저씨 사진보다 조금 더 흐릿하다. 1999년 작품인데 왜 6.25전후가 생각나는 것일까? 밀양 양파 밭에서 일하는 분들(p. 100), 작가는 사진 옆 에세이의 제목을 ‘소박한 농부의 삶’이라 표현했다. 밭에서 일하는 시골 아주머니들, 그들의 마음이 모두 소박한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도심에 사는 자들에 비하면 그들의 삶은 소박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또 시장에 연이어 장사하는 생선장수 사진이다(p. 126). 맨 앞 아주머니 뒤에 말쑥한 아저씨가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서 있다. 아주머니의 남편일까? 고생하는 아내가 생선을 팔아 번 돈을 챙기려고 서 있는 것일까? 세 번째 아주머니의 좌판 앞에 한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문 채 서 있다. 왜 그가 시장에 나왔을까? 그의 아내가 병들어 누웠을까? 이 사진은 고단하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오랜 세월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가난한 시장의 서민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아야 이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 바로 뒷장(p. 128)에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소주맛이 좋다카이’라고 적혀 있는 앞치마를 걸치고 오른손으로는 팥죽 같은 것을 젓고 왼손으로는 연신 손님을 부른다. ‘맛 좀 보고 가이소 마. 소주도 한 잔 걸치고 가야지예~’ 주어진 처지에서 낙심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진실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나는 최민식의 흑백 사진 한 장 한 장에 내 생각을 머물게 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말하는 인생, 평범하지만 삶의 연륜에서 나온 진실한 말들을 내 가슴에 담는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살아온 날들 만큼 인생의 애환이 묻어난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 생각이 머물고, 생각이 머물러 있는 그 순간 작가는 나에게 말을 건다. ‘인생, 산다는 건 소중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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