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미술관 - 미술, 영화를 읽다
정준모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몇 년 동안 수십 권의 미술책을 섭렵했다. 슬슬 실증을 느낄 무렵 이 책을 접했다. 이 책, <영화 속 미술관>은 새롭고 재미있다. 저자 정준모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휴식 내지는 도피로 즐기는 정도의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고백한다. 그런 그가 미술학자답게 자신이 본 영화에 나오는 많은 미술작품에 사로잡혀 영화 속 미술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저자는 영화든 그림이든 관람객이나 독자들이 지나치게 계몽주의적 감상법을 고수한다고 지적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자신의 생각보다 작가의 의도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느낌과 감상이 아닐까? 맞는 말이다. 이 책은 화가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뿐 아니라, 미술 작품이 나오는 영화나 미술 작품이 모티브가 된 영화들을 거론하면서 미술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감상들을 흥미롭게 펼친다. 

저자가 내가 본 영화들을 이야기하고 그 속의 화가의 삶이나 미술작품 이야기를 할 때, 특히 흥미로웠다. <팩토리 걸>과 앤디 워홀에서 작가 정준모는 워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범하게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게 만들어 갔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워홀은 스스로를 예술로 만들었다.”(p. 18), 일상의 하찮은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워홀 자신이 예술이었기 때문이란 말이다. 영화 <취화선>이 장승업을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접근해서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약화시켰다고 아쉬워했다. 영화 <클림트>의 시작에서 주인공은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드는 혼미한 정신 상태에 있다. 이것은 비록 클림트가 그의 작품에 지독한 아름다움, 관능적인 에로티시즘, 장식성의 본질을 선명하게 그렸지만, 자기 자신에게 남은 것은 모호함 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도 <올드보이>(앙소르의 <슬퍼하는 남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베르메르), <까미유 글로델>, <프리다>(프리다 칼로), 이 정도가 내가 본 영화들인데, 작가 덕분에 이들 화가들과 작품들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도 한 몇 년 전 DVD로 보았는데, 이 영화에 치골리의 그림이 나오고, 이 영화의 원작소설에는 프란체스코 코사의 유화가 나온다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나의 미술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시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에서 열심히 화가들의 작품들과 영화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아, 이런 영화구나, 이런 작품이구나’ 하고 연신 감탄했다. 예를 들어, 십 여년전 어빙 스톤의 소설, <빈센트 반 고흐>와 <르네상스인 미켈란젤로>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이 소설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열정의 랩소디, Lust for Life>와 <아거니 앤 엑스터시, The Agony and the Ecstasy>였다. 그러고 보니, 원작 소설과 영화제목이 동일하다. 이 영화들을 DVD로 구매해서 감상해 보고 싶어진다.  

<영화 속 미술관>은 영화를 통해 화가들에 대해 말하고 화가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풀어 낼 뿐 아니라, 미술사의 다양한 상식들도 생생하게 전해준다. 내가 새롭게 배운 것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클루아조니즘(cloisonnism)은 “공예적 기법처럼 명확한 윤곽선과 색채를 보여주는” 것이다(p. 6). “인상주의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전제된 화파”다(p.96). 아르뷔르(Art burt)는 "정신분열증 환자와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꾸밈없는 순순한 미술“을 말한다(p. 176). 타르코프스키는 "예술은 사실의 반영이 아니고 진실의 창조”라고 말했다(p. 302), 등등.  

화가와 미술작품에 대한 상식을 갖고 싶은가? 이 책을 읽어라. 자기만의 작품 감상을 하고 싶은가? 작가 정준모가 어떻게 영화 속에서 미술작품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감상하는지 들여다보라. 갑자기 또 다른 미술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은 나를 아마추어 미술광으로 만들고 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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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안에 머무는 삶 - 분주함을 벗고, 하나님의 잔치에 참여하다
스티브 맥베이 지음, 우수명 옮김 / 터치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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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기도 생활과 말씀 생활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한다. 교회 봉사에 관해서도 맡겨진 일에 열심을 다해 감당하려 한다. 그러나 때로 공허하다. 무엇인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은혜받기 위해 몸부림(?)을 쳐본다. 기도하지 않으면, 말씀을 보지 않으면, 교회 봉사하지 않으면, 은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도 이 분주한 종교적인 행위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나님을 믿으며 산다는 것은 이런 외형적인 종교 행위를 넘어서는 더 깊은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깊은 그 무엇을 갈망한다.  

<은혜 안에 머무는 삶>의 저자는 복음과 은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체험이 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한 철저하고 급진적이다. 제1부 ‘다시 만나는 하나님의 은혜’에서 그는 우리가 하나님께 진 빚을 결코 갚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렇게 하려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을 모욕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어떤 죄보다 크다. 따라서 너무 자신을 정죄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정죄는 하나의 율법적 의식(儀式)일 뿐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떠나 율법과 외도(外道)하는 것이다. 저자 맥베이의 다음과 같은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우리가 죄를 짓도록 유혹하는 반면, 교회는 우리가 죄를 짓지 않도록 힘쓴다”(p. 39). 이 일에 대해 세상은 항상 승리하고, 교회는 항상 패배한다. 그렇다. 믿음 생활은 죄를 짓지 않으려고 힘쓰는 생활이 아니다. 죄 짓지 않는 일에 우리는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신앙생활은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제2부 ‘넘쳐흐르는 하나님의 은혜’에서 저자는 나에게 하나님의 은혜 안에 머무르라고 도전한다. 고난이 올 때, 우리는 그리스도에게 집중하게 된다. 값진 향유가 담긴 옥합이 깨져야만 아름다운 향기가 주위에 퍼지듯, 고난을 통해 우리 속에 있는 그리스도의 생명은 드러난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이것은 성경의 가장 중심적인 내용이며, 그리스도인들이 수없이 들었던 말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입술로는 고백하지만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 사실을 깊이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1) ‘하나님.’ 하나님은 내가 하나님을 떠났을 때에도 나를 따라오신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께로 돌아섰을 때, 그 때도 하나님은 거기 계신다! (2) ‘사랑하신다.’ 나에게 퍼부어지는 그 사랑의 흐름은 통제하거나 바꿀 수 없다. 은혜를 더 많이 받기 위해 특별히 할 일도 없다. 단지 그곳에 있기만 하면 된다.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지는 곳에 있어라. (3) ‘나를.’ 하나님은 어째서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시는가? 우리는 이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믿을 수는 있고, 그 진리의 빛 가운데서 살아갈 수도 있다. 하나님의 그 흔들리지 않는 사랑 위에 견고히 서 있을 때만 우리는 진정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하나님의 거부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해하기 전까지 우리는 자신의 행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점점 더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며, 그 안에 머무르고자 한다.  

제3부 ‘나를 키우시는 하나님의 은혜’에서 저자는 율법주의적 종교에서 벗어나라고 도전한다. “율법주의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주는 즐거움을 빼앗고,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선물들을 뻔뻔스럽게도 종교적인 의무로 변하게 만든다”(pp. 190~191). 따라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불같은 사랑에 놀라고 감격하는 것이다. 참된 묵상이 필요하다. 저자는 시편의 몇 몇 구절들을 제시하며 참된 묵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하나님의 임재, 그 분의 행하신 일, 그분의 방법, 그 분의 말씀에 분열되지 않은 마음으로 온전히 집중하는 행위”(p. 230). 그렇다. 마음 다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묵상하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또 하나의 종교적 의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마지막에 주님의 초대장을 읽어 준다. “나와 함께 가자.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단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깊게 느끼며 평안을 누렸다. 율법주의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종교적 분주함의 감옥에서 나와 하나님의 사랑에 깊이 잠길 때, 그 때 비로소 나는 주님과 사랑에 빠져 기쁨의 혼인잔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기쁨을 이기지 못해 빙빙 돌며 춤추시는 주님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와 함께 춤추지 않으련?’ 하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초대에 응답한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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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카리스마 - 싸우지않고 이기는 힘, 개정증보판
이종선 지음 / 갤리온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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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카리스마’는 본래 신적인 절대적 권위를 의미하며, 리더십에서는 대중을 따르게 만드는 능력이나 자질을 의미한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선을 끄는 매력’ 정도로 사용되는 듯하다. 어쨌든 세상의 어느 집단에 있든 리더들에게는 나름의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나 또한 한 집단의 리더로 부하 직원들을 잘 이끄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에게는 부하직원들을 무엇인가로 이끄는 강력한 힘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낀다. 리더로 남에게 싫은 소리도 잘 못하고 때로는 부하 직원들의 눈치(?)를 볼 때가 많다. 이런 나에게 <따뜻한 카리스마>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책 표지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힘’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확 다가왔다. 여성작가의 부드러운 얼굴 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맑고 큰 눈과 입을 다물어 살짝 올라간 입꼬리, 부드러운 모습의 작가가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게 ‘따뜻한 카리스마’를 들고 나왔다. 그는 따뜻한 카리스마 없이는 사람도 세상도 바꿀 수 없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썼단다. 단정하고 명확한 그의 글들은 자신의 확신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Chapter One에서는 따뜻한 카리스마의 10가지 구성요소를 제시한다. 리더십의 핵심이 대인관계 능력이라면, 그가 제시한 따뜻한 카리스마의 열 가지 구성 요소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나를 개방하여 상대를 통제하는 자기 표현력, 상대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는 공감능력, 신뢰, 설득력, 마음의 완장을 제거하는 겸손, 남을 불쾌하지 않게 거절하는 기술, 열등의식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여유있게 세상을 품게 하는 유머 감각, 모든 만남을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는 자세, 그리고 카리스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전. 사실 웬만한 책에서도 다 볼 수 있는 리더십의 주요 요소다. 그런데도 이종선의 글을 읽고 있으면 더 쉽게 공감이 간다. 그에게 따뜻한 카리스마가 있어서 그런가? 

Chapter Two에서 저자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들을 제시한다. 그 중 요즈음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안철수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그가 올바르게 살아도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란다. “어떠한 유혹에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결단의 순간에 자기를 선명히 볼 수 있다”(p. 113)는 안철수의 말은 나에게 큰 도전이 된다.  

Chapter Three와 Four의 내용들은 대체로 평이하고 조금은 싱겁다. 하기야, 리더십이나 자기 계발서의 책들이 대동소이하지 않나 싶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겠지. 내용은 쉽고 분명하지만, 이대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는 노릇이다. 저자도 개정판 서문에서 이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완벽하게 실행하자는 것이 아니고, 이것을 기준으로 삼고 한번 노력해 보자는 의미로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래! 조금 더 따뜻하게, 그러나 우유부단하지 않게, 강한 비전과 따뜻한 인격으로 그리고 넉넉한 유머감각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 그런 노력 자체가 나를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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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2대 8로 돌아가고 돈은 긴꼬리가 만든다 - 80개의 법칙으로 다시 배우는 재미있는 경제학
황샤오린.황멍시 지음, 정영선 옮김 / 더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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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정말이지 경제 개념이 전혀 없다.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결혼 전에는 어머님이 옷을 사주셨고, 결혼해서는 아내가 옷을 사준다. 백화점에서 구두라도 한 켤레 살라치면, 첫 번째 코너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것을 덜컥 산다. 아내와 쇼핑하러 가도 아내가 쇼핑하는 동안 나는 커피 가게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린다. 지갑에는 현금이 거의 없다. 그냥 신용카드 두 장이 다다. 사람들과 식사하거나 교제할 때 드는 돈은 카드로 결제하고, 온라인 상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 정도가 상거래 전부다. 평생 장사를 해 보지도, 돈을 벌기 위해 애쓰며 노력하지도 않았다. 안정된 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나는 경제 쪽으로는 젬병이다.   

그런 내가 용기를 내어 경제학에 도전해 보았다. <세상은 2대 8로 돌아가고, 돈은 긴꼬리가 만든다>라는 책 제목이 끌렸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고, 이 책에 제시된 경제 법칙 80가지 중 제목만 보고는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책 뒷면의 광고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이제 경제학은 단순히 학문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게 교양이며, 삶이며, 지혜인 것이다.” 거창하게 경제학에 도전했다기보다, 경제학에 대한 초보적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내가 경제 용어나 법칙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내가 많은 것들을 경제학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디어, 책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세상은 2대 8로 돌아간다”는 2:8 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영국인의 부와 수익 모델을 연구하면서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 법칙은 삶에 다양하게 응용되는 법칙이다. 기업은 20%의 핵심 역량을 관리하고 20%의 소수 직원으로 80%의 다수 직원을 관리해야 효율적이다. 핵심문제 20%를 해결하면 나머지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마케팅도 2:8 법칙에 따라 20%의 핵심 상품과 핵심 고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으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아하! 세상은 2대 8 법칙으로 돌아가는군! 오래 전 벌이나 개미의 세계에서 모두 분주히 움직이지만 실제로 꿀을 모아오는 벌이나 일하는 개미는 2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편, “돈은 긴꼬리가 만든다”는 무슨 뜻인가? 이것은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롱테일 이론(long tail theory)를 풀어 쓴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원가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판매가도 함께 급락했다. 그런데 비록 판매가가 떨어졌어도, 인터넷이라는 장을 통해 소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자가 많아졌다. 작은 수에 아주 큰 수를 곱하면 큰 수가 되는 것이다. 결국 박리다매(薄利多賣)라고, 인터넷 판매에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베스트셀러의 판매량은 전체의 80%가 아니다. 오히려 비(非)베스트셀러가 한 권 한 권 모여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책 제목 <세상은 2대 8로 돌아가고, 돈은 긴 꼬리가 만든다>는 두 개의 모순된 이론을 묶은 것이다. 2:8 법칙에 따라 핵심 20%에 집중해야 하는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때로 긴꼬리인 80%의 총량이 20%의 주력 상품을 능가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학 이론의 모순과 응용의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또 그 상황에 맞는 경제 이론을 도입해야 한다. 거기에는 지혜뿐 아니라, 배포와 용기, 기백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경제 교양서인 이 책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이해하기는 쉽지만 적용하고 응용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통해 경제 상식은 풍부해졌지만, 내 삶에 이 경제법칙들을 제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 문외한인 나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의 글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도 중요한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큰일에는 무능하다.”(p. 41). 그렇다. 나는 경제 쪽으로는 지금까지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살아왔다.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들이 있고, 지금 그것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내 성격과 기질과도 맞아 즐겁게 그리고 탁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된 것이 않는가! 이 책은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지혜를 추구하게 한다. 정말 재미있는 경제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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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문화 15강 - 당신이 궁금해 하는 도교에 관한 모든 것
잔스촹 지음, 안동준.런샤오리 옮김 / 알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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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유교, 불교, 도교는 동양사상과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도교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변명했다. ‘서양인에게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에 대해 물어보거나 기독교에 대해 물어보라. 그들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지 않기 위해, 북경대학의 교양강의 교재로 선정된 도교 정통 입문서인 <도교문화 15강>에 도전했다. 교양 강의 교재라고 해서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만만하지가 않다. 먼저 책의 두께에 압도당했다. 부록까지 합치면 700페이지가 넘는다. 도교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수준이 아니라, 도교의 다양한 영역, 종교로서의 도교, 사상과 철학으로서의 도교, 도교의 역사와 계파, 도교의 경전, 도교의학, 양생사상, 심지어 도교 수련법과 도술, 도교의례절차까지 자세히 강의를 풀어 놓았다. 저자는 도교문학과 예술, 더 나아가 도교에서 신선들이 살았다고 전하는 동천복지까지도 자세히 연구하여 정리하였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한 강의, 한 강의 경청하듯 읽어 내려갔다. 종교로서의 도교를 이해하고, 문화로서의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도교의 사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저자 잔스촹의 설명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도교의 근본적인 취지, 연년익수(延年益壽 - 현실세계에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와 우화등선(羽化登仙 - 수행과 수련을 통해 영생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통해 도교의 생명 존중 사상을 배울 수 있었다. 도교의 양생학(養生學)도 건강과 장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 도교의 신선이나 그들의 도술 이야기는 무협 소설이나 옛 이야기에 나오는 허무맹랑한 망상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관심의 구현인 것이다.  

토정비결이나 점괘를 하나의 미신으로 치부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복희씨(伏羲氏)의 괘효(卦爻)는 세상과 삶에 대해 마음으로는 깨달았지만 말로는 도무지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괘상부호(卦象符號)로, 나름대로의 진리를 담고 있음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복희의 괘효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 부호들을 도식으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제 3강 도교 교단의 형성과 계파조직 같은 것은 너무나 상세해서 중국 역사에 문외한들에게는 너무나 벅찬 내용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제 2장 도교사상의 연원이다. 도교의 형성에 황로사상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도교와 유가, 묵가, 병가, 불교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매우 흥미롭게 배웠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음양의 조화를 말하고, 토정비결과 오늘의 운세를 보고, 풍수지리설을 따르고, 복기술(服氣術)과 태식법(胎息法)이라 말하는 오늘날의 복식호흡을 하는 것들은 모두 도교의 영향인 것이다. 이런 우리의 문화 중 많은 것들은 나름대로 생명존중과 건강하고 바른 삶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으로, 단순히 미신이라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도교적 사상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나치게 합리적인 서양 철학과 사상의 잣대로 동양철학을 평가하는 우(愚)를 범했다. 이제는 동양의 세계관으로 도교와 같은 동양종교와 그 문화를 이해하고 가치를 판단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도교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 인내를 가지고 이 책을 읽으면 도교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유익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도교에 대한 소개를 넘어 정말 방대하고 철저한 도교문화 강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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