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2대 8로 돌아가고 돈은 긴꼬리가 만든다 - 80개의 법칙으로 다시 배우는 재미있는 경제학
황샤오린.황멍시 지음, 정영선 옮김 / 더숲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정말이지 경제 개념이 전혀 없다.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결혼 전에는 어머님이 옷을 사주셨고, 결혼해서는 아내가 옷을 사준다. 백화점에서 구두라도 한 켤레 살라치면, 첫 번째 코너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것을 덜컥 산다. 아내와 쇼핑하러 가도 아내가 쇼핑하는 동안 나는 커피 가게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린다. 지갑에는 현금이 거의 없다. 그냥 신용카드 두 장이 다다. 사람들과 식사하거나 교제할 때 드는 돈은 카드로 결제하고, 온라인 상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 정도가 상거래 전부다. 평생 장사를 해 보지도, 돈을 벌기 위해 애쓰며 노력하지도 않았다. 안정된 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나는 경제 쪽으로는 젬병이다.   

그런 내가 용기를 내어 경제학에 도전해 보았다. <세상은 2대 8로 돌아가고, 돈은 긴꼬리가 만든다>라는 책 제목이 끌렸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고, 이 책에 제시된 경제 법칙 80가지 중 제목만 보고는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책 뒷면의 광고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이제 경제학은 단순히 학문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게 교양이며, 삶이며, 지혜인 것이다.” 거창하게 경제학에 도전했다기보다, 경제학에 대한 초보적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내가 경제 용어나 법칙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내가 많은 것들을 경제학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디어, 책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세상은 2대 8로 돌아간다”는 2:8 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영국인의 부와 수익 모델을 연구하면서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 법칙은 삶에 다양하게 응용되는 법칙이다. 기업은 20%의 핵심 역량을 관리하고 20%의 소수 직원으로 80%의 다수 직원을 관리해야 효율적이다. 핵심문제 20%를 해결하면 나머지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마케팅도 2:8 법칙에 따라 20%의 핵심 상품과 핵심 고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으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아하! 세상은 2대 8 법칙으로 돌아가는군! 오래 전 벌이나 개미의 세계에서 모두 분주히 움직이지만 실제로 꿀을 모아오는 벌이나 일하는 개미는 2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편, “돈은 긴꼬리가 만든다”는 무슨 뜻인가? 이것은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롱테일 이론(long tail theory)를 풀어 쓴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원가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판매가도 함께 급락했다. 그런데 비록 판매가가 떨어졌어도, 인터넷이라는 장을 통해 소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자가 많아졌다. 작은 수에 아주 큰 수를 곱하면 큰 수가 되는 것이다. 결국 박리다매(薄利多賣)라고, 인터넷 판매에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베스트셀러의 판매량은 전체의 80%가 아니다. 오히려 비(非)베스트셀러가 한 권 한 권 모여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책 제목 <세상은 2대 8로 돌아가고, 돈은 긴 꼬리가 만든다>는 두 개의 모순된 이론을 묶은 것이다. 2:8 법칙에 따라 핵심 20%에 집중해야 하는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때로 긴꼬리인 80%의 총량이 20%의 주력 상품을 능가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학 이론의 모순과 응용의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또 그 상황에 맞는 경제 이론을 도입해야 한다. 거기에는 지혜뿐 아니라, 배포와 용기, 기백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경제 교양서인 이 책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이해하기는 쉽지만 적용하고 응용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통해 경제 상식은 풍부해졌지만, 내 삶에 이 경제법칙들을 제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 문외한인 나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의 글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도 중요한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큰일에는 무능하다.”(p. 41). 그렇다. 나는 경제 쪽으로는 지금까지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살아왔다.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들이 있고, 지금 그것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내 성격과 기질과도 맞아 즐겁게 그리고 탁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된 것이 않는가! 이 책은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지혜를 추구하게 한다. 정말 재미있는 경제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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