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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우아하게 걷기 - 한 절 현대역 말씀 공감
류호준 지음 / 샘솟는기쁨 / 2023년 4월
평점 :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엄청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경은 지금과 다른 시대에 기록된 것이니, 사회 문화적 배경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언어 문법과 문학적 이해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지성적 훈련을 받지 못한 분들도 성경 한 구절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이로 인해 믿음이 자라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하나님의 말씀은 젖과 같아 연약한 자들이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합니다(벧전2:2). 그렇습니다!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성경 한 구절이라도 제대로 붙잡으면 우리는 이 책의 제목처럼 “똑바로 우아하게” 믿음의 인생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성경학자 류호준 교수님은 자신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거워했던 성경 구절들을 쉬운 일상의 언어와 비유로 풀어냅니다. 아버지 품을 떠난 탕자가 “일어나 아버지 집으로 갔다”(눅15:20)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회심은 동선(動線)’이기에 아버지께로 가는 길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회심과 구원을 긴 여정으로 볼 때, 우리는 조급함과 천박함을 버리고 좀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저자의 오랜 성경 연구와 묵상이 이런 단순하면서고 깊이 있는 글들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 헤아려봅니다.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엡1:10)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원탁회의”로 설명하면서 교부 이레니우스의 글을 인용한 것이나, “믿음을 통해 은혜로 구원을 얻었습니다”(엡2:8)라는 말씀에서 핵심 단어 ‘은혜, 믿음, 구원’을 설명하고 한국교회에 편만한 믿음 만능주의를 비판한 것은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신구약을 넘나드는 단상(斷想)은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표현됩니다. “남자가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를 돕는 사람, 곧 그에게 알맞은 짝을 만들어 주겠다”(창2:18)는 말씀에 대해, 저자는 ‘나이가 들면 여자는 남자 없이 잘 지내지만 남자는 여자 없이 못 산다’는 말을 들먹입니다. 또 ‘여자는 뼈에서 남자는 흙에서 나왔으니, 여자가 강할 수밖에 없다’는 연식이 지난(?) 조크도 소개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글을 쓰는 것 같지만,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인격을 가졌으며 창조 세계를 회복하려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함께 사용 받는 존재임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루하루 성경 한 구절을 붙잡고 올곧고 우아하게 인생길을 걷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 곳곳에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생수 같은 글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한 잔의 차 같은 글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반짝이는 보석 같은 글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