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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세계사 ㅣ 세용 지식곡간 3
호안 데 데우 프랏 이 피호안 지음, 테레사 마르티 호베르 그림, 맹성렬 옮김 / 세용출판 / 2011년 3월
평점 :
이 책은 스페인의 아동도서 전문 집필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독특한 세계사책이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사진과 그림, 일러스트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어서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신문을 만들거나 ‘우리들의 작품’ 게시판에 큼지막한 아트지를 붙여 놓고 거기에 이것저것 그림과 사진을 오려 붙이고, 만화풍의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작품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내용을 찾는 즐거움이 있고, 전체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역사책을 좋아하는데, 전문 역사학자들의 책보다 저널리스트 - 예를 들어 헨드릭 반 룬, 에른스트 곰브리치, 폴 존슨, 등과 같은 작가 - 의 책들을 즐겨 읽었다. 왜냐하면 역사학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의 세부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반면, 저널리스트들은 세계 역사의 큰 흐름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세계사>의 미덕 중 하나는 바로 세계 역사를 통시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세계 곳곳의 역사를 나름대로 잘 배분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세계사가 너무 서양 역사 이야기에 치중하는데, 작가가 스페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크메르, 티베트, 일본, 아라비아, 아프리카 등과 같은 지역의 역사도 잘 안배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는 것은 각 문명과 시대의 주요 특징들을 쉽게 정리했다는 점이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처음 바퀴를 사용했고, 인더스 문명은 목화의 원산지이며, 중국의 4대 발명은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반이다. 그리스 문화에서 피타고라스가 구구단을 처음으로 발명했다. 원통형 나무통은 컬트 문화의 특징이다, 등등. 이 책은 다양한 문화와 시대의 특징을 쉽게 정리하고 오래 기억나게 해 준다. 익숙한 용어지만, 잘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도 쉽게 들어온다. 선사시대 건축물인 선돌과 환상열석과 고인돌의 차이, 고대 중국 사상인 도교와 유교와 불교의 특징 정리, 그리스 문화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비교, 산업화 시대의 경험주의와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와 진보주의 등에 대한 설명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 책은 초등학생과 청소년들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세계사에 대한 흥미를 돋게 하는 훌륭한 책이다. 중학생 딸이 세계사를 공부할 때, 옆에서 넌지시 물어볼 생각이다. ‘너, 구구단을 처음 발명한 사람이 누군지 아니?’ ‘사람들은 왜 프랑스 혁명 때 자유, 평등, 박애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을까?’ 이 책 덕에, 딸에게 충분히 뻐기며 세계사에 대해 좋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ㅋ.ㅋ!
이 책, 서재 한구석에 꽂아 놓고, 초등학교 게시판 신문 보듯 심심할 때 한 번씩 꺼내서 보고 싶은 책이다. 세용출판사에서 나온 지식곡간 시리즈, <지구의 역사>, <우주>도 어떤 책인지 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