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만화 이론가 박세현 씨가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작가 이원복 씨와 나눈 열 나라에 관한 열 번의 인터뷰 내용과 이원복 작가에 대해 평가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만화가 전혀 나오지 않아 아주 조금(정말 아주 조금!) 실망했다. 그러다 이들의 대화 속에 나오는 여러 나라의 역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지고 말았다. 네덜란드 편에서 일본의 막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네덜란드가 전해 준 식용유로 튀긴 음식에 홀딱 반해, 결국 콜레스테롤 때문에 생긴 암으로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를 읽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프랑스의 삼색기가 ‘자유, 평등, 권리’를 의미했다가 프롤레타리아 혁명이후 ‘권리’대신 ‘박애’로 바뀌었다는 이야기, 프랑스인들의 속물근성(snobbism)과 섬나라 영국인들의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의 기원 등, 정말 재미있는 상식으로 무장한(?) 교양 갖추기에는 제격인 책이다.  

일본 이야기는 요즘 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 때문에 더 관심있게 읽었다. ‘태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일본’이라는 타이틀부터 마음에 다가왔다. 일본이 쇠퇴하는 것은 GDP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의 문제라고 본 이원복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까지 일본이 있게 한 ‘와’(和)와 집단에 무조건 순종적인 정신, 그리고 지나친 개인주의인 오타쿠 문화는 지략과 창의력, 도전정신이 필요한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부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 패키지로 열 나라를 급하게 다녀온 느낌이다. 뭔가 많이 본 것 같은데, 몇 몇 재미있는 이야기만 생각난다. 그래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인터뷰 형식이라서 마치 작가와 직접 대화하듯 책을 읽고, 그의 <먼 나라 이웃 나라>를 다시 읽어 보고 싶게 만든다는 데 있다. 

2부 ‘먼 이원복 vs. 이웃 이원복’에서 만화와 만화가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이 책의 두 번째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만화가 예술의 관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말할 수 없었다. 박세현 씨에 따르면, 만화는 “대중을 위한 종합예술(the composite)”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원복의 만화를 왜 단순한 ‘학습 만화’가 아니라 ‘교양 만화’라고 해야 하는지, 그의 <먼 나라 이웃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리게 되었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이원복에 대해 조금 더 살갑게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이원복 교수에게 밥벌이로서의 만화작업이 놀이가 되었고, 그를 진정한 히스토리텔러가 되게 했다. 나는 이 책에서 사회주의에도 열린 마음을 가졌고, 종교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며, 여전히 자본주의 신봉자이며, 보수적인 세계화의 예찬론자인 인간 이원복을 만날 수 있었다.  

역사와 만화 그리고 만화 작가에 대해 교양을 갖추기를 원하는 자에게 이 책은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의 타이틀 <만화로 교양하라>, 썩 마음에 들게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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