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교문화 15강 - 당신이 궁금해 하는 도교에 관한 모든 것
잔스촹 지음, 안동준.런샤오리 옮김 / 알마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유교, 불교, 도교는 동양사상과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도교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변명했다. ‘서양인에게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에 대해 물어보거나 기독교에 대해 물어보라. 그들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지 않기 위해, 북경대학의 교양강의 교재로 선정된 도교 정통 입문서인 <도교문화 15강>에 도전했다. 교양 강의 교재라고 해서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만만하지가 않다. 먼저 책의 두께에 압도당했다. 부록까지 합치면 700페이지가 넘는다. 도교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수준이 아니라, 도교의 다양한 영역, 종교로서의 도교, 사상과 철학으로서의 도교, 도교의 역사와 계파, 도교의 경전, 도교의학, 양생사상, 심지어 도교 수련법과 도술, 도교의례절차까지 자세히 강의를 풀어 놓았다. 저자는 도교문학과 예술, 더 나아가 도교에서 신선들이 살았다고 전하는 동천복지까지도 자세히 연구하여 정리하였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한 강의, 한 강의 경청하듯 읽어 내려갔다. 종교로서의 도교를 이해하고, 문화로서의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도교의 사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저자 잔스촹의 설명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도교의 근본적인 취지, 연년익수(延年益壽 - 현실세계에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와 우화등선(羽化登仙 - 수행과 수련을 통해 영생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통해 도교의 생명 존중 사상을 배울 수 있었다. 도교의 양생학(養生學)도 건강과 장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 도교의 신선이나 그들의 도술 이야기는 무협 소설이나 옛 이야기에 나오는 허무맹랑한 망상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관심의 구현인 것이다.
토정비결이나 점괘를 하나의 미신으로 치부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복희씨(伏羲氏)의 괘효(卦爻)는 세상과 삶에 대해 마음으로는 깨달았지만 말로는 도무지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괘상부호(卦象符號)로, 나름대로의 진리를 담고 있음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복희의 괘효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 부호들을 도식으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제 3강 도교 교단의 형성과 계파조직 같은 것은 너무나 상세해서 중국 역사에 문외한들에게는 너무나 벅찬 내용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제 2장 도교사상의 연원이다. 도교의 형성에 황로사상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도교와 유가, 묵가, 병가, 불교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매우 흥미롭게 배웠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음양의 조화를 말하고, 토정비결과 오늘의 운세를 보고, 풍수지리설을 따르고, 복기술(服氣術)과 태식법(胎息法)이라 말하는 오늘날의 복식호흡을 하는 것들은 모두 도교의 영향인 것이다. 이런 우리의 문화 중 많은 것들은 나름대로 생명존중과 건강하고 바른 삶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으로, 단순히 미신이라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도교적 사상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나치게 합리적인 서양 철학과 사상의 잣대로 동양철학을 평가하는 우(愚)를 범했다. 이제는 동양의 세계관으로 도교와 같은 동양종교와 그 문화를 이해하고 가치를 판단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도교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 인내를 가지고 이 책을 읽으면 도교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유익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도교에 대한 소개를 넘어 정말 방대하고 철저한 도교문화 강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