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시네아에게
김경진 지음 / 마음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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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앞서, 먼저 가신 고인(시인의 아내)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경위를 먼저 설명하자면, ​​김경진 시인은 오래전부터 네이버 사진 블로그에서 뜨문뜨문 글, 사진을 접했고 시인의 시집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사진 블로그에 사진을 자주 올리지를 못하고 이웃의 블로그를 거의 찾지 못했다. 사진조차 찍어도 포스팅을 못하는 마당에 RSS 등록된 이웃을 찾을 엄두도 나지 않았기도 했다. 게다가 자격시험이며 혹은 회사 일의 치명적인 문제까지 덮치는 바람에 블로그를 열심히 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다른 블로그는 방문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공감 버튼(알라딘으로 치면 "좋아요"버튼)을 누르면 등록이 되고 공감한 블로그가 링크가 되니 이웃의 블로그 방문이 쉬운 편이다. 이제는 일주일에 겨우 한 편의 사진일 정도로 뜸했다. 그리고 몇 줄도 되지 않는 글 쓰기였는데 마침 시인의 공감 버튼을 보고 블로그를 방문했다. 프로필 사진이 빨간색 표지의 "돌시네아에게" 라는 시집이었다. "돌시네아에게" 라고 하니, 언듯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으나, 간혹 들어보긴 했으나 낯선 이름이었다. 어디에서 들었더라 생각을 더듬더듬했었다. 시집이 유난히 빨간색이라 선정적이기까지 하고 제목이 "돌시네아에게"라고 하니 강한 인상이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라스트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세르반테스의 소설. 그리고 떠오른 이름 돌시네아. 이어서 기억의 확인차 당연히 검색까지 했다. 오래전인가 유튜브에서 라스트 오브 라만차 오페라 곡에 돌시네아 라는 곡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인의 블로그 댓글에 오랜만이라는 안부도 여쭙고, 나는 이웃으로 둔 시인이나 작가분들의 책은 꼭 사보는 습관이 있어서 당연히 인사겸 시집을 사겠노라고, 리뷰도 올리겠노라가 알려드렸다.


이내 적힌 시인의 답글에는 11월에 아내를 떠나보냈다는, 상처했다는 비보를 들려주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픈 곳을 또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말이 떠오를 사이도 없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틀에 박힌 안부지만, 이 말 밖에 달리 생각나지도 않았다. 시인의 상처에 대해 더 이상 여쭈어봐야할 것까지도 없었다. 아픈 것에 또 생채기를 입히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살면서 한 사람이 겪어야 할 제일 큰 스트레스가 배우자와의 사별이라는 것일 텐데, 아니나 다를까 감수성이나 삶의 면도 칼처럼 민감한 시인일 텐데 더욱 특별한 삶의 안테나를 가진 사람일 텐데 그 이별의 고통을 무엇으로 다 위로할 수가 없기도 하였다. 위로의 말이랍시고 "힘내세요"라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힘 빠진 소리로는 전혀 위로가 안된다는 것쯤은 나도 충분히 느끼는 터였다.


모두 만남의 첫 시작도, 이별의 끝도 한번 겪는데, 이는 절대적인 이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감할 수도 없다.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린 그저 타자의 이별을 목도한다. 따라서 어떻게, 무슨 말로 심신의 상처에 대해 경감의 말을 전할 마땅한 수단이 사실은 없다.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이해는 된다 손치더라도 당사자의 고통에 비할 바는 전혀 않될 것이다. 하물며 어설픈 위로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시집을 즉각 주문했다. 위로가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 경기도 지역에 폭설이 내려서 당일 도착은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저녁 늦게 경비실에서 택배 도착을 알려왔고 이내 찾아서 바로 읽어 내려갔다.

이 시집을 단정적으로 정의하자면, 아내를 먼저 보낸 그리움으로 점철된 통곡의 언어였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중년의 남자가 눈물로 찍은 발자국이 곧 시어였기 때문이다. 그래 사처곡(思妻曲)이었다.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애절함이 시집의 붉은색 표지 곳곳에 빈 여백을 빼곡히 채우고 있음을 직감하고 마찬가지로 시집 안에 담긴 시편들 전부가 그의 눈물로 쓴 애절함의 시언어였다. 아픈 가슴이 직결된 스위치 마냥 그냥 직류로 흐른다. 작고한 고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의 노부부"에 대한 노래 가사와 같은 과정을 거쳐와서 이별이었더라면,  차라리 덜 아팠으리라. 눈물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뚝뚝 떨어진다.


엊그제와 같이 아내의 모습의 실체를 보았고 사랑했고 실존의 마주함이 있었는데 오늘은 사라져 버린 아내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환상으로 돌연 변해버렸다. 환상 속의 여인. 바로 돈키호테가 환상을 가진 돌시네아 였던 것이 아닐까 했다. 시인 자신을 돈키오테와 같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시대에 시를 부여안고 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펜을 든 돈키호테와도 같다고나 할까. 실체도 없는 거대한 환각 같은 시의 세계에 펜이 무기가 되어 떠돌아다닐 때에 만나는 여인이 돌시네아였던 건지도 모른다. 역시나 시편들의 문장이 구구절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 더 살아서 아이들 결혼도 시켜야 하고 은퇴 후 늘그막의 노년을 함께 지내야 하는 과정조차 생략한 이별 앞에서 시인의 넋두리는 곧 아쉬움, 애절함이 언어로 시인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분비물처럼 흘러 나온다. 그게 눈물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집이 한 종지 눈물 그릇이 되어 젖어 간다.


저녁에 와이프에게 물어봤다. " 자네에게 얼마나 미련 없도록 잘해줘야 나중에 그립지 않고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냥 그대로 있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대로 오랫동안 곁에 머물러 있어 주는 것이 최고로 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뜻이다. 흔히 결혼식 주례 선생이 하는 주례사가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열심히 사랑하고 다투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강조점은 무엇일까. 그저 그대로 있어주기만을 바라는 것에 우리는 더하여 얼마나 더 바라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단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있어서 미워지고 뭘 더해달라고 끝없이 요구하고 해내라고 부탁 아닌 강요를 하고 돈을 더 벌어 와라하든가 오늘 이거저거 해달라고 끝없이 편리함에 이기적 다툼의 사람이 있다. 일 년에 결혼하는 부부가 과연 죽음이 갈라놓을 때처럼 사랑하겠다고 다짐의 시작했음에도 결국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은 또 어떻게 봐라 봐야 할 것인지. 그래서 시인은 시집에서 슬픔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환상을 그리워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더 사랑하지 않겠는가라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내를 만날 때는 처음이 미안함이었고 사귀면서도 미안했고 결혼하고 나니 더 미안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요즘 같은 세태의 여자였다면 분명 까이 고도 남을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전세방 한 칸조차 대출받아서 마련했으니 당체 무슨 낯짝이었는지 지나고 보면 나도 너무나도 뻔뻔스럽기까지 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 같이 내가 솔직히 음악이라도 듣고 사진이라도 찍고 이런저런 내 좋아하는 것을 골라할 수 있는 것 모든 것이 아내의 덕분이었으니까. 살아가는 게 빚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쌓이는 부담감은 차고도 넘친다. 언젠가 부채 청산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 빚도 다 못 갚고 떠난다면 참을 수 없는 부재의 슬픔일 텐데. 시집을 다 읽고 무거운 마음이 더욱 처진다. 슬픔을 나눈다고 나눠질 무게 배분이 있을 리가 없을 것이고, 그저 상투적이고 진부하게 견디셔야죠라는 뻔한 이야기조차 건네지 못함에서 가끔은 슬픔의 고통을 실제로 덜어낼 수 있는 어떤 말이라도 만들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불가항력의 인연이란 곧 그리움의 끝장이자 현재진행형의 영원함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만나는 날. 영원할 것만 같은 그리움을 안고 다시 만날 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얼싸 앉고 뜨거움의 한판 불루스라도 덩실덩실 추어도 좋을 것이다.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네버엔딩 스토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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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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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7-12-26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인은 아무나 되나요. 더군다나 연짱 3년을~
왕 축하합니다!!!

사랑해서 미안해
라는 말 속에 많은 뜻이 함축돼있다는 걸 참 늦게 알았어요.
인생은 늘 막차 떠날즈음 뭔가 깨우침을 주는 게 아닌지.

yureka01 2017-12-26 23:37   좋아요 1 | URL
네 늦게라도 깨닫는 게 오히려 다행이랄까요..
떠날때도 모르고 가는 게 많으니까요..

연말 바쁘시죠?ㅎㅎㅎ네 참 빨리도 달리는 연말시간입니다.~~~

2017-12-26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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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리 2018-01-10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을때 마다 느끼지만 잘 쓰시는거 같아요..감정 전달이 잘 되어요 사진작가님~엄지척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

yureka01 2018-01-10 12:23   좋아요 1 | URL
잘 쓴다는 건 과찬이시고요..전문작가가 아닌 아마추어 글이니.편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저야 글쟁이가 아니라서 ..잘쓴다 못쓴다 이런 생각이 없으니 ....이왕이면 잘 쓰고 싶어도..그게 쉬울리가 없겠죠..
글보다 사진이나 더 잘 찍었음 좋~~겠습니다.ㅎㅎㅎㅎ
감사합니다....오늘도 건승하는 하루 되시길!~^^.

물비늘 2018-04-25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세번째 산문집 <눈물은 뜨겁다>가 오늘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yureka01 2018-04-25 09:01   좋아요 1 | URL
아고 책 나왔군요...네.주문 넣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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