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 다중지성총서 2
조정환 엮음, 김진호.박노해.윤여일 외 지음 / 갈무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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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후쿠시마에 핵 발전소가 폭발했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의 핵 발전소보다 피해는 더 심각했다. 사고는 단순했다. 지진으로 헤일이 일어나고 해안가에 위치한 발전소가 침수 당하면서 정전이 되었고. 이에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핵 반응로에 물의 공급 불능, 온도를 식히지 못함으로써 핵반응을 통제 못했다. 온도는 올라가고 급기야 폭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SNS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소식들(일본 언론에서는 후쿠시마에 대한 소식은 정식 뉴스에서 언급이 없다.)에 의하면 지금도 멜트 다운(고온의 노심이 땅 속으로 녹여서 꺼짐) 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고농도의 방사능 물질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핵에 대해 통제력을 잃을 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속수무책이는 표상과도 같은 대표성을 뛴다. 체르노빌은 군인들을 동원해서 아예 전부 콘크리트로 덮어 버렸다고 하지만 후쿠시마는 여전히 방사능을 품어 내고 있다. 물론 체르노빌의 핵발전소에 투입된 군인들의 이야기는 어떤 상황으로 내 몰렸는지에 대해 또 다른 책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제일 걱정인 것이 핵발전소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이후에 과연 인간이 방사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인간이 핵사고 앞에서 겪은 답안은 없었다. 사실 이때까지 대규모 대량의 방사능 누출은 체르노빌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한 번도 대량의 방사능 누출을 인류는 겪어 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사건과 사고가 겹쳤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인류 스스로가 행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무기력을 얼마나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서양의 역사에서는 자연이란 정복의 대상이고 개발의 대상이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라는 명복으로 식민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착취하여 본국으로 이익을 전송하는 체제의 사상이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미지의 자원에 대한 착취와 약탈. 이걸 그들은 개척이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개발과 전 지구적인 탐사는 탐욕적이었다. 그렇게 이루어진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의 풍요를 건설하여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구의 대다수 지역이 자연적인 오염을 겪었고 오염원을 외부로 내보내고 이익을 탈취하려는 목표를 개발하여 왔다.

 

 이때까지는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었고 이룩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을 가졌다. 인류의 역사는 늘 진보였고 개척이었던 뉴프런티어 정신에 입각한 진출이었는데 여기서 딱 하나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바로 핵을 통제함으로써 핵의 수단도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방사능에는 무기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제일 큰 화두로 지적한 무기력함에 주목했다. 핵의 방사능에 대해 무기력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에 있어서 지금의 기술력으로 답을 내지 못한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제어할 수 있다는 신뢰성이 사고가 난 이후의 제어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고는 일본에서 났지만 그 여파는 전 지구적이다. 방사능 물질은 물의 순환과 대기의 순환으로 전 지구적으로 골고루 퍼져 나간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예측을 할 수 없다. 대량의 고농도의 방사능에 대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사고 사건에 예행연습이 없었던 것이다.

 

 피해는 전 지구적이지만 결국 개별적으로 각각의 개인에게 침투한다. 고향 땅은 방사능 오염되고 혹은 주변의 모든 자연환경이 오염된 이후에는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 광범위하게 오염된 곳에 전부를 제독하기도 어렵고 흙, 공기, 물, 등 기초적인 환경에 개별적인 피폭되는 상황하에서 내가 어디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정책을 결정하고 판단하고 사고에 대처하는 모든 사람들과 지금 당장에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피해를 구제받을 길은 확정적인 것이 없다는 거다. 바로 여기에서 무기력과 절망은 찾아 온다. 삶의 기반 전부를 옮길 수도 없다면 포기를 해야 하는데 포기를 하고 나서 이주한다고 해서 어떤 삶의 대안이라도 확정적이지도 않다면 과연 개별적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굉장히 협소하다. 아니 불가능하다. 여기 이 지점에서 사람은 절망한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방사능의 피폭되고 내부적으로 방사능이 쌓여간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방사능 의학자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느 정도의 피폭은 견딜만한 안전 허용수치라고 홍보하기 바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소식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일본은 언론이 철저히 통제당하는 사회이다. 혹여 누가 소식이라도 전한다면 처벌받게 되어 있다. 그러니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유추되는 것들조차도 알 수가 없다. 설사 안다 해도 어떻게 삶을 이어나가야 할지 대책도 딱히 마련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알든 모르든 그대로 순응하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앉고 서서히 나타날지도 모르는 증상을 불안하게 예약해야 할 상황이 되는 거다. 어떤 돈 많은 부자들이야 해외로 이사라도 한다지만 대부분 소시민들은 그럴 수도 없다. 피한다고 피할 능력이 없는데 어디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은 어느 나라에서 방사능으로 인한 핵 사고가 날때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거의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다르지 않다. 원자력 관계자들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장담하고 충분히 기술력으로 제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고는 이 의도와 의지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불의인 까닭이다. 또한, 어느 의학자도 이런 방사능 피폭에 대해 겪어 보지도 못했다. 그저 책에 나온 이론으로 배웠을 뿐이지만 실제적으로 서서히 방사능 피폭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대처 방식은 어떠할 수 있는지도 연구가 충분하지도 못할 것이다. 겪어 보고 이를 반영할 자료도 없으니까. 누군 마루타처럼 겪어서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고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을 텐데,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는 캄캄한 밤 길을 더듬어 가야하는 불안감은 그래서 더 자포자기를 낳고 무력감을 만들어 낸다. 방사능 피폭은 나아가 삶의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의미이다.

 

 실례로 방사능 피폭된 지역의 사람들 중 젊은이들이 취직이 불가능할 것이고, 결혼도 하지 못한다. 농부들은 농사를 지어도 작물의 판로가 막히고 어부들은 고기를 잡지도 어렵다. 어느 언론에서 지역에 나오는 어업 농작물을 사주기 운동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사실 알고는 못먹는다. 모든 생활이 어그러지는 형태를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핵 원자력 발전소의 청정에너지와 저비용의 에너지라는 홍보에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신고리 원전의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여론에 따라 공사를 계속 진행할지 말지의 여부를 가린다고 한다. 더 이상 공사는 중지되어야 하고 공사가 중지 됨으로써 기존에 투입된 비용은 매몰비용으로 국민이 떠 앉아야 한다.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아무리 어떤 비용을 들인다 하더라도 사고의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방사능 사고이다. 한번 뿌려진 방사능은 반감기를 지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이 방사능이 일반 독성 물질처럼 분해하고 해소시킬 수야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라도 해볼 텐데 물질 스스로가 시간이 지나 붕괴되지 않는다면 사리지지 않고 인간의 제어력으로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은 원자력에 대한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정책의 결정권자를 제어하는 것은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거는 공감과 소통, 그리고 일정 부분의 지식적 판단력으로 결정돼야 한다. 지향점을 어디에 두는 것인가의 연대가 없다면 원자력 에너지의 정책에 설득당한다. 사고는 한순간이지만 그 여파는 기약할 수 없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고 여전히 우리는 이곳에서 대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값이 싸다는 것에 비용적인 효율만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이 전하는 소식이 아닐까 한다. 인류는 핵에 가급적 손을 대지 말아야 할 사례가 후쿠시마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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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8-07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쿠시마 원전 이후 재생 에너지 개발이 일어날 듯 하더니 결국은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네요... 얼마나 큰 재앙을 당해야 교훈을 얻으려는지 답답해지네요..

yureka01 2017-08-07 14:31   좋아요 1 | URL
네 사고가 닥치고 나서야 후회하죠..
후회는 늘 해도 소용없을 때만 찾아오거든요....
책에서는 오늘날의 자본에 관련된 것이런 시스템을
인지자본주의로 설명하더군요..

원전이 한번 세워지고나면 그 뒷감당은 전부들의 묷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일본으로 여행 많이 갑니다.ㅎㅎㅎㅎ
별거 아니라는 뜻이죠..

방사능의 제일 큰 문제가 즉시성이 없고 표시가 안되는 부분이죠.

syo 2017-08-07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래놓고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일본 원전이라는 컨셉으로 원전 수출을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저 나라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염치없다는 것은 질적 문제가 아니라 그냥 양적 문제라는 걸 알게 합니다.

yureka01 2017-08-07 17:25   좋아요 1 | URL
정부의 몰염치는 결국 그 국민들의 의식 문제는 아닐까 싶더군요..
국민이 정치에 너무 무관심하고,
개개인으로 어떤 문제를 내재화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라면 바꿔야 하는데,
국민성이 국가주의에 호도하면 따라가는 것도 없다 할수 없구요,,

언젠가 방사능의 임계점이 오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2017-08-08 0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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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8 0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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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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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8-09 0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원전 마피아까지 설쳐대니... 블랙아웃 겁줘서 원전 더 짓게 하려고 장난질 한 것도 정권 바뀌니 떠돌고 있잖습니까.
정말 심각한 문제 앞에서 제발 효용성 타령은 안했음 싶어요. 그렇게 선동하는 자들의 본질은 뒤에서 돈을 챙기는 것이겠지만.

yureka01 2017-08-09 08:45   좋아요 2 | URL
네 슈킹 코리아...
일전에 원전 건설에 따른 자재 시험성적서에 문제가 많았던 걸 기억하게 됩니다..
다 그런 식이죠..그러니 안전에 확보는 그들의 말하는 것이 얼마나 망가졌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