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 시대에 퇴사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청년들은 당장에 취업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직장인은 퇴사를 못해서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는지, 어쩌면 이런 명제는 늘 충돌한다. 그러나 입사와 퇴사의 명제에 대한 속성은 비슷하다. 결국  먹고살기 위해 입사를 꿈꾸고 먹고살기 위해 퇴사를 꿈꾼다.

 

청년들은 고 실업의 위험 속에서 졸업하고 나서 얼마나 취업에 간절히 원하는 것인지는 너무나도 잘 안다. 물론 나도 졸업하고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미 겪어 봤기에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당장에 급하다고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첫 직장의 첫 단추가 잘못 꽤 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인생의 첫 단추가 어긋나는 것처럼 평생을 전전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삶에 있어서 노선을 트는 일이 얼마나 불가능하게 보이는 건지 말이다. 쉽게 바꿀 수는 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급여나 연봉은 물론이고 사내에 있는 복지 처우와 자기 회사의 소속감에 대한 의미도 다르다. 그러니 누가 중소기업을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느 명문 대학을 나오고 스펙을 좀 갖춘 사람이라면 중소기업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기업도 이제는 아슬아슬하다. 그러니 안정성에서는 최고라는 공무원이나 공사 등 공공성 직장을 원하고 입사 전쟁을 벌인다. 아무리 대기업이 처우나 연봉이 좋다고는 하나 이젠 40도 되기 전에 명퇴를 하는 마당에 청년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40의 삶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보면, 이젠 대기업도 공무원 하고는 비교 불가능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연봉이 아무리 높다 한들, 불안한 미래의 확실한 안정성에 비교할 바도 못된다. 그래서 대학 입학 할 때부터 공시족(공무원 등 공공기업 취업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원인이다. 공무원이야 영혼 없는 직업 아닌가. 조직과 법률에 정해진 바에 따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별 탈이 없다. 정년은 보장되니 얼마나 꿀 빠는 직업이겠는가. 대기업의 40대에 벌어지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은 눈치 빠른 청년이니까 말이다. 누구는 말한다. 청년들이 성취감이나 창의성 진취성 따위를 요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미 말 잘듣는 교육이고, 어느 집이나 그집 아이가 공무원 되었다면 집안의 경사이고 동네잔치가 벌어지고 심지어 대학교 정문에 이름까지 나부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공무원에만 매달리는 희망 없는 나라라고 질타하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호주머니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 물론 내밀지는 못하고 사직서에 아이들 얼굴과 와이프의 얼굴이 늘 오버랩되니 펼쳤다가 접기를 반복한다. 40대도 이 지경이라면 50대는 더 이상 버티기도 어렵다. 결혼도 늦고 가계를 겨우 일으키고 아이들이 아직 학교를 다니며 한창 커나가는  마당에 50대 가장의 사표는 그야말로 집안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불안을 낳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얼마간 받은 퇴직금은 자영업에 내몰리면서 퇴직 자금 떨어 먹기는 시간문제이다.  평소에 주방에 들어가서 칼 한번 잡아보며 요리라도 해본 적이 없는 50대 가장이 자영업의 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를 때에 그  준비성 없는 어긋남은 못내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일한 직장에서의 경험은 어디에서도 받아 주고 써줄 때가 없다면 내몰리는 곳은 뻔하다. 뭐라도 해야 하는 나이지만 현실은 그것을 받아줄 만한 처우는 어디에도 없다. 내몰리지만 갈 곳이 없다는 의미이다. 쥐새끼처럼 내몰아도 도망갈 곳이 없다면 쥐가 선택하는 것은 고양이를 물기의 용기도 없는데 결국 자신을 몰어 버리고 만다. 이게 상처의 고통으로 남는다. 그러나 삶을 유지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누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제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시대에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 모든 것이 현물이 아니라 돈으로만 통용되는 시대는 소수 자본가들의 독점과 횡포에 대부분 휩쓸리고 만다. 도시는 끊임없이 자본을 뭉치고 점점 거대한 자본은 소수로 집약되고 만다. 벌이는 점점 줄어들고 어려워지는데, 반대로 소비는 점점 늘여 나도록 만들어진다. 결국 열심히 일해도 근근이 버티는 삶에 흑자로 여유로 남는 경제가 아니라 자꾸 빚만 늘어나는 꼴이다.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에서도 이미 십 년을 벌어도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하나 구입하기 불가능한 시대는 이를 증명한다. 아무리 모아도 점점 자산이 악화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대출로 은행에 월세를 사는 삶은 겉만 번지르르하지만 실상은 속이 빈 강정처럼 허허롭다. 과감하지 못하고 용기가 없다면 늘 삶은 현재의 자리에서 유지하기도 어렵다. 지난 번 글에서도 자급적 상황을 그래서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와도 같다. 버릴 수 없을 때는 빼앗길 확률도 높다. 육신의 안락감에서 누군가 재화와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삶의 최소한의 재화와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출이란 비용이 소용이 없을 것이므로 자본에 연연하지 않아도 삶은 이어갈 수 있다.

 

도시에서는 늘 줄을 서야 하는 것처럼 경쟁이다. 누군가보다 앞서나가야 하는 것은 삶의 큰 스트레스이다. 협동이 줄어든다. 협동이 줄어들면 공동체 성립이 어렵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마음 한구석에 늘 되묻는 질문을 한다. 당신(나는)은 행복하십니까?라고 사직서에 적힌 사표의 사유는 아니었겠는가 말이다. 현실에서 지금 당장에 행복하다는 질문에 마땅한 답을 내지 못하는 순간은 불행하다. 늘 먹고 사는 일들에서 행복과 결부되지 못한 모든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인지. 오늘도 사표를 품고 삶의 행복을 물어봐야 하는 비애가 모두의 처절함으로 다가 온다. 도시에서의 행복인 너무나도 허상으로 실속도 없다. 편리함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못된다. 그래서 사표는 행복을 위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고 보니 사표를 억지로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이 퇴직도 가까워 온다. 명예퇴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표를 쓰기도 전에 이미 나이가 점점 많아지니 내 스스로 알아서 짜부러 져야 할 것만 같다. 요즘 부적 업무에 자신감이 없다. 한창 일할 나이에서 대리 과장 직급으로 있을 때를 생각하면 좋은 머리는 아니지만 업무에 대해 크게 실수는 없었다. 숫자 하나, 서류의 오타 하나에도 업무에는 민감한 사항이었으니 오죽했을까만은, 그런데 이제는 머리가 업무를 따라가지 못한다. 너무 잘 잊어버리고 기억이 잘 나지도 않는다. 이른바 업무능력의 저하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왜 젊은이를 뽑고 늙은 직원을 자를 이유도 비싼 인건비에 능동적이지 못하여 빠릿빠릿한 업무능력의 부재가 심해지니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아는 것만 알고 더 배우려니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표 내기도 전에 스스로가 물러 나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는 의미나 마찬가지 아닐까. 깜짝깜짝 놀랄 일이 자주 있다. 아 내가 이렇게 멍청해져 가는구나 싶었다. 업무에 실수가 늘었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실수를 한다는 게 늙음에 대한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옛날 같으면 뒷방 늙은이처럼 곰방대나 빨며 인생사 허망의 노래를 부르고 떠다니는 구름에 인생을 얹혀야 할 나이인데 불구하고 아직도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비극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비극을 희극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준비된 사직을 해야 할 만한다. 아직 인생 2막은 사표와 함께 출발되어야 하는데 2막의 장막을 걷기에는 여전히 도시의 삶에서 급여에 젖어 산다는 것이다. 버림의 패러다임, 자급할 수 있는 자본의 경계를 넘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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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6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뒷방 ㅡ 곰방대 ㅡ 허망한 인생사~ ㅎㅎㅎ
아 진짜 그러다 꼰대가 된다고요 . ㅎㅎㅎ
리뷰를 간만에 보니 더럭 반갑네요!^^

yureka01 2017-02-16 13:12   좋아요 1 | URL
꼰대가 될지라도 탐욕만 버리면 될거 같아요..ㅎㅎㅎ^^..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7-02-16 13:32   좋아요 1 | URL
ㅎㅎ탐욕 부리고 싶어도 부릴게 없어서 쉽게 탐욕인간은 못되지 하면서...뭐가 있어야 탐욕도 부린다는~^^ ( 아..요즘 앱에서 자동으로 글자를 지 멋대로 교정을 해주네요 . 쯧쯧 제대로 해주던가 ...자꾸 엉뚱한데 글 첨지를 ... ㅎㅎㅎ)

yureka01 2017-02-16 13:39   좋아요 1 | URL
아고 ˝뭐가 있어야˝ 에서...울컥하네요.^^.

자동 교정기능 꺼야 할듯한데요. ^^.

[그장소] 2017-02-16 13:47   좋아요 1 | URL
아핫~ 안그래도 딸이 알려줘서 해봤는데 메모판에선 그럭저럭 괜찮은 듯 하더니 북플이나 인스타로 가니 다시 그러네요. 자동완성을 껏는데도.. ㅠㅠ

ㅎㅎㅎ 있어야~ 개뿔 쥐뿔을 따지죠!

yureka01 2017-02-16 14:05   좋아요 1 | URL
그럴땐 리부팅으로 해보셔야 할거 같아요.~~^^..
그러게요.쥐뿔도 없으니..ㅎㅎㅎ

[그장소] 2017-02-16 17:47   좋아요 1 | URL
오케이~ 리부팅 ㅡ 해보겠나이다~^^

yureka01 2017-02-16 22:32   좋아요 1 | URL
리부팅 효과 있었기를 ^^..

[그장소] 2017-02-16 22:55   좋아요 1 | URL
댓글 보자마자 얼른 다시 껏다 켰네요. 좀 덜한것도 같고..^^

yureka01 2017-02-16 23:47   좋아요 1 | URL
아마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게 되면,
첫 문장 몇마디면 그다음은 인공지능이 제 스스로가 다음 문장을 과 단어를 이어줄 겁니다.
점점 정확해지고 있더군요..
구글의 영어 번역기가 날로 날로 발전하는 걸 보면요..ㅎㅎㅎ^^..

[그장소] 2017-02-17 12:10   좋아요 1 | URL
그만큼 인간들이 내뱉고 사는 말을 유추가 가능한 언어체계라는 것 같이 들리네요!^^

yureka01 2017-02-17 12:29   좋아요 1 | URL
번역기의 원리가 한 단어와 문장을 일대일로 치환하는 개념이 아니라,
문장 전체을 동째로 비슷한 문장으로 출력한다고하더라구요..
그럴려면 어마어마한 테이터 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을 겁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장은 그렇게 많지가 않으니
얼마든지 번역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들더군요..

구글의 영어 번역기로 아무 문장이나 번역해보시면 놀라실듯,^^..

[그장소] 2017-02-17 12:42   좋아요 1 | URL
우리가 내뱉는 우리끼리도 해독 안되는 의미를 빅데이터는 어찌 머릴굴려 알아낼건지.. 보이스시스템( 아이폰의 시리처럼)만 으로만 봐도 이 이해가 날로 놀랍게 성장하는구나 하는걸 봐요.

yureka01 2017-02-17 13:17   좋아요 1 | URL
단적인 예로 시리가 답하는 거만 봐도 대단하죠.

2017-02-1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7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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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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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7-02-17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니 그냥 마음이 아픕니다. 나이들이 퇴직이 아닌 노후의 평안한 삶으로 되돌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yureka01 2017-02-18 09:0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자본주의시대에 있어서 늙어간다는 것은 슬픔이 아닐까 싶더군요...

강옥 2017-02-18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른데요
울 동네는 1961년생 위로는 거의 다 잘렸지만......
임원부터 날아가고, 그다음 사무직....... 현장직은 마지막 순서
퇴직 후 협력업체에서 몇년 더 근무하고싶었던 사람들이 일거리가 없어 다 그만뒀죠.
조선업이 요즘 최악이라.
해 뜨기 전이 가장 춥고 어둡다던데, 글쎄요 해가 뜨긴 하려나?

yureka01 2017-02-18 09:04   좋아요 0 | URL
아고 조선업..해운업.....
해뜨기도 전에 지는 븍극은 아닐까 싶습니다...

2017-02-18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1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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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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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1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1 1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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