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진을 찍으러 나가지를 못 했습니다. 일주일 중에 꼭 한 번은 나가줘야 일주일의 억압이 풀리는 기분이거든요. 그런데 사진 출사를 못 가고 대신에 딸아이가 학교에서 소속된 책 쓰기 동아리에서 출품한 영어 동화책을 만나러 갔었습니다.
열심히 동화책에 이야기를 만들고 이에 걸맞은 동화 그림도 그리고 다시 이걸 영어로 번역해서 영어로 쓴 동화 책이란 결과물을 만들어 냈었고 출품했던 전시회였습니다. 이 전시회에 참가했던 결과물도 보고 여타 다른 학생들이 출품한 책도 구경할 겸 들렀거든요. 대구시의 전체 고등학생 중에서 동아리 별로 책 쓰기와 이에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 작품을 보는 재미도 상당히 교육적이기도 했거든요. 혹시 장차 여기서 대단한 채을 출판 일을 하는 훌륭한 편집인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직접 기획하고 정한 주제에 맞는 책을 만들어 봄으로써 책과 더 친숙하고 책을 더 가까이하며 그 과정 하나하나가 교육이 되기 때문일 것이니다. 게다가 딸아이가 참여한 책은 영어 동화책이니 책과 영어라는 두 가지 아이템에 아주 딱들어 맞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되더군요.
게다가 내일은 학교 내에서 영어 연설 낭송 대회가 있다고 하루 종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일일이 지켜봐달라고 하니 사진은 커녕 아무 것도 못하고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습니다. 영어 연설 낭송이 링컨의 펜실바니아주의 게티즈버그에서 연설한 내용이었더군요.
아실 겁니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로 유명한 연설이었지요. 짧으면서도 깊은 호소력의 명문장입니다. 링컨의 이 연설을 계기로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던 그 유명한 연설입니다. "국민의 주체에 따라, 국민에 의지에 의한, 국민을 위한", 그런 정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연설이라고 하니까 누구는, 연설문을 작성하는 비서관까지 재치고 한낱 일개 개인에게 연설문을 주고 첨삭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웃끼는 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인지 자각을 못 했습니다. 이 처신에서 도저히 자격이 없을 지경입니다. 고작 2-3분 남짓한 짧은 연설문이 하나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그 힘이 바로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자신감에 찬 그의 연설이 그래서 오늘날까지 많은 학생들에게 아직까지 암송되는 이유도될 것입니다. 누가 적어 주는 문장을 앵무새처럼 읽는다는 것. 직접 작성하여 기본 뼈대조차 만들 사유가 없다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영어 책 쓰기의 활동, 그리고 영어 낭송에 따른 교내 대회에 출전하기, 이런 일환은 딸아이가 장차 장례에 영문학을 전공하기 위한 다양한 공부를 위한 것이었어요. 오늘 최종 테스트 삼에 동영상도 찍어 보고 막힘없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저녁 내내 연습을 했습니다. 딸아이가 마치 링컨 대통령처럼 빙의 되어서 실수 없이 막힘없이 그 억양의 정확한 톤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밤이 될 것입니다. 딸아이가 대회에 나가는데 제가 떨리네요. 부디 버벅거리지 않고 전부 다 외운 것을 거침없이 쏟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에 따라 앞으로 좋은 보탬도 될 거라는 자신감 북돋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