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와이프와 함께 동네에 새로운 국수집이 생겼다는
뉴스를 읽고 찾아 갔던 국수집.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시.
이 시가 똬악! 보였습니다
오래 전에 이 시집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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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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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국수 한그릇 받아 들고, 시를 읽었습니다.
삶이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밥처럼 물릴 때도 있는 것이고 보면
그래서 다독이듯 국수 한 대접 내어주는 어머니.
한 그릇 먹고 힘내라는 계시를 받고 싶은 것입니다.
모서리에 걸린 삶이라는 것이
상처받아 아픈 통증의 시간들.
그래서 다치고 깨진듯한,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팔아야 삶의 모서리가
닮아 맨지르르 한 것일지라도 비워진 허전함을
함께하는 사람끼리 후루룻 들이기는 동질감의 국수가 아닐까.
세상의 잔치는 늘 화려하고 삐까뻔적하게 나가는 것 같아 보여도
한 켠 뒷골목 쪽방에는 혈혈 단신 늙은 몸 뉘이는
허기진 사람들이 모여 한 자락 눈물이라도 훔치며
토해낸 지난 삶의 영광의 증언하는 자에서
누군가 추렴해 내어놓은 가슴이 따스한 소외된 이들끼리
마셔대는 그런 국수가 생각 났습니다.
한그릇 다 비우고, 국수맛을 기억합니다.
짜지 않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국수빨은 가녀린 소면을 쓰지 않고,
직접 뽑아낸 중면의 면발입니다.
쫄깃한 식감. 시원한 부드러움. 맵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게
심심한 듯이 국수가 가진 본연의 담백한 기운.
이상국시인의 시 팻말 옆에는
고은 시인의 시 한구절이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올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래 , 국수가 상 위로 올라올 때는 국수를 보지 못했으나,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국수를 먹은 것이 아니라
그 꽃을 보았던 것입니다.
국수로 만든 꽃을요, 국수꽃!~
국수를 좋아해서 많은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국수에 대한 시는 단 한번도 없이 여기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국수집 사장님의 국수 만드는 그 정성에 깃든 마음에는
국수꽃이 피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