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시아는 꽃을 피우고
작은 주머니 안에 꿀을 발라 놓았고
벌에게 꿀을 주고 대신 섹스를 한다.
일벌들의 날갯짓의 숫자만큼이나
꿀이 모이는 정도는 비례하고
꽃이 지고 난뒤,빨아 먹기도 전에
쑥쑥 뿌려지는 연기에 취하고 나면
어느새 모아 놓은 벌집의 공간은 비어 있다.
가난한 고학생은 나이 많은 모친의 벌통을 싣고
봄여름 내내 꽃을 쫓아 벌떼를 풀어 놓고
꿀을 채밀하는데, 꿀은 달달함으로 먹는다는 것이
거짓말인 것도 안다.
꿀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 마시는 것.
가짜 꿀은 설탕물처럼 향기가 없어도
진짜 꿀은 알싸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난다는 것쯤은
맡아보면 금방 알아 차린다.
꿀 한 스픈 떠서 입안에 넣고 돌돌 혀에 묻혀
식도로 넘기고 나면,
꿀의 그 특유의 마취제가 마치 꿀벌이 채밀 당할 때,
쑥 향에 취하는 것처럼 잔뜩 환각상태로 만든다.
어지러운 현상은 꿀벌이 꿀을 빼앗기듯이
꿀에는 마취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먹고 먹히고 먹히고 먹는 관계가 꿀이다.
아주 옛날, 고매하던 선비가 가진 재산도 없고
선비 체면에 유일하게 고품격의 돈벌이가 양봉이었던
그 이유를 꿀 한 스푼 마시고 나니 조금은 이해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