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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 - CBS 변상욱 대기자의 살아가는 이유
변상욱 지음 / 레드우드 / 2016년 5월
평점 :
모처럼 와이프의 일요일 휴무날이다.
느긋하게 일어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과 김밥도 챙겼다. 그리고 이 책, 변상욱의 신간 <강하고도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이란 책을 함께 집어 들고 가까운 공원에 자리를 깔았다.
늦은 아침밥 겸 점심밥을 먹으면서, 자리에 누워 뒹굴면서 책을 집어 들고 읽었다.

<와이프가 언제 담았던지, 누워서 제일 편한 자세, 혹은 벌받는 듯이 책을 받들고 읽는 모습을 담았다. 음 구석으로 몰아넣는 구도를?? 맞출 줄 아네?>
이 사회에서 흔하지 않는 "어른"으로 받들듯이, 섬기듯이 책을 읽어야 할만한 어른이다. CBS 기자 생활 35년의 관록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는 역할과 지적인 모습,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저자의 방송 목소리를 듣고 그가 사회를 바라보며 취재하는 어른다운 면모를 읽을 수 있다. 물론 책 역시 어른처럼 받들어 모실만했다. 오랜 기자의 관점도 물론이겠지만 그의 인문학적인 바탕과 저변에 깔린 생각들이 이 책에서 인용한 선시를 닮았다.
인생이란 의미가 이제 후배들에게 후학들에게 전달해주는 가르침, 소소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에서 그의 기본 사상과 뜻을 함유하고 있으니 일요일에 공원에서 읽는 느낌은 참 따뜻하다는 인간성을 엿보인다.

요즘 어른이 잘 보이지도 않는 시대이다. 하루 일당제에 수수료 떼이고 피켓 들고 서서 받는 고단한 노인네들이 어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고래 고래 외치는 그 목소리들에서 어른의 면모도 없다. 뭐가 뭔지도 모르게 살아온 깡다구만 남아 악바리처럼 주장하기 바쁘다. 그런데 어버이라고 한단다.
이 책에서는 여러 시인들의 시가 인용되어 있고 나아가 선승들의 하이쿠 같은 짧고 강한 시들도 인용되어 있다. 또한 화가들의 다양한 그림들까지 글과 함께 곁들여져 있다. 이처럼 그의 이야기하는 주장은 심미적이기까지 한다. 어른, 어버이, 생각해보니 어른이 피켓 들고 시위하는 게 어른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의 경험과 체화된 깊이를 후배들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해주면서 삶에 대한 자신의 진지한 접근법은 피켓으로 가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시대에 어른이 하는 말씀이 온유하면서도 진솔된 노 기자의 말씀이 반짝거리는 별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듯했다.
오랜 기사 생활에서 묻어나는 연륜이 이 책 한 권에 녹아 있는듯했다. 다양한 경험들. 취재의 속사정 이야기들, 그러면서 그의 인생관까지. 더구나 요즘 언론사처럼 가장한 지라시 기래기라고 기자를 욕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는 직업의 한가지 겠지만 국민의 알아야 할 권리를 대신해주는 대리인이다. 따라서 기자에겐 사명감이 있다. 자유의 보루에 마지막 수문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젠 기자가 직업가로 전락할 때, 언론사의 이익에 철저히 놀아나는 기자는 기자라기보다는 직업인이 되고 만다. 그래서 변상욱 대기자가 돋보이는 경우가 아닐까. 이 책도 그의 기자로서의 접근하는 방식의 근간 베여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다운 기자임을 직감하는 기분이랄까.
일요일 하루, 가까운 공원에서 읽는 책 한 권의 울림은 격랑이기보다는 잔잔한 강물의 지긋함을 느낀다. 이미 책 제목에서 그의 인생관을 다루는 내용이었다는 것이 확연히 의미한다. 강하지만 슬프고 그래서 아름다움이라는 역설의 표현. 강력하게 이래야 하느니 저래야 하느니 주장이 아니라 후배들 앞에서 차 한 잔 놓고 차근차근 자신의 삶의 인생관을 재미나게 이야기해주는 그런 사람. 그래서 책은 가볍게 읽고 지긋하고 묵직한 여운이 일어난다.
내일 월요일 아침. 아침 출근길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또 어떤 취재를 전해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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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오늘은 리뷰 좀 짧게 쓸게요. 전편 리뷰가 너무 길어서 일까요..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았는데 리뷰글 너무 길게 쓰니 아주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어요.. ㅎㅎㅎㅎ 대신에 사진을 곁들였으니 퉁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