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경기도 포천 이서방
한국전쟁 때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걸리고
피난 나온 여자가 있었더래요
남편은 어디서인가 헤어졌는데 생사조차 알 수 없고
두 아이를 먹이는 일만이 그녀에겐 큰일이었죠
아이 둘을 가진 여자에게 줄 일자리는 없었을 테니까요
외갓집에 이서방이라는 머슴이 있었는데
칭찬 한마디면 힘이 버쩍버쩍 나서
일부러 더 무거운 장작짐을 지고 나서는 그런 사람이었더래요
그래서 칭찬해주면 일 잘하는 사람에게,
‘너 이서방이니?’라고 동네 사람들은 말하곤 했더래요
장가를 한번 들여주었지만 그 색시가 밤에 도망가버린 이래로
이서방은 홀아비로 지내고 있었더래요
외할아버지는 이서방과 그 여자를 살게 해주었대요
이서방은 품일을 해서 그녀와 그녀가 데려온 두 아이를 극진히 보살폈고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
그녀는 이서방의 아이를 둘 낳았더래요
어느날 그녀의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찾아왔고
그녀의 남편과 그녀와 이서방과 네 명의 아이들은
하룻밤을 한집에서 지냈죠
다음날 아침 그녀는
이제는 다 자란 남편의 두 아이를 데리고
젖먹이인 이서방의 아이를 업고
남편을 따라 돌아갔대요
이서방의 곁에 이서방의 큰 아들을 남겨두고
이후 이서방은 그 아이와 함께 살았고
그 아이는 효자라서 이서방은 그래도 행복했고
지금은 고향 포천에 이서방은 묻히고
이서방의 아들은 아버지처럼 농삿일을 하면서
여전히 거기서 살고 있다는군요
철원 어딘가에서 자랐을 자기 동생은
한번도 찾지 않았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