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의 공간들 - 익숙한 공간에 대한 인문적 시선
최윤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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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실존의 그림자와 같다. 인간은 존재의 시작부터 끝까지 공간에서 머물며 공간에서 흩어져 다른 무엇으로 변하며 또 다른 공간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이런 절대적인 공간 속의 의미를 책은 인문학적인 감성과 분석을 느낌대로 담담히 서술하였다. 우리는 일생에서 단 한 번도 시간과 공간은 벗어 나 본 적이 없었으며 실재한다는 것은 항상 공간 속에 포함된다는 다른 뜻이 없다. 늘 공간 곳에서 머물러 의식주라는 이 "주거"라는 기거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공간 속에서 이루어짐은 그만큼 공간이 일반적이면서도 특수한 공간의 각자의 지분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빛의 반대가 그림자로 늘 따라다니듯 우리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거시적으로 지구라는 행성에서 미시적으로 각자의 분할된 소속의 낱개로 각자가 주어진 공간. 인류의 역사는 공간의 투쟁이었다. 과거에 땅따먹기 같은 점령지는 결국 공간의 확보를 목적으로 했고 그 공간 속에서 먹고 입고 얻는 에너지 기본 소스였기 때문이다. 한때 유명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도 결국은 땅따먹기라는 구도 속에서 종족 간에 전투를 그래픽화 한 것은 공간이란 개념의 축소판 시뮬레이션이었다. 삶의 방식도 전부 다 공간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공간에서 출발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상기와 같이 그 공간에 대한 감성적이고도 인문학적인 광범위한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풀어나가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공간, 화장실, 극장. 커피숍, 공공건물, 계단 등등 인간이 만든 모든 공간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다. 작가가 참 공부를 많이 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런 기초적인 밑바탕이 전제가 되었길래 공간에 대한 분석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결국 인문학이란 사람의 학문이고 보면 공간을 다른 책도 사람을 다루는 책의 종속이었다.

아시다시피 사진이란 활동도 전부 다 예외 없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공간에 존재하고 존재에 대한 프린트하는 것. 이게 결국 사진 찍는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공간을 벗어난 사진은 존재할 수가 없고 공간을 구성하고 공간을 재해석하는 모든 사진이 공간과 때려야 땔 수없는, 그림자와 같다고 전제한 이유였다. 그야말로 공간은 실존적이다. 가상의 공간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관념적일 뿐, 우리 몸은 공간을 차지하는 구성원이었기에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인식에서 우리의 삶의 정수가 있다.

공간의 위치에 따라 인식도 변하고 공간의 위계에 따라 지위도 달라진다.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공간부터 확보를 하는 까닭이다. 공간은 유한한 것이며 한정적이다. 실제 공간은 무한대이지만 인간은 여기에서 재산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위치를 부여하고 인식을 부여로 인하여 한정되어 진다. 자연은 무한대이지만 인간의 유한성이 공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늘도 자본주의 시대의 공간은 특별하다. 30대 아파트라는 공간을 위해 평생을 일해야 대출금을 갚고 생산시설이라도 만들려고 공장을 분주하게 짓는다. 어쩌면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큰 재산 형성이 바로 공간에서 창출되는 것은 아니었던가. 실존적이면서도 가치를 매기는 공간에서 인간의 삶도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간은 다름 아닌 그릇과 같다. 그 속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는 인류의 선택지가 주어진 것 뿐이다.

인간은 오늘도 공간을 가르는 벽을 치고 또는 벽을 부순다. 벽이란 것은 선사시대의 자연적인 동굴의 또 다른 인위적인 동굴의 모습이다. 벽을 치고 그 벽 속으로 들어가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이 곧 삶이다. 산다는 것은 벽 속에 같힌 자유의 속박처럼 벽을 치고 또 다른 제약을 가함으로써 삶으로 나타난다. 새장에서 노래하는 카나리아는 투시형 벽을 마주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사진은 그곳에 뛰어들 수 없는 투시형 벽이었다. 사진을 하면서 공간의 인식이 그래서 더 특별하고 색다르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벽을 허물고 다시 벽을 세우는 과정이 어쩌면 역사의 거대한 줄거리의 핵심적 담론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아마도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탈출하는 자가 있다면 곧 그자가 신일 테다. 공간 이동은 늘 시간의 제약을 받고 시간과 반비례한다. 따라서 이 공간을 시간의 반비례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신화를 버리고 속도를 택했다. 오래전 신화에서 나오듯이 축지법이나 경공술이, 유럽에서는 리콜이라는 마법이나 빗자루를 타고 날아 다니는 상상을 하였지만 이제는 기계의 힘을 개발해서 속도로 대체한다. 시간을 넘은 공간 이동이 곧 타임머신과 같이 공간은 늘 인간을 제약한다. 비행기는 곧 공간의 이동을 촉진하고 마법에서나 날아다니는 것을 실제로도 날아 이동에 속도를 붙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의 공간에 대한 제약이 있다 한들,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상상의 공간은 유한적 장소에서 가상의 공간으로까지 확대시켰다. 우리가 인터넷 공간이라는 것도 실체적으로는 없지만 관념 속에서 자리 잡고 유한성의 공간을 극복하는 방법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하여 공간이 주는 의미와 시사점. 그리고 공간에서 영역의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행위들까지 사진을 하기위한 기초적인 반석같은 책이 아니었나 싶었다. 공간의 이해가 없이 사진을 하겠다는 발상은 이미 소가 없는 만두나 같을 거다. 이 책은 사진을 찍는 좋은 교양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사진하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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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22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래 풍경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할 기회가 있어 수백장 찍었는데 단 한장도 맘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공간을 이해하지 못한 문제였을까요?

yureka01 2015-10-22 13:47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사진에서 공간은 필수겠지만 그렇다고 공간이 전부일 수는 없거든요. 사진은 공간과 빛과 순간이라는 시간의 배합이라서요. 특히 풍경사진에서 공간에서 차지하는 빛에 더 주목해보세요. 밝고 어둡고, 안개끼이고 바람불며 요란스럽던가,비가 오던가 등등등의 각각의 소재가 어울어지고 이 어울림에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까지 되면 풍경사진은 아주 좋을 것입니다.^^ 단순히 풍경을 베낀다는 차원에서는 사진은 한발짝도 나갈 수가 없죠.사진 좀 어렵잖아요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10-22 15:3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언제나 풍경을 그대로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진 찍었는데...ㅠㅠ
그래서 제 사진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yureka01 2015-10-22 15:39   좋아요 2 | URL
ㅎㅎㅎ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오디오가 자연의 소리를 100% 완벽히 제현해내는 기계가 없듯이..카메라도 자연과 100% 똑같이 판박이 할 수는 없을 거예요.아마 똑같이는 불가능할지도요. 우리의 시각이라는 것이 또한 마찬가지 일테죠. 똑같은 것보다는 엇비슷하면 같다라는 공식을 대입하곤하죠.시각도 자신의 감성이나 동기로 달리 보이는 경우가 있고 ..100% 객관화된 사진은 불가능하기에 차선책으로 내가 보는 시각이 관념에 맞물린 시선으로 해석하며 담는 ....그래서 사진이 자연의 복사기가 아니라 의도된 시선의 예술화가 될 가능성을열어 놓겠지요.^^.아 답글이 길었네요 ㅎㅎ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