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사들 - 그곳에 히포크라테스는 없었다
미셸 시메스 지음, 최고나 옮김 / 책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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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은 사람들이 양심과 공감대를 비켜 나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에게 어떤 패악을 입히게 되는지, 인간을 실험재료로 사용하는 것에서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이다. 이 책은 독일 나치 시대에 의사들이 만행을 고발하고 다시는 비인간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교훈을 준다. 의사는 의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의 판단과 사유를 기반으로 해서 의료적 기술을 통하여 치유라는 위대하고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숭고한 가치가 권력으로부터 자본으로부터 오염이 되었다면 오히려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낳게 된다. 나치 시절의 의사들이 행한 각종 인간 실험을 통하여 전쟁에서 도구로 사용되고 권력의 수족 역할을 하게 되니 인류사적으로 극적으로 악랄하고 비열한 사건이었다. 뭔가 대단한 착각이었고 단지 실수라 하기에는 치명적인 인간사에 있어서 이성의 치명적인 오류였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또 누군가는 실험의 재료로 고통스럽게 죽여야 했던 인간 본연적인 모순의 벽에 부닥치게 된 사건이었다.


전쟁은 인간적인 보편적인 존엄과 가치를 철저한 집요하게 파괴한다. 그 어떤  이념이나 가치가 아무리 우수하다고 할지라도 모든 것이 인 본위적인 권리가 도외시될 때, 인간은 그야말로 하나의 물질적인 재료로 급진 추락하고 말 것이며 따라서 전쟁은 바로 이런 극한의 모든 인간의 불완전성의 총체이다. 여기에서 동조한 의사는 직접 전쟁을 수행하지는 않았더라도 전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의사의 가치를 인간의 말살의 도구로 사용된 사실이다. 의사가 사람을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의 행렬에 줄을 세웠던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은 14명의 나치의 대표적인 의사를 사례를 열거하였고 본문에서는 차마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조차 심리적인 부담스러울 만큼 악행이 낱낱이 기록되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지옥은 과연 어느 지옥인들 이보다 더 악랄하고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지는 새삼 나열할 필요도 없이 인간의 최대 오점 중에 하나이다. 이런 극단적 사례는 과연 지구 상에서 인간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왜 여기서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광기의 시대에 모조리 미쳐서 자멸적 스펙트럼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나치 시절에 인간을 실험의 도구로 여긴 사건은 인간의 타락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선연히 드러낸다.


전쟁이 끝나고 전후 재판 법정에 나와 자기들의 오류를 갖은 핑계로 댄다는 이유가 바로 또 하나의 비양심적이었음을 여실히 스스로가 증명한다. 그렇게 똑똑한 의사들이 모를 리가 없다. 의사 이전에 군인이었다던 핑계, 상부의 지시였다는 핑계,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까지 공감을 잃어버린 이유를 붙인다. 그렇게 떳떳했더라면, 그렇게 무죄였더라면 왜 평생을 남미로 도망을 다니는 코스프레를 연출하였던가 하는 점이다. 다 알았던 거다. 의사들 일부가 철학을 배운 자도 있었다는 점은 그래서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니었던가. 과연 그들에게 철학이 무엇을 가르쳤던가 말이다. 그게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던 것인지 자신이 인류 전체에게 끼친 인간적인 환멸의 대상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다. 아니라면 평생을 도망 다닐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말이다. 떳떳하지 못함을 스스로가 다 증명한 셈이니까. 차라리 자신이 정당함을 주장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가 광기의 권력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는 결론이 난다.


의사는 치료 자체가 목적이 될 때만이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러나 치료가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면 무조건 타락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나치 시절은 광기의 권력과 사상이 타락을 시켰지만 오늘날은 자본이 의사를 타락시킨다. 돈벌이 수단으로 의학 기술이 발전된다면 진정한 치료는 사라진다. 치료가 사 사라지면 남아 있어야 할 의사는 존재의 근거와 이유는 없다. 특히 반자본적인 의학의 헌신과 희생은 의사는 그야말로 최고의 숭고함으로 나타나지만 이와 반대 될 때는 치명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 2014년 9월 2일 기사) 중에 "의사들이 자기 직업에 넌더리 나는 이유"라는 기사가 검색되었다. 이 기사의 요지는 의사라는 본래의 고유한 영역으로써 가 아니라 이제는 의사라는 직업 중 하나로서의 회의감을 이야기한다. 이는 의사가 권력의 수족 역할로 전락하거나 또는 자본의 하수인으로 수직 직하하게 되면 의사는 공동체에서 중심 기둥의 권위를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사회적인 병리 현상의 힐링이라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업역이 의사의 고유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의사는 양심의 나침반이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때의 의사나 지금의 의사가 다를 바 없다면 암울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들이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여전히 다수의 의사는 자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봉사를 통하여 인류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첨병 역할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교훈을 통하여 여전히 의사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내야 한다. 소수의 의사가 가지는 자존감이 결국은 인류에게 병과 상처를 아물게 도와주는 선한 사마리아에게 거는 기대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 본 서평은 책담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책을 지원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이제는 서평신청도 하지 않았음에도 책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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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0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는 돈 많이 버는 극한직업인 것 같습니다.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라서 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정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는 걸 잘 모를 겁니다.

yureka01 2015-10-01 14: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요즘은 자본력이 큰 대형병원의 직원이 되어가는 의사를 보면 씁쓸합니다.그렇게 빡시게 공부하고 전문의 따도 개업 못하고 직장이 병원이 되니,,,,, 설사 개업하더라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니 환자 수에 목매다는 치료기계화가 되어가는 현실이죠...

커피소년 2015-12-0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사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새 스타 요리사라고 멋있는 모습만 보여지니 요리사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저임금에 극한직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이 요리사를 장래희망으로 많이 생각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단지 요리하는 모습이 멋있어서라면.. 그 이면을 알고 나면 바로 그만두고 싶어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