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 하나 없이 서 있는 나무는

유령같이 휭한 소리를 낸다.


빈 가지 끝에 매달린 손은

제 스스로의 힘을 잃어 푹푹 꺾고


물 위에서 물기 없이 푸석푸석 바스러져 내리는

껍질 사이, 굵은 구멍으로 바람은 길을 내고 있다.



황무지가 생각난다.


천 년 동안 비가 내려도 마실 수 없는 비에

다들 목이 타들어 가는 곳에서

호흡은 서서히 멈추고 말았다.


나무가 여름에도 헐벗은 채로,

어이 어이 꺼지는 소리만 가엽게 웅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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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0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곤 쉴레의 그림 중에 겨울나무 연작이 있습니다. 저 사진 속 나무처럼 가지가 가늘면서도 하늘 위로 솟아 올라있습니다. 두 달 지나면 휑한 겨울나무를 보게 되겠군요.

yureka01 2015-09-10 08:54   좋아요 1 | URL
여름인데도 잎사귀 하나 없이 나목이니 마음이 꽹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