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 하나 없이 서 있는 나무는
유령같이 휭한 소리를 낸다.
빈 가지 끝에 매달린 손은
제 스스로의 힘을 잃어 푹푹 꺾고
물 위에서 물기 없이 푸석푸석 바스러져 내리는
껍질 사이, 굵은 구멍으로 바람은 길을 내고 있다.
황무지가 생각난다.
천 년 동안 비가 내려도 마실 수 없는 비에
다들 목이 타들어 가는 곳에서
호흡은 서서히 멈추고 말았다.
나무가 여름에도 헐벗은 채로,
어이 어이 꺼지는 소리만 가엽게 웅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