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 - 사진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MJ Kim 지음 / 북스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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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사진 책이긴 한데, 보통은 제목부터 먼저 눈이 띄지만, 이 책은 부제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


어떤 사진이든 자기 인생의 일부이다. 사진 하나하나 조각들이 모인 전체가 곧 그 사람의 보았던 인생이고, 시간의 단면에 자신의 인생을 시간 농축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부제가 "넘쳐나는 사진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그래, 누구나 다 찍는 사진이지만 자신의 사진은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을 담보로 내세울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자신이 찍는 사진의 정체성. 나아가 확장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정체성. 어느 편에서는 정체를 밝혀야 할 때가 있고 어느 때엔 정체를 숨겨야 할 때가 있다. 사진도 이와 비슷하다. 내가 찍지 않는 듯한 사진이나, 꼭 내가 찍었다고 주장해야 할 때가 따로 있으니까. 어쩌면 그게 인생 자체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참 멋지다. "당신은 무슨 사진을 찍나요."라고 하면, "난 내 인생을 찍습니다."라는 명답이 나올 법도 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기 책임이 결국 사진화되어 기록시키는 것. 그리고 누군가 그 인생에서 일부의 사진을 보고, 그의 인생에 대한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이 책이 전해주는 콘텐츠의 인생 재미다. 사람이 저마다 제각각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슨 콘텐츠로 살아갈까. 누구는 문학으로 누구는 음악으로 혹은 누구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돈벌이만 죽어라 하다 내 손가락 사이로 지나쳐 버리는 시간의 앙금이 빠져 버린 허허로움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삶이란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는지는 저마다의 인생에 주어진 각자의 이유를 순리로든 억지이든, 붙여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무목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차후에는 목표에 따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부여되지 않는 타이틀과 콘텐츠가 얼마나 사람은 공허하게 만드는 건지 모를 일이다. 우연이든 필연이었든 삶의 목적의 일부가 사진인 사람의 이야기가 그래서 사진을 담는 나로서 유심히 보게 된 이유도 된다. 이 양반은 무슨 사연으로 사진을 담게 되었던 걸까라는 사진 인생의 궁금증이, 흡사 나 자신에게 감정 이입에는 더없이 좋은 방식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아무에게나 사진이 위대한 현대적 예술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예술은 무슨 얼어 죽을. 오히려 누군가가 " 내가 사진을 좀 찍고 싶어서 사진 배우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라고 한다고 해도 도와주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좋게 찍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하기도 싫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로부터 도움받아서 사진 찍지는 않았고 어떻게 사진을 좋게 찍겠다는 마음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요청도 부질 없어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다. 누구나 비슷하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알아 달라는 뉘앙스로 자꾸 이야기를 하려 들 때도 짜증 난다.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그런 이야기들, 한때의 무용담들, 한때에 절박한 버둥 거렸다는 위로 요구적 이야기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것의 결과는 뭐냐? 혹은 과정의 이야기는 굳이 하려는 의도가 뭐냐?로 되묻고 싶을 때 차라리 어릴 적에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보여 달라고 하고 싶다. 사진을 보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내가 왕년에 말이야. 어쩌고저쩌고라는 이야기 보다, 훨씬! 흥미롭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든 지나고 난 후의 인생에는 회한이 없을 수가 없다. 인생은 예정된 수순이 없는 불규칙과 불측의 양상이다. 오늘은 지난 10년 전엔 어떻게 예상이 안되는 부분이다. 결국, 지나 봐야 안다. 시간은 냉혹하고 철저하며 완전한 간격으로 인생을 지나가게 하지만 과거에 찍었던 사진은 오늘에서 다시 환기의 추억으로 만들어 과거의 추억이 현실의 이야기로 복귀시킨다. 그래서 사진은 기억의 학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로만 듣는 왕년에 말이야 보다는, 사진 한 장으로 그땐 그랬지라며 사진 한장에 설명 한 줄이 더 잘 이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내 인생의 일부에 대한 증명사진이 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이야기에 사진이 결합되었을 때나 가능하다.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예상은 하되 예측은 불가능이다. 흡사 우린 삶이 예측이 안되는 것과 같다. 예상하고 사진을 찍으러 나갔으나 늘 예측 불허의 우연하게 얻어걸린 사진. 어쩌면 바로 이게 우리 삶이고 인생일는지도 모른다. 하물며 우리 삶이 어떻게 예상이야 무수한 해석과 분석으로 하겠지만 정착 정확한 예측은 예언하고는 다르게 흐르기 마련이다. 사진도 비슷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우연하게 얻어걸린 현상의 사진을 더 우연적인 흥미를 돋게 하듯이 우리 인생도 전혀 예측이 안되는 와중에서 살아보니 아 그랬다는 흥미의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이 책의 저자도 예측되지 않는 사진 인생길을 책으로 나왔으니 흥미로운 거야 당연한 것일 테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작가적 마인드로 사진을 찍는다면 인생을 좀 더 근사하게 포장하고 담아낼 수 있는 기회를 사진이 제공한다. 혹여 사진적인 가식이 포장될지라도 그런 가식적으로라도 담겠다는 그 마인드의 첫 시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따져 보면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을 근사하게 꾸미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다. 가식이 계속 가식이라면 언젠가는 이 가식이 진식이 될 수 있는 원리이다. 근사한 인생으로 보이는 것의 행복감은 그래서 사진에 녹아 있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행복이라는 콘텐츠로 장식하고 싶은 이 욕망. 탓할 일도 아니라는 것. 일상 하나하나가 흥미와 그 행복의 욕망으로 도배돼 갈 때 순간 순간순간이 모여서 전체의 일생을 이루듯 행복으로 전체가 도색된다. 가끔은 우울할 때도, 때로는 짜증이 날 때도 순간 순간의 감정에 대해 사진에 투사시키고, 지나고 나면 언젠가 사진을 보며 '아 그땐 그랬지. 이땐 정말 우울했어.' 또는 '이 땐 정말 짜증 났어.'라며 시간의 객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 땐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괜한 일도 아니었는데라는 반추의 효과는 앞으로의 인생에 작은 경험적 감정으로 소화시켜 낼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사진을 직업으로 얻어걸린 사진의 삶이었다. 절박한 직업을 구하기 위한 사진이었던 것에서 천직의 사진처럼 예정된 고스의 사진 전공이 아니라도 사진은 얼마든지 찍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능한 사진이었던 거다. 인생의 기회를 사진을 통해서 만났다는 것. 만약 그런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사진이 그에게 다가설 수 있을 보장은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도 무데뽀 정신의 사진이 만들어 낸 기회가 대단했다. 사진 책의 부제에서도 밝히다시피 "사진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자신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의미를 저자는 사진으로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안생은 예정된 것은 없다. 우리 삶이란 것도 실로 우연이다. DNA의 조합이 우연이든 우리 삶이 필연으로 보일진 모르지만 누가 예상할 수는 없다. 태어나고 보니 나였고 태어나고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우연을 필연화 시키는 것 또한 살아가는 인생일 따름이다. 한동안 오랫동안 나의 삶이 결핍에서 비롯된 우울의 사진이 자글자글 머릿속을 헤매었다면 지금부터는 이 결핍으로부터 또한 해방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사유가 남들도 찍는 사진이지만 내가 찍는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 우연하게 얻어걸린 사진이 필연적인 사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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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1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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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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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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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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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9-07-15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브레송이 말했다지요.
특별한 사진 한 장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즘은 국민사진사 시대라 사진에 대한 의미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특히 sns로 확대재생산되는 사진들은 자아도취, 자기미화, 자뻑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
셀카전성시대에 사람들은 어쩜 행복해보이고 싶은 욕구 속에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최면을 거는 지도 모릅니다.
<설령 비합리적인 신념이라 해도 계속 반복되면 사람의 뇌 속에서는 중독회로가 생긴다.>

yureka01 2019-07-15 09:44   좋아요 1 | URL
스스로 행복의 자기 최면..캬....
그렇게라도 스스로 행복회로 돌려야 살 수 있을 것만같은 시대거든요..
맞아요..신념의 중독회로가 행복회로 인지도 모르니까요..

뭐 전 이제 결정적인 순간의 사진 욕심이 없어졌어요..ㅎㅎㅎㅎ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 나시고요..감사합니다~

2019-07-16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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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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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7-18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생기면서부터 사진은 조금더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오늘도 더운 하루였어요.
유레카님, 편안한 밤 되세요.^^

yureka01 2019-07-19 08:40   좋아요 2 | URL
휴대성의 간편성이 사진을 더 가깝게 했지요.ㅎ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비가 많이 내릴듯하네요..
주말도 넉넉한 시간 되시길..`~~^^..

2019-07-19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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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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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1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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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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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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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6 0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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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6: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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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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