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캡처된 게시물은 모모 일보 자유게시판에서 어느 유저가 자신의 신세를 간략하게 털어 놓은 글이다.다시 인용, 복기해 보자.

"차도 안사고 대중교통 이용하며 새벽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고, 내 생활도 거의 없이 그렇게 거의 일개미처럼만 살았는데 그렇게 모은 돈이라 해 봐야 (얼마 되지 않아서) 이렇게 모아 언제 집이나 하나 살 수 있을까 싶고, 진짜 체력에 한계가 와서 당장 내일이라도 일 때려치우고 싶은데, 다달이 나갈 집세에 부모님 용돈에 이것저것 온갖 돈 나갈 것들... 때려치울 수가 없으니 너무 우울하고 힘드네요.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이것보다 더 빡세게 벌어야 될 텐데 이렇게 남은 평생도(을) 출근하고 퇴근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일개미처럼 살아야 하나. 꼼짝없이 그렇게 살다 죽을 팔자인 건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뭔가 깜깜하네요. 맨날 회사 때려치우는 꿈꿔요. 한 달 만이라도 좀 쉬어보고 싶어요. 잠만 자도 행복할 텐데"

자본주의 시대에 생존이란 프레임(환경, 체제, 삶의 개인적인 조건)에 갖혀 있는 삶을 산다. 물론 나도 이하 동문으로 살았고, 또 살아갈 마찬가지 프레임 속에 있다. 개개인 누구나 다 이렇게 자신의 환경이라는 조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삶이란 대부분이 반자 유적 구속된 삶이다. 한편으로 보자면 일종의 프레임에 걸려든 흡사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곤충 마냥과 다를 바 없다. 태어난다는 것은 감방에 갇히거나, 혹은 거미가 쳐놓은 거미집에 걸려든 것과 비슷하게 비유도 할 수 있다. 이걸 철학에서는 피투성이라고도 한다.

모든 존재는 처절하다. 개개인마다, 처한 절실함이 다 있다. 우리 엄마 아부지는 처절히 살도록 강요한 것이 절대 아닐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따지자면 이런 삶의 프레임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흔히 이게 사는 것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는가 한다. 태어나게 했어도 과정이라는 처치 곤란함이 밀어닥친다. 물론, 뭣도 모르고 태어나게 한 삶의 프레임이란 것이 의도하지 못한 감옥일 줄이야 상상도 못했겠지만 매일 같이 힘들게 벌어서 용돈에 집값에 허덕거리는 삶이 대체 왜, 무슨 의미로 이어져야 할 것인지는 누구도 답을 낼 수 없다. 처절함이란 각각의 개개인마다 가진 처절한 프레임이니까.

누구처럼 어느 사람과 비교할 무게의 량은 다르겠으나 중력은 똑같이 작용하는 게 또 삶이 아닐까. 저마다 자기가 가진 멍에가 제일 무거운 현실이다. 누구도 대신해서  존재의 중량을 덜어내거나 대리할 수도 없다는 것. 삶이란 과정의 시간은 지루하고 무겁고 지치고 딱 하루 만이이라도 잠이라도 실컷 자보는 게 소박한 꿈이 될 것이라고는 예정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존재론적인 원죄론을 이야기했다. 태어남 이란 것부터가 이미 죄를 업고 시작하며 자식 된 자는 부여받은 존재론의 원죄를 가지고 태어남을 말한다. 이 지긋지긋한 삶의 감방 같은 거미줄에 쳐져 있는 올가미의 존재적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들어가게 만든 그 욕정과 욕망과 욕심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것의 논리가 결국 태어날 사람이 만든 게 아니었기도 하다. 자식을 낳아서 효도 받기를 원하는가? 자식이 죽도록 고생해서 돈 많이 벌어서 부양하도록 보험 인간을 만들고 싶었는가? 내 존재의 무게로 자식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옳은가? 태어난 자의 질문 앞에서 누구나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는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불경한 짓이 된 세상에서는, 더욱이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부자유는 또 무엇일까? 가끔 그런 소리를 듣는다. 딸아이에게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 나는 전혀 고마움이지 못하다는 미안함과 상당히 대립된다. 살아갈수록 덜어내는 부담보다, 살아내면서 더하는 부담이란 완벽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한 삶이 또 아니었던가.

실컷 자는 것의 꿈조차 소박한데 현실은 늘 치인다. 피로는 날로 더하고 덜어 내려 해도 가시질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대한 실체이다. 물론 이런 생존이 삶의 본질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지 못한다. 가는 데까지 가도록 만들어졌다고 착각하며 오늘을 산다. 여기서 멈춘다는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싫어한다. 꼼짝 없는 그야말로 요지부동의 시간 속에서 추구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지금까지 살아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산다 한들 알아지기나 할는지도 더욱 모른다. 사는 게 그래서 더 헛헛한 시답잖은 웃음으로 퉁치고 "그런 거지"라며 지시대명사로 다만 가름할 뿐이다.

작년에 십수 년을 다녔던 회사가 오너의 투자 실폐로 (너무나도 섣부른 투자) 인하여 자금 사정의 경색, 동맥경화로 현재는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건설업 면허를 어렵게 내고 그 업을 이어받아 시작한지 몇 개월이 지났고 겨울을 보냈다. 올해의 봄은 작년의 봄과 다르다. 한마디로 무기력증에 빠진듯한 봄이다. 회사 대표를 모시는 일개의 참모로써 아무리 뜯어말려도 기름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아가는 불나방 같은 오너를 말리지 못했다.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말렸어야 하는데 기름 두른 거까지는 알았는데 뛰어드는 그 순간을 알지 못했던 자괴감. 넌 대체 뭘 하고 말리지도 못했나라는 자책감이 크다. 결과적으로 그럭저럭 굴러가던 회사가 급락하게 빈사상태가 된 마당에 새로 시작하는 회사는 신생이니 당연히 쪼들리고.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물리적으로도 흘러간 직장의 시간은 절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루비콘 강처럼 흐르고야 말았다. 회사를 더 이상 다니길 싫다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었어도 아직은 아니라는 사람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이 감옥에서 과연 나는 언제까지 결박당한 자유에 목을 매며 기다려야 할까. 기약이 없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은 그야말로 당장이 달콤은 욕망의 사탕발림이다. 삶이란 중독의 감미로운 음료수와도 같다. 자본이란 갈증에 마셔도 마셔도 풀리지 않는 그 갈증. 편리한 도시생활의 도취는 내가 원하던 자유와 맞바꾼 부도 날 수표와 같고, 환금 불가능의 요청하지 못한 예금증서나 다름고 보장없는 보험증서와도 같다. 한마디로 사기당한 거다. 이 존재 자체의 사기당함이 억울할 뿐이다.

매일 저녁이면 퍼질러져 버린 무력한 환자가 된 듯이 꾸벅꾸벅 초저녁을 못 버틴 병든 닭처럼 졸기 바쁘다. 몸이 시간의 변화에 압류당하여 늙어가는데 무기력과 비례한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저지선이 없다는 것의 무기력함. 책을 읽겠다고 한 권을 독서대에 펴 놓은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났어도 페이지는 좀처럼 잘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집중력도 거의 바닥이니 책의 활자는 핀트 나간 맥 빠진 레코드판처럼 올려진 오디오의 바늘의 무딤을 느낀다. 촉이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홈을 읽어야 소리를 내는 것처럼 눈에 책의 활자가 들어와야 이해가 되는데 현실은 자동 스크린 마냥 눈이 감겨 버린다. 육체의 무게는 피로를 만들고 삶의 피곤을 만든다. 그 무게의 지탱하는 지기의 힘이란 화수분 마냥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닐 텐데, 우리 삶은 계속 강요당하는 프레임이다. 자유는 이 프레임을 파괴 시키지 못하는 한, 이대로 여기서 부동자세의 차렷이 힘이 풀리는 그 지점이 바로 내 무덤이 아니기만을 하늘에다 비는 무책임. 참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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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4-03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사가 그렇네요..
작년에 힘들게 준비하신 시험도 합격하시고 따님 합격소식도 들었는데.. 또 살다보면 이런 굴곡이..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는 상태가 얼마나 힘든건지 알 수 있어요
잘 견뎌내시고 지나기기를 바랍니다

yureka01 2018-04-03 13:35   좋아요 2 | URL
무기력증을 떨쳐 내고자하는 발버둥이죠..올해 무시기 또 기능사 시험 있습니다.ㅎㅎㅎㅎ
또, 버둥버둥 거립니다....흐.....
사는게 다 늪에 발을 디딘 것처럼 빠져 발을 빼지 못하는 거 같아서 점점 침몰하는 시간에 잠시 숨쉬기중인가 ..비유하자면 그렇더군요.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자본이 곧 삶의 지푸라기와 닮았던 것은 아닐까 뭐 버둥거려도 지푸리기가 무슨 버틸 힘을 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네 가는데까지 착각하며 가보는 거죠 뭐^^.ㅋ

2018-04-03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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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3 18: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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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4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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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8-04-04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남의 일이 아니네요
한때는 저도 그랬고..... 지금 제 아들이 비슷한 입장에 놓인 것 같네요.
그룹 지분 관계로 회사 인수 합병이 실시되는 모양인데
본의 아니게 자리를 옮겨야 하지 않나 싶네요.
입사한지 5년, 이제 딱 자리 잡았는데 하루아침에 어디론가 튕겨나가야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참..... 을의 삶은 이렇게 구차하네요

yureka01 2018-04-04 09:1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여기저기서 불안불안한 회사 자금사정에 대한 이야기는
남이야기가 아니더군요..
옮기더라도 아드님이 더 나은 자리로 옮겨지길 기원드립니다....

2018-04-05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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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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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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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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