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 또 다른 태양
박미하일 지음, 전성희 옮김 / 북치는마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요즈음 소설이라고 하면, 환타지 소설이나 역사소설에 익숙한 나에게 또 다른 느낌을 주게 한 소설책이 있었으니, 이번에 읽은 [밤 그 또 다른 태양]이었다.

 저자가 재러 한인 5세로 그의 몸에도 우리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생소하다는 것이 이 책과의 첫 조우할 때의 느낌이었다. 구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로 나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러시와의 정경과 더불어 대륙횡단 철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주인공이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어느 곳으로 향하던 중에 기차 아래칸에 우연히 온 발레리야라는 여인과의 짧은 만남에서부터, 이제는 잠시 정착한 곳에서 만난 거리의 여인인 엘리나에게 이르기까지의 사랑예기를 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엘리나의 본명이 발레리야라는 사실을 마지막에 밝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연이 필연이 되고, 인연이 되어서 다시 만나는 인간 삶을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줄거리로 전개되지 않으며, 독자들이 한 곳에 집중을 하려고 하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이끄는데, 대표적인 것이 낡은 화물선을 지키면서 여러 여인들을 우연히 만나는 것과 더불어 무리로부터 벗어난 물고기에 대한 사랑예기를 하는 것을 오버랩 시키고 있는 부분이었다. 정말 작가가 무엇을 예기하고자 하는 지 생각을 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읽는 사람에 따라서 숨은 진의를 파악하는 수준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는 아무런 의도 없이 이러한 구성으로 소설을 쓰는 것을 즐겨하는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춥고 광활한 시베리아 대륙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밤일 것이고, 이러한 차갑고 어두운 기류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 아마도 태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소설의 제목이 가진 의미도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냥 줄거리를 쫓아 가는 소설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는 소설, 조금은 색다른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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