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 책이 2015년 올 한해 내가 읽은 책 중에 단연코 최고가 될 것임을 알았다. 아직 2015년 읽지도 않은 책들을 남겨두고서 말이다. 우리 인생의 가치는 얼마일까?라고 제1장의 제목을 정해놓고, 수많은 금액들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였고,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의 자식들을 어떻게 보듬고 키우는 것인가?에 대한 중요하고도 소중한 것들을 얻어 가는 책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 남자이다. 그는 자신이 가족 안에서 자식으로 살아온 이야기와 또, 가족 안에서 부모로서, 한 아버지로서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멀리서 그 광경을 보듯이 이야기해 나간다. 우리는 그런 말을 하곤 한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닮아 간다고. 그것은 남자에게도 맞닿아 있는 것인지.... 어린아이였을 때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것들로 인해 '나는 아버지처럼은 되지 않을 거야.'라고 깊이 결심했던 한 남자아이는 그 깊은 결심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만다. 그 결심은 차지하고서라도, 자신이 아버지보다 못한 아버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때론 담담하게 말하는 인생 이야기가, 또 때론 후회로 얼룩진 그의 인생을 자책하는 그 회한의 목소리가 깊이 내 마음을 울렸다.

 

어머니가 자신과 여동생을 남겨두고 집을 떠난 이후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그 결핍이 그에겐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찾아가 데려올 용기가 왜 없었는지 자신은 이해하질 못했고, 쌍둥이 중 한 명은 죽고 혼자 남은 여동생 안은 말을 잘 하지 못해 자신이 항상 함께 있어 줘야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이 딸과 아들을 둔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온 마음을 주었던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되고, 자신 또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노라며 아이들에게 애틋하게 대하도록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의 아들 레옹에게 말하는 그의 삶의 이야기이다.(제1,2장까지) 제3장은 첫째 딸 조세핀이 화자가 되어 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의 아들 레옹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한테 부족한 사랑이 바로 이거란다. 우리의 엄마들.'이라고. 그는 딸 조세핀에게 총을 쏘면서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게 되지만, 다시 상처를 회복하고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조세핀 또한 아버지는 왜 나를 먼저 쏘았던 것일까.라는 물음에 수없이 상처를 받았지만,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식들에게 진정으로 무엇을 주어야 할지를 가슴 뜨겁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어떻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물질적인 것은 제외다. 나에게 있어 가장 뜨겁게 기억될 책이 될 것 같다. 꼭 한 번씩 읽어보셨음 싶기도 하다.

 

 

 

어머니가 오랜 시간 가만히 내 옆에 누워 계시길래 잠드셨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진중하면서도 애정 어린 말을 내뱉기 시작하셨어. 아들아, 절대 네 아버지 같은 남자는 되지 마라. 박력 있고, 강하고, 제구실하는 남자가 돼라. 여자들을 휘어잡고,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꿈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령 네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도 해. 세상 모든 여자들은 현실이 아니라 희망을 바라보며 사니까. 현실만 바라보고 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p.28)

 

우리가 슬플 땐 절대로 날 위로해줄 만한 사람들을 향해 고개 돌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 그래서 우리는 더 슬퍼지지. 부모님의 서로를 사랑해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가, 어느 날 부모님이 나와 함께 있는 걸 썩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지. 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가 생각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걸나다. 힘겨운 일이지. (p.59)

 

하지만 우리는 뒤늦게 깨닫고 말았던 거야. 사랑이란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하고, 외롭고 비이성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p.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