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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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도 그들을 따라 숨이 가빠짐을 느낀다. 그냥 오르기에도 힘겨웠을 그 길을 40대의 남자 두명이 자타고 히말라야 라다크를 오른다.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닌 그들이라서, 일을 하러 그곳에 온 그들의 모습에 안쓰러움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나도 함께 그 길을 지나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버린다. KBS 김재운 아나운서의 히말라야의 끝자락에 위치한 라다크에서 일하며 여행하며, 보냈던 그 시간들을 글로 펴낸 책이다. 처음에는 이 아나운서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사진을 가만히 한참이나 응시해보니, 그래, 그 아나운서였다. '6시 내고향'의 그 남정네.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6시 내고향'에서 김재원 아나운서의 방송사고가 생각나서였다. 음, 아무튼. 그 분이셨다. 허약해 보였던 그 분이 자전거를 타고 라다크를 체험하다니. 책에서도 그랬지만 무지 고생하셨을 듯 하다. 수고하셨습니다. 후훗.

 

그런데 김재원 아나운서가 틈만나면 세계 50여개국을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간 곳도 포함되겠지만, 그의 일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마냥 부러웠음이다. 그리고 2014년에 일 때문에 떠났던 20년지기 친구인 H와의 여행 라다크. 몸은 너무도 불편했던 여행이었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하는 그의 말이 빛난다. 아니, 빛나고 있었다.

 

라다크.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인도. 작은 티베트로도 불린다는 그곳에서 두남자의 산악자전거 트래킹이 시작된다. 물론 100% 리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더 재미있다. 촬영차 간 그곳에서 함께 간 팀들과 트러블도 있고, 여러가지 일들도 발생하였지만, 그 이야기들을 모두 진솔하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라다크 여행이 처음 도착한 라다크 왕국의 옛 수도인 '레'에서 부터 심상치 않았다. 3,500 고지의 그곳에서 두 남자는 힘겨운 싸움을 매일 매일 이어나간다. 하지만 두 남자의 일과, 여행이 함께한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힘겨웠지만 찬연히 빛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40대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 글에서 오는 분위기와 그들의 여행. 50대 그리고 60대에도 어디론가 향해 있을 그들이길 바란다. 다만, 책 속에 라다크의 사진들이 좀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 책이었다.

 

 

 

모처럼 얻은 짧은 휴식. 헤나를 확인하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H를 남겨두고 책을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다. 빨간 생각의자가 덩그러니 설산쪽에 놓여 있다. 매일 새벽녘에 빨간 생각의자에 앉아 우두커니 라다크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하늘 빛깔이며, 떠다니는 구름이며, 멀리 보이는 설산까지도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었다. 늘 조금이라도 달랐다. 올라올 때마다 다른 곳에 오는 것 같았다. (p.76)

 

내가 걸어갈 때 길이 되고, 살아갈 때 삶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구름은 자신을 하늘에게 맡기고 흘러간다. 나무는 자신을 산에게 맡겼고, 파도는 자신을 바다에게 맡겼다. 양은 목동에게 자신을 맡겼다. 험한 바위산을 넘었더니 쉴 만한 물가, 푸른 초장이 눈앞에 보인다. 참 좋다. 나는 지금 오후 3시에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고, 하던 일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책을 펼쳐들고 커피를 마신다. 햇살도 파랗다. 인생에 나를 맡긴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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