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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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해외에 이민을 간다거나, 좋은 취지로 해외로 나가는 분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돈을 벌어서 해외에 나갔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국내에 있을때보다 더 좋지 않은 시대를 살게 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나라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통하고 비참하기만 하다. 이 책에는 그런 아프고 쓰린 9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좋은 취지로 이민자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조차도, 이민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해외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기 교육을 위해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그들도 마음 한 구석에는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과, 그들 세계에서 떠돌이 신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 삶은 한 민족끼리 살아야 되는 거라고. 하지만 그 민족에게서 버림 받은 사람의 삶은 이민자들에게 더 큰 짐을 안겨 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한층 더 가까이에서 읽어 보게 되었다. 참, 씁쓸하고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만든 책이다.

​책의 저자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민자이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그 경험과 동질적인 마음이 작품에 녹아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은 가족들을 돌볼 여유마저 빼앗아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곁에는 가족뿐이 존재하지 않는, 쓰린 이야기들.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전쟁의 기억으로부터 고통받고 그들 중 알콜 중독자가 많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조금 안타까웠던 점은 책에 오타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었는데, 그 부분이 다음번에 재발행될때는 좀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똑같은 제목의 책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중복된 그 부분도 약간은 아쉬웠다. 다른 제목을 붙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민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9편의 소설들은 나의 기억속에 꽤나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민자들의 상처와 힘겨운 시간들이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오래도록 기억 될 것 같다.

나는 어느 날부터 나를 주인공으로 삼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비로소 확연히 알았다. 나는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니었다. 한국인이기엔 너무 한국에 대해 잘 몰랐고 미국인 되기엔 너무 한국에 대한 기억이 많았다. 그때 나는 내가 지구상 어느 한 나라에 국적을 둔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후 지구인의 지독한 편견과 싸우는 외계인에 대한 소설을 쓰다가 너무 유치한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p.105)

 

나는 안다. 세상에 제일 나쁜 나라는 국민이 제 나라에서 살지 못하고 목숨 걸고 국경을 넘어야만 하는 나라라는 것을. 그러나 그보다 더 나쁜 나라는 그렇게 넘어오는 사람을 잡아가는 나라이다. 그러한 나라는 결국 꽁지머리나 이 부장 같은 놈들이 활개 치게 만드는 나라인 것이다. 국경 수비대가 있는 곳에는 나 같은 코요테가 꼬이기 마련인 것이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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