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 Under 36 Months
송기철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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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36개월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36개월은 고사하고, 6살 이전까지의 일은 아예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한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은 내가 아닌 부모님은 분명히 기억하시고 계실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저자이자, 책 표지의 주인공인 햇살이 아버지 송기철 씨의 말처럼, 자신의 36개월의 기억은 없지만, 자식의 36개월을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그 말씀에 온전히 공감한다. 나의 36개월을 내 자식의 36개월로 채워나가는 거..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책에는 온통 햇살이의 36개월간의 사진들로 도배하고 있다. 후훗. 햇살이는 나중에 커서 이 책을 본다면 얼마나 부러워할까? 사실 요즘의 부모 세대들은 아이의 사진을 많이 남긴다. 그 사진으로 작은 앨범을 만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직접 쓴 손글씨까지 그 책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나도, 나의 아이에게 그런 유년의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 물론 부모로서 나의 기억에 전부 담아두고서 말이다.

 

병원에 가기 싫어 우는 햇살이란다. 귀엽기도 하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나의 조카 녀석이 생각난다. 남의 아이가 울 때는 사실 잘 몰랐는데, 나의 친조카가 울 때는 왜 이리 마음이 아프던지, 아이가 잘못하고 떼쓸 때 우는 울음이라도, 눈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물앞에서는 마음이 솔솔 녹아내린다. 울지 마~ 울지 마~ 알았어~라고 부르짖는다. 아이의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이 아닐까? 

 

햇살이 아빠는 항상 퇴근에는 손에 햇살이의 먹거리를 담아 온다고 하신다. 그래서 햇살이는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오늘은 아빠가 무얼 가져오셨지?라는 생각에 아빠의 손을 쳐다본다는데, 그래서 그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자신의 손을 확인한다. 그리고 아차, 깜빡했다. 싶을 땐 바로 집 앞 슈퍼로 달려가는 것이다. 아빠를 기다리는 햇살이의 기대감을 그냥 지나쳐버리기가 싫어서. 피곤해도 다시 달려간다.

 

아이가 없던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는 일은 부부의 모든 것을 바꾸는 대사건이 된다. 그리고 아이를 통해 부모에 대한 본인의 책임감과 더불어 자신을 키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마음도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키웠을 부모님의 마음을 자신이 경험하는 것만이 우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 경험도 온전하게 알아낼 수 없으리라. 햇살이는 매 주말에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할머니의 눈에는 오직 햇살이뿐이다.

 

36개월의 예쁜 아이 햇살이. 햇살이가 유난히 관심을 보였던 모빌이 있는데, 지금은 조금 컸다고 관심이 사그라졌을 때, 아내가 그 모빌을 다른 사람에게 주려 했을 때, 햇살이 아빠는 반대했단다. 그 모빌을 햇살이가 결혼할 때 함께 보내주고 싶다고. 아빠의 그 마음이 아련했다. 아니, 햇살이 결혼할 때, 아까워서 어쩌시려고. 왠지 벌써부터 짠하다. 

 

햇살이의 먹는 모습, 아이고. 예뻐라. 아이들의 먹는 모습은 왜 이리 예쁜 걸까? 내 눈에도 이리 예쁜데, 부모님의 눈에는 어떨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정답이겠지? 현재의 기억이 너희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아도, 그 기억을 가지고 온전히 가지고 있는 부모님의 가슴속에는 햇살만이 가득하다.

 

햇살이의 36개월의 사진들. 이 책은 분명 한 개인의 추억이 깃든 책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그 행복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우리의 잊힌 36개월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채우는 아이의 36개월. 특별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그 기억들이 당신에게도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더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것들을 남겨놓아 보자. 나중에 아이가 커서 말할 거리가 없어져 갈 때, '너의 36개월의 기억이란다.'라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그날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모든 36개월의 기억을 위해...

 

p. 27

 

감정을 지켜봐주는 것보다

이해하고 공유해주는 것.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이 마음은

잊고 있던 36개월,

이미 그때부터 지녀온 우리의 본성이다

 

P.105

 

읽어야 될 책보단,

읽은 책이 더 중요하단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 속에 담긴 것들을 올바르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단지 책에 머무르지 말고

책의 것들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영양분으로 쓰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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