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법 - 잊지 않으려는 기록
유시민 외 지음, 이동호 사진 / 도모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배가 160척, 비행기가 30대, 잠수부가 500명.

지상 최대의 구조작전

그러나 사고 첫날, 실제 투입된 잠수부는 고작 16명.

실종자 가족들은 배도 비행기도 보지 못 했다.

왜 구조를 안 했을까?

왜 거짓말을 했을까? (p.104)



벌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도 어느덧 9개월이 지나간다. 지금은 그 사건을 생각하면 다만,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할 뿐, 그 사건이 정말 발생한 것일까.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뉴스에서는 그 사건을 아예 끊은지 오래다.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고, 아직 실종자도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부터 문제인 걸까? 우리나라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그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유가족들은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지 나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이 사건. 그리고 노란 띠의 물결.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분노. 하지만 정작 당사자 말고는 이 사건은 점점 묻히고 있다. 실상, 다시 파헤칠 여유를 주지도 않는 듯 누군가 땅을 파듯 감춰버린 것 같다. 아프고 아픈 시간들을 보냈지만 우리는 다시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 책에는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보낸 흔적들의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다. 약 90%의 지면이 사진을 포함하고 있고 그 나머지에 누군가의 글이 담겨 있다. 신부님의 글, 유시민 작가의 글, 보도국장, 라디오 국장, 판사, 그리고 김미화 씨까지 그들의 글이 담담하고, 분노하며, 차갑게 이 4.16참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낸 의도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벌써 9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벌써 잊고 있지는 않느냐며? 그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사진작가 이동호 씨는 이 책을 남겼다. 그는 이제 평생 다시는 그곳에 여행을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그곳을 지나거든, 이 참사를 기억해내고선 가슴 아파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은 잠시뿐. 우리는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다고. 타인은 타인의 상처에 가슴 아파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라고 말하기에는 이 사건은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애통한 일이다. 우리는 자주 이 사건을 돌아봐야 되지 않을까. 그 사건을 파헤칠 그런 용기는 없을망정 말이다. 나는 이 사건이 발생한 4월 16일이 나의 생일이라 매년 찾아오는 내 생일날에는 이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작년에 미역국으로 아침밥을 먹던 그 시간의 그 충격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그 일을 잊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누군가는 이 일을 계속 건드려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상처로 남을 이 사건을 평생 지고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관심하지만은 말자는 말이다. 이 사건은 타인의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건 일수 있다고 우리는 이제 다 알고 있다. 믿고 살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라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사건을 잊지 말자.

 

나는, 별다르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시간이 다시 흘렀다.

사무실에서는 해오던 일을 했고 일을 했고 일을 했다.

짬짬이 인터넷에서 관련기사를 챙겨봤지만

술도 다시 먹었고, 집에 들어가서는 TV 뉴스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단 하나의 사건은 그렇게 여러 사건 가운데 하나가 되어갔다.

나는, 별다르지 않았다.

일상 속으로 침몰해가는 나에게 화가 났다.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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