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어릴때부터 개성을 너무나 강조한다. '진정한 자신은 누구인가?' 그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 그것이 종내에는 직업과 완벽하게 들어 맞기를 원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어릴때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게 한 후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재능이 숨겨져 있는지를 찾아 낸 후 그쪽 분야에서 아이의 직업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일본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말한다.단 하나의 진정한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서 그는 '분인'이라는 단어를 쓴다. 분인이란, 대인 관계마다 드러나는 다양한 자기를 이르는 말로 나라는 인간은 대인관계에 따라 몇가지 분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는 게 아닌, 내가 누군가를 만나면 이런 나의 존재가 있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사람과의 사이에 그런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 아닌가? 친구들과 있을때의 나와 직장동료들과 있을 때의 나는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누구랑 있을 때가 진정한 나인가? 보다, 둘다 본인 자신이다. 그러니까, 분인. 분인은 모두 '진정한 나'인 것이다.


저자는 이 분인을 자신이 쓴 소설들과 연계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을 위로해준다. 소외받는 이들에게, 그리고 왕따를 당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 그런 대접을 받는다고, 그 자리에서의 나를 나, 전부로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그러니 나를 소외하고 아프게 하는 사람들 말고,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과의 분인이. 분명히 있을꺼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준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특히 개성을 강조하는 요즘 너무 피곤하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오래전에 나쓰메 소세키의 글을 읽으며 공감했던 그 글을 이 책에서 마주해서 무지 반가웠다.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개인주의>라는 유명한 강연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뭘 해야 좋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치 안개 속에 갇힌 고독한 인간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우두커니 멈춰 서버렸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이 글을 읽었던 그때 나도 딱 이 때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완전 공감을 가졌던 문장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도 이 글에 공감한다고 소개글로 나와 있었다.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고 많은 시간을 힘들게 보내는 것보다 여러 분인들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삶은 어떠한가? 인간에게는 분명 여러 개의 분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에게도 많은 힘을 실어준 책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다.



실제로 사람들이 그런 부류의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는 차치하고, 당시에 자주 거론된 간략하고 통속적인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인간은 복숭아가 아니라 양파라는 얘기다. 복숭아는 한가운데 씨가 들어 있다. 사람에게도 그렇게 확고한 자아가 있고, 주체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양파 껍질처럼 우연적인 사회적 관계나 속성을 한꺼풀씩 벗겨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즉 '진정한 나' 같은 건 없다는 말이다. (p.61)


나라는 존재는 외따로 고독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 놓여 있다. 그렇다기보다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한다. 타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진정한 나'라는 개념은 인간을 격리시키는 감옥이다. 만약 그것을 믿는다면, '진정한 나'로 살아가려면 타자와의 관계는 최대한 단절시키는 게 좋다. 그러나 <최후의 변신>의 주인공처럼 결국 그렇게 해보면, '진정한 나'는 환상임을 통감할 뿐이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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