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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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손아람 씨의 이력중에서 재미난 것을 발견하였다. 아이큐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멘사 회원이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학창시절때 만점을 받는 아이들이 정말 신기했었다. 어떻게 만점을 받을 수 있는거지? 한 문제도 틀릴 수 없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실수를 해도 한문제는 틀릴건데 말이다. 그 말인즉, 정확하게 시험지에 나온 모든 것들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인데, 그들의 천재성에 항상 감탄했으며, 부러웠다. 아무튼 그 사람들중의 한명이 이 책의 저자 손아람씨였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이 다녔던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배경으로 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어디까지 실제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부분에서는 정말 미치도록 웃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가슴 아프도록 청춘들의 아픔을 느꼈으며, 또 정치적 비참함에 가슴이 답답해 온 부분도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화자인 태의는 저자 본인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대학, 그리고 그 이후 10년동안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가 여기 이 책에 실려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소설이자 그 시대를 살아낸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20대의 그 시절, 청춘들은 자신이 살고자 하는 대로 나아간다. 하지만 사회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삶을 살아가도록 만든다. 나는 절대 누구를 고발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상황 속에 놓여지면, 본인도 어쩔 수 없이 상대를 고발하고 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친 그들은 상처를 받고,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여기 실려 있는 총154편의 이야기는 그렇게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빛나는 청춘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가장 아픈 추억을 안겨 될 시간들. 역설적으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청춘이 더 빛나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내가 그 시대를 조금 빗겨나게 살았던 세대였던지라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의 청춘 이야기가 가슴속 깊이 진하게 다가온 것은 우리의 지금의 세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만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가진 것을 내버리고 갖지 못한 것을 좇기도 한다. 나는 미쥬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미쥬도 나에게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의미의 빈틈을 말로 메우는 미장이와 같았다. 언어의 진공이 생기면 감정의 진공이 드러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우리의 사랑은 거짓이었을까? 모르겠다. 남김이 없는 것 말고는 다른 연애의 양식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p.33)


나는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는 소고기가 신경 쓰였다. 왜 그 얄미운 인간을 위해 한우를 세 근이나 준비했단 말인가. 그걸로 도지사를 사흘 동안 배 터지게 먹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지사를 언제 다시 본다고. 그게 바로 권력의 문제였다. 세상의 모든 지점에 무차별적으로 작용한다는 것. 권력은 혼자 높지 않고 다른 곳을 낮게 패어낸다. (p.90)


기숙사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선배들의 전설을 온갖 고문을 당하고도 기밀을 발설하지 않았다는 굳센 의지의 영웅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우리의 입을 여는 데는 고문은 커녕 고문의 암시조차 필요치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나약해진 걸까? 세상이 너무 착해진 건 아닐까? 사실, 우리는 악을 악이라 믿지 않았던 게 아닐까? 우리는 악의 존재를 원했고, 우리 앞에 맞선 자들을 서슴지 않고 악이라 불렀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악을 신뢰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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